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려워 (2)

회사 화장실에서 울기도 쉽지 않네

by 세니seny

그리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나쁜 거다. 내가 왜 도대체 여기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고 나는 왜 또 그런 소리들을 내뱉고 있는 거지? 왜 멀쩡한 자리 놔두고 괜히 그만둬가지고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병X인가? 저들도 병X이지만 계속 욕하면서 여기 일 년 넘게 다니고 있는 나도 병X인가?


회사에 입사한 첫날 딱 알아보고 다음날부터 그냥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4대 보험이고 뭐고 그냥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히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코 푸는 척을 하다가 차라리 화장실 가서 소리 안 내고 시원하게 울고 오자 싶었다. 그리고 울고 나면 코도 빨개지고 화장도 지워질 테니 대비해서 아예 팩트까지 들고 화장실에 갔다. 그른데... 그른데...


울러 간 화장실은 만석이었다.


세 칸 모두 사람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벽 보고 뒤돌아서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고 있었다. 사람이 나와도 또 다른 사람이 들어가느라 도통 자리가 나지 않았다. 결국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가 그제야 자리가 나서 칸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지금은 나의 우주다. 변기 뚜껑이 마침 내려져 있어서 그 위에 털썩 앉아 소리 내지 않고 눈물을 막 흘'렸'다. 정확히는 눈물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렀'다. 한참 있었는데도 그치질 않았다.


그런데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세면대가 물이 잘 안 내려가서 그걸 고치러 수리공이 온 모양이었다. 밖에서 자꾸 '안에 사람이 있어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내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나?


하지만 거울을 보니 지금 이 상태로 자리로 돌아갈 순 없었다. 운 티가 엄청나는 데다 충분히 울지도 못했단 말야. 고민고민하다 비상계단 생각이 났다. 거기라면 사람이 없으니 괜찮을 거야.


그래서 눈물을 최대한 정리하고 팩트를 좀 두들기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 와중에 팩트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팩트를 거의 다 써서 아슬아슬하게 가장자리만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그래서 가장자리를 두들겨가며 조심조심 쓰고 있었는데 바닥에 떨어뜨리니 당연하게도 남은 팩트 분말이 바사삭하고 깨져버렸다. 헛웃음이 났다. 팩트가 곧 떨어질 거 같긴 해서 지난주에 새 걸 사두긴 했지만 이걸 최-대한 다 쓰고 아직 오픈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고오맙게도 팩트가 망가져버려서 이제 새 걸 뜯어야겠다 싶었다.


아무튼 깨진 팩트가루를 어떻게든 얼굴에 대충 뚜들기고 고개를 푹 숙이고 나와 비상계단으로 갔다. 바로 우리 층 앞에 있으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다른 층으로 가야 한다.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은 있어도 위로 올라오는 사람은 잘 없겠지 싶어 한 8,9층 정도에 올라가 있었다.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이제 이곳엔 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찬찬히 되돌아봤지만 결국 머리에 돌아오는 생각은 아까와 똑같았다. 여기서 어느 정도 추스르고 눈 충혈된 것도 좀 가라앉고 코도 빨간기가 가라앉으면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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