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만남 : 평일 오후 낮에 학원 다니기.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시간이 남으니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다시 배우자 싶어 학원에 등록했다.
그런데 평일 낮 수업을 등록했더니 학생도 별로 없는 데다 학생들도 의욕도 없었다. 심지어 선생님도 의욕이 없었다. 툭하면 일이 생겼다면서 강의를 취소하고 보강해 준다고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한 달 겨우 다녔나.
네 번째 만남 : 주말반 학원 다니기.
그러다 4년 전에 다녔던 그 학원 말고 다른 학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취직을 한 상태라 평일에 수업을 듣는 건 불가능했기에 주말도 알차게 써볼 겸 토요일 아침 내내 하는 주말반 수업을 신청했다.
위에 적은 것처럼 그동안 프랑스어를 배우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기 때문에 기초적인 지식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기초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첫 수업에 10명 정도 되었던 인원은 한 달이 지나자 곧바로 반토막이 났다. 수업을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금방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첫 수업부터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수강생이 나와 비슷하게 열정적이고 프랑스어를 열심히 하려고 생각한 사람이라 죽이 잘 맞았다. 나는 학원에서는 사람들하고 친해지지 못하는 편인데 이 친구가 먼저 다가와 주어서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사람이 일방적으로 적극적이기만 하면 부담스러울 텐데 이 친구는 상대방도 잘 배려하면서 활달한 친구라 지내기 편했다. 그래서 학원 수업이 끝나고 같이 점심도 먹고 공부도 하고 밖에서도 따로 만났다.
그렇게 친구와 의지하며 6개월 정도 주말반을 다녔고 공부한 것에 대한 결과를 남기고 싶어 프랑스어 능력시험인 델프(DELF)를 보기로 했다. 선생님은 A2 단계도 합격할 수준이라며 A2를 추천하셨지만 나는 따로 공부를 안 하고 부담 없이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에 A1을 접수했고 아주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하지만 같은 반 수강생 중에 A2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는 분이 있다는 것을 봤을 때 나도 A2를 봐도 충분히 합격했을 텐데란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다. 델프는 시험접수비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성인이라면 웬만하면 A1은 잘 안 본다는데 괜한 헛짓거리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튼 A1을 취득하고도 학원은 다니긴 했으나 학원을 다니다 말다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학원은 과외가 아니라 그룹수업이기 때문에 반마다 수업 개설을 위한 최저인원이 있어야 강의가 개설이 된다.
그런데 프랑스어는 영어같이 사람들이 많이 배우는 대세 언어가 아니라 소수언어다 보니 반 개설을 위한 최저인원을 채우기 어려웠다. 겨우 채워서 반이 개설되어도 중간에 수업이 없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학원을 그만두고 또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