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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Feb 02. 2024

계속 그 자리의 별을 볼 수 있기를

BGM  <아직도 난>, 권순관

2014년 7월 6일의 기록.



     강원도 영월에 있는 별마로천문대에 갔을 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Q) 별은 어느 계절에
가장 잘 보일까요?

A) 겨울.



      왠지 별이 많이 보일 것 같은 시기로 보통 여름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의외로 여름밤에는 별이 잘 보이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갔을 땐 그야말로 한여름이었는데 하늘 상황이 조금 좋았던 편이라 별이 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이 '여름밤'이라 했을 때 '별'을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래도 여름엔 해도 늦게 지고 날씨도 덥다 보니 다른 계절보다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그러다 보니 하늘을 한 번이라도 더 올려다보게 돼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오늘은 반달이 떴는데 정말 똑 자른듯하게 딱 반이다. 반달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니 별로 추정되는 것들이 보인다. 여기서 '추정되는'이라는 단어를 쓴 건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처럼 보이는 것들은 거의 다 인공위성이란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생각보다 꽤 많이 반짝인다. 


     올해는 나에게 맞는 안약을 찾는다고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안약을 바꾸고 안압검사를 받았다. 약 하난 열심히 넣었는데 안압이 참 안 떨어진다. 그나마 이번에 양안 다 떨어져서 두 달 뒤에 전체적으로 검사를 다시 받고 선생님을 뵙기로 했다. 


     매달 병원에 가니 그걸 기점으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병원에 다녀오고 나면 '한 달을 더 사실 수 있습니다'라고 판정받은 기분이 든다. 당장 목숨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 병도 낫지 않는다는 점에선 불치병이니 병원에 갈 때마다 생의 한도를 연장받는 느낌이 든다. 관리가 잘 된다면, 그건 한 달에서 3개월으로 다시 6개월로 최종적으로는 1년 주기로 병원에 방문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병원에 다녀오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하면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동력이 되기도 한다.


     교수님은 친절해서 환자가 많은 건지 환자가 많아서 친절한 건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그 두 가지가 얽히고 설켜 있다. 환자는 많지만 그래도 개개인에게 신경 써준다는 느낌이 드는 교수님인지라 좋다. 안약의 부작용으로 눈썹이 두껍고 불규칙적하게 지저분하게 나니까 눈썹 고데기를 써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게다가 이제 토요일 진료를 안 하신다고 해서 선생님을 바꿔야 하나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병원에 자주 오지 말라는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남은 두 달 동안도 잘해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자. 두 달 뒤 시야검사에서, 그 자리의 별들을 볼 수 있기를. 생의 한도를 연장할 수 있기를. 







어려웠었지
맨발로 걷기만 했던
차가운 바람 불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잃은 날

난 망설였었지
돌아갈 곳은 분명했었고
아주 멀지 않은 저 뒤에는
날 기다리는
예전의 나, 편안한 집

돌아보지 않으려 해도
끝없는 그리움이 나의 발을 멈추고
좋았던 기억이 손 끝에서
굽이쳐 올라

떨쳐내려 눈을 감아도
날 외롭게 했던 시간들에
더욱 흔들리네 아직도 난

더 단단해야 해
끊임없이 난 반복하잖아
두 눈을 꼭 감고서
두 귀를 막고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 왔잖아
흔들리지 마
다신 의미 없는 어둠은 싫어
예전의 나, 익숙한 집

돌아보지 않으려 해도
끝없는 그리움이 나의 발을 멈추고
좋았던 기억이 손 끝에서
굽이쳐 올라

떨쳐내려 눈을 감아도
날 외롭게 했던 시간들에
더욱 흔들리네
아직도 이렇게 


<아직도 난>, 권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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