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movements>, 솔루션스(solutions)
2014년 6월 어느 날 써두었던 글입니다.
이 회사를 꼭 6월 이전에 나가자고 다짐했건만 그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왜냐고? 6월엔 본사에서 나오는 감사가 있고 그걸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나 감사를 여러 번 겪어본 재무팀 n년차 사원으로서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피곤한 행사라는 걸 알고 있다. 열심히 다닐 마음을 먹은 회사에서 이런 이벤트가 벌어져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미 마음이 뜬 회사에 자꾸 감사가 나오고 조사가 나온다면 말해 뭣하겠냐고.
나는 다른 회사에 입사할 수도 있었지만 면접 분위기 상으로 영 아니다 싶어 나에게 온 기회를 뻥 차버렸고 그 대가로 아직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6월이고 보통 7,8월은 취업시장에 있어 비수기에 속하므로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더라도 이 시기에 열심히 펌프를 넣어서 하반기를 노려야 한다.
이 바쁜 와중에 감사인들 간식을 챙겨줘야 해서 오늘은 좀 큰 슈퍼로 가보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간 뒤에 발견한 롯데 슈퍼마켓에는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 배달'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우리는 신나게 쇼핑을 했다. 실컷 계산하고 배달지 주소를 적으려는데 회사가 위치한 'OO동'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계산대에 계신 직원분이 'OO동은 안 돼요~'라는 날벼락같은 대사를 날렸다.
아까 사무실에서 나오는데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길래 사무실에 들어가서 우산을 갖고 나왔었다. 하지만 간식으로 비닐봉지를 3개나 가득 채운 데다 아까 사무실에서 출발할 때부터 시작된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당연히 배달이 될 걸로 기대하고 물건을 잔뜩 산 슈퍼에서 배달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비가 너무 갑자기 쏟아지니 택시도 안 잡혀서 결국 부장님께 픽업해 달라고 전화를 했다.
멍한 상태로 속절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그저 부장님을 기다리고 있는 그때, 어디선가 굉장히 익숙한 음악이 들렸다. 아니, 이 노래는...
밴드 솔루션스(The Solutions)의
2집 앨범 1번 트랙에 실려있는
<MOVEMENTS>였다.
이런 센세이셔널한 노래를 동네 롯데 슈퍼마켓에서 듣게 될 줄이야. 라디오도 아니고 분명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같이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동료한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에요'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조용히 음악을 듣기로 했다.
솔루션스는 전부 본인들이 만든 곡으로 활동하고 있고 멤버가 전원 한국사람이지만 주로 영어로 된 노래가사를 쓴다. 이 곡 역시도 영어로 가사를 쓴 노래인 데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 아니라 상대방의 공감이나 반응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어딘가로 움직일 수도 없이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우연히 이 곡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노래가 들려온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온전히 이 노래를 들어야 하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굳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음으로써 이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게 더 좋은 선택지였다.
가끔 이렇게 살다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 같은 것. 마치 오늘 오후에 급작스럽게 내렸던 소나기 때문에 부장님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걸 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시간처럼.
작년에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갔었다. 이 여행은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무려 통영-부산-울산-경주를 아우르는 3박 4일간의 국내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도시들은 개인적으로 여행을 갔다 온 곳이기도 했고 이 여행 자체가 엄마가 설계한 효도관광으로 나는 엄마의 부탁을 받아 도우미 역할로 여행을 간 것이기에 여행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언제 이렇게 시간을 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오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했다. (실제로도 이 여행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떠난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여행 일정 중 하루는 콘도에 숙박을 했는데 콘도 안에 있는 목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엄마는 치매 초기인 외할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여자들의 목욕이 끝난 후 먼저 객실로 올라갔다. 나는 아직 남탕에서 나오지 않으신 외할아버지가 나오시면 할아버지를 모시고 객실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핸드폰을 방에 두고 와서 남탕에 들어간 할아버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데로 이동도 못하고 그저 목욕탕 입구에서 할아버지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목욕탕 입구 앞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리면서 혼자 단어 그대로 정말 '멍하게' 앉아 있었다. 진짜로 '멍하니' 앉아 창 밖의 어두워지는 하늘을, 저물어 가고 있는 오늘 하루를 바라보았다. 그런 것과 같은 시간.
시간이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차게 내리던 비는 그쳤고 부장님은 빗줄기가 꽤 잦아들었을 때야 슈퍼에 도착하셨다. 내가 목욕탕 입구에서 앉아서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남탕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절대로 일부러 만든 시간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을 땐 그냥 그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그 시간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you are like a shining sun upon the sky
like a feeling of a little smile
hard to be unseen every day to all
but get attention everywhere you are
you’re on the planet spinning out of control
but never falling down on way you go
I’m gonna keep you close in way you are
I’m going everywhere you are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like a shining moon in deep blue sky
like a feeling of a wake up time
hard to be special every day to all
but get attention everywhere you are
you’re on the planet spinning out of control
but never falling down on way you go
I’m gonna keep you close in way you are
I’m going everywhere you are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I’m gonna keep you close in way you are
I’m gonna keep you close in way you are
I’m going everywhere you are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dance dance dance it’s a party)
we’re moving all around the world
won’t you keep me babe?
won’t you keep me happy babe?
won’t you keep me babe?
won’t you keep me happy babe?
<MOVEMENTS>, 솔루션스(The Solu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