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with 브로콜리 너마저)
'말'이 흘러나왔다.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주위에 사람이 없었던지라 가사가 반복되지 않는 그 첫 번째 부분까지를 혼자서 신나게 불러댈 수가 있었다.
너에게 할 수 없던 말들
너에게 할 수 없던 나를
하지 않았다면 좋을 말들
유난히도 파랗던 하늘
<말>, 브로콜리 너마저
오늘 하늘은 유난히 파랗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제가 더 파랗고 예뻤다. 지금은 흐린 빛의 하늘이었지만 목소리에 힘을 주며 유난히도 파랗던 하늘을 외쳤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파란 하늘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가다가 기아대교 전방 1km 전에서 멈추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제는 힘들었고 돌아가야 할 길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멈췄다. 마지막 노래인 '안녕'이 흐르고 있었다.
우린 왜 항상 이렇게 서로에게 잔인할까
손바닥을 들여다봐 이제는 비었는데
언젠가 우리 더 자란다면
이 온기가 전해질까 용서할 수 있게 될까
우리 힘들 때 했던 나쁜 말들은 잊어버리자
<안녕>, 브로콜리 너마저
대부분은 모든 사랑 노래가 남녀의 연애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잘 보면 중의적인 노래들도 있고 그런 의도로 쓴 가사가 아닌데도 우리는 그렇게 받아들여 버릴 때가 있다.
어떤 노랜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브로콜리 너마저 홈페이지 게시판에 누군가가 'OO(노래제목)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졌을 때 쓴 거예요?'였나 하여간 가사가 사랑에서 비롯된 거 아니냐는 글을 올린 걸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덕원님이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다, 알고 지내던 사람하고 있었던 일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난 그걸 보고 '그렇지. 모든 노래가 다 남녀의 사랑만을 부르는 것은 아니잖아? 왜 나는 그 틀에 갇혀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가사를 곱씹어 보다가 작년이었나 어느 어버이날에 카드에다 '우리 서로 나쁜 말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내용의 문장을 썼던 기억이 났다. 조금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에게 동생이라고 부르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전혀 감정적인 유대가 없고 미움만이 가득하며 어쩔 때는 연민마저 느껴지기도 하는 존재. 그저 입사지원서를 낼 때 가족관계를 쓰려고 엄마, 아빠의 인적사항을 쓰고 나면 써야 하는 그런 존재. 그 아이와 나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왜 그렇게 잔인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왜 서로에게 나쁜 말을 하게 되었을까. 그러나 이제는 또 그것마저 무뎌져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버린다. 그런 말을 들었을 당시나 그런 사건이 있었던 당시에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예 서로에게 무관심해져 버렸다. 사실은 지금도 무섭다. 내가 지금도 그 아이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그 아이는 계속 나를 싫어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는 끝났고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쉬고 싶어 져서 페퍼톤스의 노래 중에 짧은 노래를 고르다 보니 남반구를 골라 '이것만 듣고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슬슬 따라 부르기도 하다가 사람들이 자꾸 왔다 갔다 하는 통에 혹시나 해서 한쪽 이어폰을 빼고 노래를 작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두 눈을 감으면
남쪽의 파도 소리가 들려올거에요
<남반구>, 페퍼톤스
'남쪽의 파도 소리가 들려올거에요'라는 부분이 나오자마자 안양천을 따라 쭉 내려가는 1호선 지하철 철로에 때마침 지하철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파도소리를 들었다. 바다는커녕 자그마한 천이 흐르는 곳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