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을 걸어보다
일행과 헤어진 나는 다음 달부터 수강할 프랑스어 수업을 위해 회현역에 있는 알리앙스에 갔다. 접수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도 지하철을 탄 다음 버스로 갈아타야 되거나 버스를 2번 환승해야 해서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해도 떠있고, 날도 좋으니 차라리 서울역까지 걸어가서 바로 신길역까지 가야겠다, 싶어 길을 나섰다. 그런데 걷다 보니 웬 고가도로 같은 게 나왔는데 자세히 보니 어느 광고에서 보았던 서울역 앞 고가도로인 거 같았다. 설마설마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니 맞았다! 지하철 탔으면 전혀 보지 못했을 건데 걸으려고 생각해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서울로 7017에는 커다란 화분들이 높여 있었다. 풀은 좀 메말라 있었지만 커다란 화분에는 내가 좋아하는 밴드 언니네이발관을 비롯해 다른 가수들의 노래 가사가 한 구절씩 새겨져 있었다. 가사로는 언니네이발관을 못 이긴다. 그리고 재즈밴드 같은 팀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곳곳에 피아노가 놓여 있어 지나가던 시민들이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외국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오후 네 시의 햇살은 눈부셨다. 나는 녹내장 환자니까 눈에 햇빛을 직접 쬐면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햇빛을 맞으며 걸었다. 때로는 그냥 그렇게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해서 서울역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라? 이 고가도로 그대로 가면 서울역을 그냥 통과해 버리네? 아마 중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줄을 그렇게 서 있던데 아마 그걸 타야 서울역으로 내려가는 모양이었다. 짧은 산책이 아쉽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기다리기도 귀찮아서 그냥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끝까지 갔더니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먼 길 말고 바로 지상하고 연결될 것 같은 짧은 길을 선택해서 내려갔다. 드디어 고가 탈출! 그리고 이제 거기서부터 집으로 갈 방법을 검색하니 서울역으로 가라고 나온다. 아니면 버스를 타라고 나오긴 하는데 복잡해져서 다시 여러 경로를 찾다 보니 여기서 10분만 걸으면 집으로 바로 갈 수 있는 2호선을 탈 수 있는 충정로역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걷기로 했다. 그렇게 먼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