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은 발을 땅에 붙이고 살아간다
예상한 것보다 늦게 일어나서 씻고 바로 나왔다. 오늘은 12시부터 상영 시작이라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원래 극장 옆 코메다 커피(체인점)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서 좀 기다려야 하는 부쵸커피로 가기로 했다.
일본은 어느 동네나 그렇지만 특히 나고야는 이 조식카페 문화가 시작된 지역이라 조식메뉴로 유명한 카페가 여러 군데 있었다. 그중에 숙소-영화관 동선 사이에 있는 곳들을 들려보기로 한 것이다. 이미 저 멀리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네, 여기부터 오길 잘한 것 같다. 그나저나 모닝세트 주문 마감이 10:30인데 그전에 카페에 들어갈 수 있겠지?
다행히 시간 안에 입장했다. 미리 생각해 둔 메뉴를 시키고 기다렸다. 주말에 사람이 더 많다더니 이 작은 카페에 직원들도 거의 한 10명 되는 것 같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의 메뉴 구성이 잘 없고 특이한 문화라는 느낌 때문에 새로운 맛처럼 느껴지는 거다.
작은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어지럽지 않고 질서가 잡힌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장점이라고 하면 바로 이런 거지. 그런데 또 너무 전방위로 쪼아대서 그런가 반대로 틀을 벗어난 똘아이들은 정말 아웃 오브 안드로메다로 가 버리는, 알 수 없는 이웃나라다.
너무 오래는 앉아있을 수 없어서 배도 고프니 후루룩 먹고 브런치 써놓은 거 좀 보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극장까지 또 걷기. 아침에 목도리 챙기길 정말 잘했다. 은근히 걸어 다녀야 해서 건강 조심 또 조심. 안 그래도 코 찔찔이니까.
그리고 든 생각. 나는 왜 여행지에서 자꾸 일상을 추구하는가? 물론 여행을 오면 여행지의 낯선 곳들을 돌아다니는 게 가장 1차적인 중요한 목적이다. 그러려고 여행온 거니까. 그런데 요새 들어선 여행 와서 자꾸 일상과의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예를 들면 평소에 하던 수영을 똑같이 할 수 있는 곳이라던지, 낯선 곳이지만 평상시처럼 영화를 본다던지. 일상에서 하던 행위를 할 만한 곳을 여행지에 와서도 찾는다는 거다. 여행지에 녹아들고 싶은 마음인 걸까.
극장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여기가 프랑스인지 일본인지 한국인지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다. 내가 외국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 여기가 어딘지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지의 낯섦, 어려움, 힘듦,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힘이 된다. 내가 이 낯선 땅에서 잠시나마 발바닥을 붙일 수 있게 해주는 느낌.
낯선 곳에 여행을 온다는 건 발이 바닥에서 0.5센티미터 혹은 그 이상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그리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보는 모든 게 새롭고 자극적이다. 그래서 여행이 좋은 거다. 그러려고 여행을 오는 거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이지 계속 그러다가는 나 죽어요.
결국은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산다. 그 갭을 메꿔주는 게 바로 여행지에서 일상 찾기가 되는 게 아닐까라는 결론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