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출발 예정인 호치민행 버스는 3시간 지연 후에 도착하였다.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버스는 소수의 사람만 태우고는 떠나버리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참아왔던 짜증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당황한 회사 직원은 버스 기사에게 연락했고, 버스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또다시 버스가 가버릴까, 서둘러 먼저 타길 원했고
나도 기다리는 중에 버스가 떠날까 걱정하며 짐칸에 가방을 넣고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40분이 지나고 버스는 모든 사람을 태우고 드디어 출발하였다.
이동 중,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잠에서 깼다.
버스는 한 밤 중,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도로에 멈춰있고 기사님도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버스 안에 화장실은 없고, 문은 닫혀서 나갈 수는 없고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입구 쪽 계단에 쪼그려 앉아 기사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 같이 급한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쳤고,
결국 기사님 좌석 옆 문을 이용해 버스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암흑 같이 어두운 새벽 거리에는, 우리의 인기척을 들은 개들이 우릴 쫒아오며 짖어 댔고,
그로 인해 개 주인이 나와, 우린 그에게 부탁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다시 버스로 돌아와 잠을 자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옆에 누운 아저씨의 코골이가 내 귀에 때려 박힌다.
버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저씨의 코골이는 버스를 울려댔고, 아저씨 옆에 있을 자신이 없어
다시 버스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버스는 호치민에 도착하였고, 오토바이 택시기사와 흥정한 후에,
기사님의 흠뻑 젖은 겨드랑이를 말릴 만큼 매연과 함께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은 뒤 호텔에서 쉴 수 있었다.
호텔에서 쉰 다음, 유명한 쌀국수집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
유명한 과일주스 집에 가서 과일 주스를 마시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한국 예능을 보다,
다시 데탐 거리에 나가 저녁을 먹고 여행사에 가서 투어를 예약하고 호텔 로비에서 인쇄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쓰는데,
갑자기 직원이 모든 불을 끄는 게 아닌가? 그리고, 등장하는 생일 케이크
근무하는 직원이 생일이어서, 로비에 있던 손님들과 직원들이 함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지난번 발리행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형식적인 손님_직원 관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에 스며들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생일을 축하해 준 뒤 약간 허기가 져서 허기를 달래고자 거리를 걷다,
운이 좋게 음식축제를 하는 걸 발견했다. 축제에 맛있는 음식이 많아, 오늘도 먹고 맛있어서 내일도 방문했다.
다음날은 투어를 통해 통일궁과, 노트르담 성당 등 시내를 반나 절 구경한 뒤
혼자 정처 없이 호치민 시내들 돌아다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호치민에 밤이 찾아오자 일루미네이션 장식으로 도시 곳 곳이 빛나고 있었다.
아침이 찾아오고, 투어를 이용해 까오다이교 사원과 구찌 터널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들어보지 못 한 까오다이교는, 도교, 불교, 기독교, 유교, 이슬람교 및 민간신앙이 혼합된 베트남의 신흥 종교로 예배시간에 맞춰 방문한 우리는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무교인 나로서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자신이 믿는 그 어떤 것을 믿고 숭배하는 신도들의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어떤 종교를 구분하지 않고,
누군가를 믿음으로서 자신을 좀 더 이롭게 하고,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자신의 바람을 한번 더 되짚고, 잘못을 이해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은 어느 종교에나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점심 식사 후 구찌 터널에 도착했을 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고, 맨발로 터널을 돌아다녔고 옷도, 신발도, 모든 게 다 젖긴 했지만
호치민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