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따라, 그르노블에 도착했다.
큰 도시이지만, 파리처럼 많은 호스텔은 없었다.
주변에 보이는 호텔들은 내 예산으로는 절대 머물기가 힘들었다.
카페나 레스토랑은 이미 문을 닫았고, 술집도 새벽 2시까지만 영업한다고 적혀있었다.
우리 동네의 롯데리아는 24시간이어서, 늦은 밤에도 줄곧 이용한 게 떠올라 맥도날드를 찾아 헤맸다.
맥도날드를 찾는 도중, 가까이 보이는 건물 안에서 배낭을 베개 삼아, 침낭으로 밤을 버텨볼까 시도했지만,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스키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평창 같은 이곳에서 1월, 한 겨울 밖에서 노숙을 하는 건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였다. 맥도날드를 찾아야만 했다.
밤 11시 30분, 기적적으로 맥도날드를 발견하였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운영시간이 24시간일거야.라고 희망했지만 30분 뒤인 12시에 닫는다고 했다.
옆에 앉아 있는 술에 취한 프랑스 여자에게, 혹시 저렴한 호스텔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골목을 지나 계속 걷다 보면 있을거라고 이야기 했다.
파리보다 숙박 요금은 훨씬 비쌌다.
순간 고민이 됐다. 호스텔에 가서 밤을 보낼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깐 아침까지만 참고 어디선가 노숙을 할까. 그러다 문득 여행을 떠나 기전 트레이너 선생님이, 효린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경찰서로 가!라고 한말이 떠올랐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술에 취한 사람들이 경찰서에서 하루 머문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만 어떻게든 버텨보자,라는 마음으로 나는 옆에 있는 술에 취한 프랑스 여자에게 경찰을 불러달라고 부탁하였다.
곧, 그로노블의 맥도날드에 프랑스인 여자 경찰이 나타났다.
나는 한국에서 여행 온 학생이에요.
나는 지금 사정이 있어 돈이 하나도 없어요
혹시 내가 경찰서에서 하루 잘 수 있을까요.?
지금 잘 곳이 필요해요.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경찰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하더니,
나에게 너 이곳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 여기서 기다려!라 하고 주변의 다른 일을 보러 갔다.
30분 즈음이 지나서, 다른 차가 나를 향해왔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사정을 이야기했고 그들은 추우니 먼저 차에 타고 있으라고 했다.
기다림 끝에 나는 노숙인 쉼터로 향했고, 가자마자 여권을 가져가며 취조 아닌 취조를 당했다.
순간 내가 잘못 선택한 건가 잠시 후회를 하기도 했다.
나와 이야기를 하던 담당자는,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줄까? 물었고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내가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고 몸짓 발짓을 통해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는 숙소의 규칙과 식사시간등을 알려주고 방을 안내해주었다.
취조는 무서웠지만, 방은 참 따뜻하고 안락하였다.
그렇게 그 곳의 따뜻함과 안락함에 반해
함께 머물던 사람들과 친해져 그곳에 4일간 머물며, 그로노블을 여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