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모으기 2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1년

by 모래알

2022년 12월 6일 <퇴근 후, 독립출판> 책을 발견하고 “55세까지 독립출판으로 책 한 권 내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책을 만들려면 글감이 필요했고, 바로 집 주변의 글쓰기 수업을 찾아보았다. 운명의 안배인지 근처 문화센터에 시와 수필 2개의 수업이 있었다. 시를 할까 수필로 정할까, 고민하다가 시로 정했다. 나는 돌려 말하기보다는 촌철살인의 말투를 사용하고, 구구절절 늘어지는 지루한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는 수필보다 글자 수가 훨씬 적으니까, 효율적으로 빨리 만들 수 있고, 당연히 힘도 덜 들지 않겠냐는 1차원적 생각이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모든 게 다 정해졌다. 나는 호기롭게 시 쓰기 첫 수업에 참석했다.


공대생 출신인 나는 시 쓰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도대체 상상이 되지 않았다. 호기심과 설렘, 낯선 여러 감정들을 품고 자리에 앉았다. 처음 접한 수업에서 나는 완전 시에 매료되었다. 수업의 분위기에 감동한 건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시인의 시 한 편을 누군가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했고, 선생님이 시를 해석했다. 이후 학생들은 미리 작성해 온 자신의 시를 각자 낭독하고 선생님과 모두 칭찬 혹은 조언, 교정할 것들을 이야기했다. 나중에 들은 것은 이런 형태가 합평 수업이라고 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사이로 언어들이 부드럽게 유영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시가 나를 꼭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매주 시 한 편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창작은 즐거우면서도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한 번에 쉽게 흘러나올 때도 있지만, 며칠을 고민해도 한 글자도 안 써지는 날도 있었다. 3다(多) –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기 – 이것만이 글쓰기의 정도라고 들었다. 마음에 드는 시는 필사를 시작했고(필사라는 단어도 처음 알게 되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유 글쓰기를 했고, 매일 책을 읽었다. 좋아하는 책 이외에도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많이 읽었다. 시클(하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 인생의 역사(신형철)는 지금도 반복해서 계속 읽고 있다.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려고 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글쓰기 싫은 날은 자주 나타났다. 글을 잘 쓰고 싶은 것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영역인 걸까.


매번 쓰고 싶다가 와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오가며 2년 동안 시를 써나갔다. 꾀가 많이 나는 날은 1~2주에 한 편만 써가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글감의 양이 늘어나서 한 해가 끝나는 12월이면 쌓인 글을 보며 흐뭇했다. 농부가 추수를 하고 쌓아놓은 곡식을 보며 뿌듯해하듯이 말이다. 2년의 세월이 지나고 또 변화가 찾아왔다. 번아웃 증상이 사라진 것 같았고, 이전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일과 글 둘 다를 할 수 있을지 스스로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시작은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의 반 타의 반 슬럼프 구간이 시작되었다. 혼자서 뭔가를 한다는 건 너무 힘들다. 아니면 일과 글을 병행하는 게 나는 힘든지도 모르겠다.


1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 쓰기는 정지상태이다. 머리로는 써야 한다고 하면서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퇴근하고는 유튜브나 TV를 보면서 뒹굴뒹굴할 뿐 점점 책과 글은 내팽개쳐졌고, 필사도 브런치도 모두 놓아버렸다. 잠깐씩 이래서는 안 된다고 정신을 차리고 며칠 쓰다가 다시 아무것도 쓰지 않는 날들,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나가 버렸다. 55세가 되기 한 달 전, 2025년 12월에 나 자신을 스스로 한심해하며 어떡할까 하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내년에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버리면 안 되는데. 그때야 잊고 있던 내 목표, “55세까지 독립출판으로 책 한 권 내기”가 떠올랐다. 그래!! 책 한 권을 내고 나면 알게 될 거야. 내가 글을 계속 쓸지 말지를. 내 인생의 첫 번째 책이 될지 마지막 책이 될지 한번 만들어보자. 결심하자마자 바로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나만의 책 만들기> 강의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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