현실과 우울증

by 삶은여행

여행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는데,

이왕이면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공항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친구랑 공항에 가서 승무원들을 구경하다 오곤 했었는데,

승무원은 아니지만 공항에서 그들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먹지 않던 과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10kg가 쪘다.

여행 중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에 지원을 하고, 면접심사가 얼마 남지 않아

동네 헬스장 피티를 끊고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며 일을 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사고를 치기도 했고,

같이 일하는 선배들의 기에 눌려 처음에는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두고 싶은 날도 많았지만, "꿈꿨던 공항에서 일하는 거잖아" 스스로를 달랬다.


사람들은 밥으로 친해진다고 하나? 처음 와서 사고만 치고 늦잠도 자고,

또 밥은 도시락 때문에 혼자 먹다 보니 처음에는 같은 매장에서 근무하는 언니들과 빨리 친해지지 못했다.

하루는 같이 일하는 언니가

"효린아, 너도 같이 우리랑 밥을 먹으면 좋을 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언니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일반 음식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그동안 살을 뺀다고 친구를 만나고 두부를 갖고 다니고, 회식을 가도 물만 마시고 여행을 가서도 한 번도 일반 음식이나 현지식을 먹지 않았다.


너무 맛있다는 마음과 스스로의 결심을 무너트려,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병들어가고 있었다.

정신이 들고 보면 나는, 아무런 반찬 없이 맨 밥만 한 솥을 먹고 있었다.

평소보다 식사량이 늘다 보니 점점 살을 쪄갔고, 트레이너 선생님과도 식단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운동도 가지 않게 되었다.


치킨만 먹고 죽고 싶었다.

그렇지만 치킨을 먹으면, 또 다른 게 먹고 싶었다.

그렇게 단 기간에 25kg 이상의 살이 쪄버렸다.


살이 쪄서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 스트레스였는데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한순간 모든 걸 잃어버린 추락한,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냥 모두에게 예뻤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친척, 친구,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전의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무서워

누구를 만나지도 않았다.

가족과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일을 하고, 집에 오면 계단 사이 창고에 숨어 혼자 울면서 지내었다.


난 ㄱ r끔 눈물을 흘린ㄷ r.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꿈이길 바랐고,

달려오는 차를 보면, 달려오는 지하철을 보면 앞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죽고 싶었다. 상상으로는 수 천, 수 만 번을 죽었지만,

하지만 정작 죽을 용기는 없었나 보다.


증가한 몸무게와 함께 팀장님의 잔소리도 더 늘었다.

매일 아침에는 이사님이 매장을 둘러보고 가셨는데, 그 후에는 팀장님이 와서 꼭 살을 빼라는 잔소리를 하셨다.

작아진 유니폼만큼 내 모습은 더 초라해지고 작아졌다.

회사를 정말 그만두고 싶었지만, 대책 없이 그만둬서 부모님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어떡해야 할까? 생각하다, 우연히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광고를 보게 되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뉴질랜드에 있는 신 학교에 가길 소망했는데,

그 학교를 가기 전에 뉴질랜드가 어떤지 살아보러 간다고 하면 엄마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나로서 살기 위해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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