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이가 들수록 배의 방향타를 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돌린다

by 세니seny

전직일기를 시작하며 쓰는 글.


나이가 들수록
배의 방향타를
돌리기 어려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삶이라는 배를 이끄는 방향타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한 바퀴 아니 반바퀴라도 반대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힘이 더 들어간다. 그러니까 서른 살의 나와 서른다섯 살의 내가 동일하게 삶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바꾸고자 할 때, 거기에 들어가는 힘은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왜냐고? 이미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서른 살은 아직 사회생활 초입이다. 이제 막 삶의 궤도에 올라탄 시점이라 서른다섯에 비해 (상대적으로) 궤도에서 빠져나오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서른다섯 살엔 궤도의 초입을 벗어나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결혼으로 인한 배우자와 자녀 부양, 노쇠한 부모님의 건강 문제라는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회계팀의 월마감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쏟아지는 졸음. 쏟아지는 졸음의 끝에서 든 생각이 바로 저 '방향타'의 개념이었다. 분명히 '나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점점 더 이 방향타를 돌리기 어려워지겠다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남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몰래 들어간 회의실에서 무거운 눈꺼풀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멍-함 속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래도 마흔 살에
이 사실을 깨닫고
방향타를 돌리는 거 보단...

지금이 낫지 않겠어?


나는 이곳에서 도망가는 게 아니다. 나는 단지 내 삶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이 배의 운전사로서, 그 방향을 조금 틀고자 하는 것이다. 어차피 어디로 가든 내가 타고 있는 지금 이 선박이, 나의 인생이 망망대해라는 바다에 떠있는 것은 똑같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다만 좀 더 수역이 얕고 파도가 덜한 곳으로 가느냐 아니면 파도가 세고 태풍이 자주 몰아치는 구역으로 갈 것이냐의 문제다. 단지 그뿐이다.


2022년 11월 1일.


시간이 나를 쫓아온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시간은 지금 나와 같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조급해지고 실수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은 나의 동반자다. 나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이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잘 데리고 갈지 고민해야 한다.


운전을 할 땐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중심이다.


청춘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 (Sing Street)>의 메인 테마곡 제목은 ‘Drive it like you stole it’이다. 아무리 차선을 잘 지키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방어운전을 해도 다른 차가 갑자기 들이받거나 끼어들기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조심하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러니까 운전을 할 땐 경찰(혹은 차주인)에게 붙잡히지 말아야 할 것처럼 앞선 차들을 쉭쉭 피해 가면서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운전해야 한다. 이땐 정말 핸들을 아무에게도 맡길 수 없다. 이 핸들을 책임지는 것은 오롯이 나다.


<Drive it like you stole it>, 영화 싱 스트리트 OST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곳곳에서 고난과 장애물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하나 주지해야 할 건 내가 방향타를 잡고 있다는 것. 방향타를 잡고 있는 게 나라는 사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