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걷기 (12) : 회현역-서울역-충정로역

일상을 낯설게 하기

by 세니seny

집에 올 때쯤 되니 해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 낮에 마셨던 막걸리 기운도 점점 떨어지면서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열심히 가을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서울 도심의 동네를 걷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지막엔 혼자 걸었다. 이게 인생인 건가?


짧은 서울 여행은 이것으로 끝. 하지만 앞으로 서울 여행을 좀 더 자주 해 보려고 한다. 내가 사는 우리 동네보다는 아무래도 과거 서울의 중심지였던 곳들을 좀 더 걸어보고 그곳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낯설게 하기'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가 보내는 일상은 회사-집-회사-집의 반복이자 매번 다니는 루트(길)의 반복이다. 그리고 자연과는 거리가 있는 높고 위압적인 아파트나 빌딩에서 하루를 보낸다.


삶의 무수한 날들이 ctrl+c와 ctrl+v의 반복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무기력하게 되고 삶의 의지가 없어지는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게 바로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이다.


출근길에 평소와는 다른 길로 돌아가보고 퇴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걸어와 보기도 하는 것.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어도 내가 가보지 않은 지역을 둘러보기도 하는 것과 같은 것들. 몇몇의 순간들을 낯설게 만들면 역으로 매일매일을 살아내야 할 때 평범한 매일도 소중하게 느낄 수 있고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 커다란 반전을 주기 위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돈과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한 일이니 지칠 때마다 매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인 서울을 여행한다면? 당일치기는 물론이고 하다 못해 2,3시간만으로도 그런 것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까지 아니, 날씨가 추워지더라도 한낮에는 괜찮을 테니 부지런히 서울을 걸어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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