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다.
살면서 한 번은 발리에 꼭 와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배경이 된 도시,
그곳에서 난 줄리아 로버츠처럼 짧은 여행이지만 마음껏 이 도시를 즐기고 싶었다.
발리행 비행기 안에서,
난기류를 만나 기내가 많이 흔들렸다.
불안함 마음이 표정에 나타났는지 승무원이 내게 다가와 "두려워하지 마~" 라는 말과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당기며 미소로 달래준다.
난기류를 무사히 통과하고, 기내 판매 서비스를 마친 뒤, 승무원들이 대뜸 노래자랑을 한다고 하며
대뜸 본인이 노래를 먼저 부른다, 그리고 3명의 지원자를 받았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국적의 승객들의 노래를 들으며,
남자친구가 없다는 한 승객에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승무원의 농담까지,
예상 밖의 서비스로 인해 기내 안은 웃음으로 가득 퍼졌다.
착륙하기 전, 미소의 승무원이 자기는 인도에서 왔다고 대뜸 악수를 청한다.
괜히 그의 악수에 혼자 설레며, 즐거웠던 비행을 끝나고 나는 발리에 도착하였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발리, 발리에 도착했다.
저녁에 도착하여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미리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을 한 뒤 룸에 들어갔는데, "어,,, 이건 내가 예약한 방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난 디럭스룸으로 예약했는데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으로,
언제나 좋은 룸 업그레이드가 된 거다.
기대없이 들어간 객실은 너무 좋았고, 객실에서는 수영장이 한눈에 보였다.
객실에 짐을 놓고, 밤 수영을 하기 위해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달을 바라보며, 배영을 하는데
그날 밤의 그 기분은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황홀했던 밤이 지나가고 발리에서의 첫 아침이 찾아왔다.
조식을 먹고 한번 더 수영을 한 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오전을 보냈다.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 공항에서 소액만 환전을 해, atm에서 돈을 인출한 뒤 우붓행 버스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를 기다리며 여행자의 거리를 구경하다 밥을 먹고 우붓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 옆자리에는 인도네시아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함께 앉았는데,
가는 내내 심심하지 않게 말도 잘 걸어주시고,
다음날 집으로 초대까지 해주셨다.
다만 남편분이 나랑 이야기하다, "내일 시간 괜찮으면 우리 집으로 놀러 와요 ^0^" 라고 먼저 말씀해주신뒤,
그 다음에 아내분에게 "괜찮지?" 라고 허락을 받으셨는데
아내분이 멋쩍은 표정으로 "당신이 괜찮다면 야.. ^^;;;" 라고 대답하였는데 마음에 걸려,
초대는 감사하지만 호텔과 거리가 멀어서 힘들 것 같다고 죄송하다며 거절하였다.
그래도 두 분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우붓까지 도착하였고,
버스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가려는데 호텔을 찾아 걸어도 걸어도 호텔이 안 보이는 게 아닌가?
40분 즈음을 걸었을까? 걸어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택시를 타고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지역을 이동을 하고 짐을 끌고, 오래 걸어서 많이 지쳐서 일까?
호텔에 도착한 뒤 모든 게 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꾸따에서 우붓 호텔까지 오는 택시비나 내가 버스를 타고 여기서 택시를 탄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주고 편하게 올걸.
버스를 3시간이나 기다리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 내 선택이 너무 후회가 됐고
예약한 호텔은 사진과 똑같았지만, 전 날 있었던 호텔과는 너무나도 비교가 됐다.
청결도 위치도 모두 그저그랬다.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났고, 오후 1시에 점심을 먹고 아무것도 못 먹어 배가 고픈 상태였는데,
한 밤중에 식사를 하러 갈만한 곳이 주변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날 너무나 화가 나게 만들었다.
날은 어둡고 배는 고프고, 갈 곳은 없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파는 캔 콜라 2개를 사서,
우붓이 극 중 배경으로 나온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다시 보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 눈을 뜨니, 어제의 화는 누그러지고,
모든 것들이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꾸따에서 우붓까지 버스 안에서 부부를 만나, 우붓까지 오는 길이 즐거웠으며,
숙소는 어젯 밤 어두웠을 때 본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으며, 사람들은 너무나도 친절했고,
사장님의 따님은 너무나도 귀여웠으며,
직접 만들어주신 토스트와 과일은 너무나도 맛있었다.
하룻 밤에 3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비해 숙소는 너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보다 잠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았다.
주인공 리즈는 이렇게 말한다.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떄,
그게 집이든 감정의 응어리든, 외면의 것이든 내면의 것이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났을 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모습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
나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지쳐,
새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과 이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에 도피하듯 떠나왔는데,
여행에서 혼자있는 시간과 일상이 반복되니 어딜 가던 너무 심심하고 모든게 단조롭게 느껴졌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 친구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나에게 사기 치지는 않을까? 혹시 소매치기를 하지 않을까?
늘 경계심을 갖고 사람들을 마주했고,
아직은 내 스스로 변화를 할 준비도, 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용서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사실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