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혼자 추는 춤, 언니네 이발관
https://www.youtube.com/watch?v=qAYbP0uJiso
왜 이따위니 인생이 그지?
그래서 뭐 난 행복해
난 아무것도 아냐 원래
의미 없이 숨 쉴 뿐이야
나는 매일 춤을 추지 혼자
그래서 뭐 난 괜찮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그저 하루하루 견딜 뿐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난 꿈을 꾸지
여기 아닌 어딘가에 있는 꿈을
이렇게 춤을 추면서
거울을 보며 혼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른 나를 꿈꾸며
왜 이따위니 세상이 그지?
내가 살아가는 이곳엔
슬픈 일이 너무 많지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린 세월아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 있다
누구도 누굴 이해하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춤을 추면서
외로워 몸을 흔들며
서로를 그리워하며
아무도 몰래 혼자서
여기 아닌 곳은 어디라도 난 예
작은 희망들이 살아 있는 곳 예
슬픈 사연들이 더는 없는 곳 예
난 아무것도 아냐
원래 그래서 뭐 난 행복해
근데 미치겠어 너흰 왜
늘 그런 썩은 눈으로
사람을 쳐다보는 거니
예예예
나는 여기 아닌 곳에 있고 싶어
부디 워우어우 언젠가
이렇게 춤을 추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난 꿈을 꾸지
여기 아닌 어딘가에 있는 꿈을
작은 희망들이 있는 곳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곳
내가 살아가고 싶은 곳
누구도 포기 않는 곳
한 사람도
나 그런 곳을 꿈꾸네
누구도
그런 곳을 꿈꾸네
다들 여기 아닌 곳에 있고 싶어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곳에
끝까지 포기 않는 곳
누구도 포기 않는 곳
한 사람도
그런 곳을 꿈꾸네
누구도
그런 곳을 꿈꾸네
그런 곳을 꿈꾸네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 있다
부디 워우워우 언젠가
다 함께 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춤추며
<혼자 추는 춤>, 언니네 이발관
어제저녁에 끝내고 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 마감은 약간 여유가 있었고 밤에 전화영어 수업이 예약되어 있어서 다음날 아침에 와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니 원래 여유 있었던 스케줄이 그렇지 않음이 확인되면서 급하게 일을 마쳐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와중에 전표 하나가 덜 들어갔음을 발견했다.
나는 단순하게 '전표? 그거, 하나만 넣으면 되는 거잖아'라는 식의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난 어제저녁에 우리가 마무리하고 간 것으로 최종적으로 마감이 완료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CFO에게 보고 드리고 확인까지 마무리되어야 끝난 것이라고, 그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더 이상 숫자가 바뀔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팀장님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일의 갈등은 이렇게 한 가지 사안을 두고 미묘하게
(그것이 크던 작던) 다른 기준, 다른 생각을 할 때 발생한다.
팀장님한텐 그게 거슬렸던 거지.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그 태도. 팀장님은 대체적으로 좋으신 편이지만 나름대로 이상한 데서 고집을 피우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팀원)한테는 중요한 일인데 자신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그걸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우리를 오히려 아직 한참 멀었다는 식으로 보는 시선.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우리는 팀장님처럼 전체를 조망하기 이전에 당장 눈앞에 닥친 불부터 끄는 게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팀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고 팀장님은 그것 때문에 화가 났다. 내가 잘못한 거, 인정한다. 게다가 내가 요 며칠간 일하기 싫다고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이런 실수로 이어지고 말로 튀어나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팀장님에게 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생각했고, 얼른 자료를 준비해서 보고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내 자리로 돌아와서도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이걸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좀 괜찮으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팀장님이 하는 말을 잘 못 들었다. 그렇지만 평소에 아무도 대답 안 할 때, 허튼소리라도 결국 대답해주는 건 나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 팀장님은 자기 말에 대답을 안 했다고, 지금 자길 무시하냐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본인의 말을 무시했다 = 본인을 무시했다'라고 생각해 기분이 많이 나쁘셨는지 주위에 다른 팀원들이 다 보고 듣는 앞에서 나에게 말을 막 쏴대기 시작한다. 전에 팀장님께 조심스레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사람이 언제나 마냥 좋을 수 만도 없고 실수하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 혼나야 하는 건 맞지만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하면 뭐가 되겠냐, 회의실이나 이런 데서 따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여태껏 다른 팀원들이 불같이 화난 팀장님에게 혼날 때도 나는 눈치껏 잘 처신해서 절대 이럴 일이 없을 거라고 맹신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내가, 팀원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혼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내가 그걸 당하고 있었다. 다들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왜 팀장님하고 부딪힌 팀원들이 (우리 팀원을 비롯하여 다른 팀의 팀원들도) 어떤 면에선 팀장님과 얽히고 싶어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게 혼난 내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사과하고 넘어가는 게 빨리 해결하는 거니까 사과를 했다. 죄송하다, 이거 끝낼 생각에 집중하느라 못 들었다고 하며 마무리했다. 팀장님은 분이 안 풀렸는지 그러고도 한참을 더 씩씩댔다.
나는 10년 차 직장인이다. 이런 거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아니, 그래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표정의 대부분은 가려져서 견딜만하다.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제발 그만 좀, 이라고 생각하며 그 순간을 넘겼다. 팀장님의 폭풍 같은 포효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일을 하기 위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스크 안에서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하며 그 순간을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안돼, 콧물만은 절대 피해야 해. 시원하게 코나 풀고 오자 싶어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난 분명 코만 풀고 있는데 눈물샘이 꽉 차오른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그냥 울어버리는 거다.
하지만 난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후배 사원의 업무를 봐줘야 하고 같이 자료를 마무리해서 빨리 보고해야 한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울어서 시뻘게진 눈으로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도 없다. 눈물을 휴지로 찍어내고 물로 닦아냈다. 마스크로 눈까지 가려지지 않는 게 아쉽다.
어찌어찌 얼굴 마무새를 정리하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런 날은 팀장님이 더 예민하게 자료를 볼 게 뻔하니 나도 여기저기 계속 물으며 이게 맞는지, 차이에 대한 사유는 왜 그런 건지를 확인한다.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 상태에서 책 잡히기 싫으니까. 마지막 하나가 계속 원인 파악이 안 돼서 찾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것도 내가 실수한 거였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애초에 전표를 잘못 넣은 것도 내 탓이고, 팀장님한테 그런 말을 내뱉은 것도 내 입 관리 못한 내 탓이다. 요즘 머릿속에 ‘일하기 싫어’로 가득 찬 내 탓일 뿐. 자료의 내용을 정리해서 팀장님께 보고하러 갔다.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이것저것 보고를 했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가볍게 끝났다.
아침부터 한 소리 들어서인지 하루 종일 기분이 별로다. 하필이면 하늘도 거지같이 흐리다. 퇴근은 다섯 시지만 일이 좀 많아 초과근무를 할 거라 예상했고 그래도 목표했던 여섯 시 전에 할 일을 마치고 퇴근한다. 뭘 들을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도저히 신나는 걸 들으며 깔깔거릴 기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허무한 목소리의 대표주자인 언니네이발관이 떠올라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것’을 들었지만 뭔가 부족했다.
다음 곡으로 ‘혼자 추는 춤’을 틀었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생각했다. 내가 오늘 듣고 싶었던 노래는 이거였구나. 사람이 많은 버스 안이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다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없으니까. 단발머리를 묶었던 끈을 풀어 머리카락으로 온 얼굴을 가려버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푹 숙이자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나 잘한 거 없는 거 알지만 그래도 나에게 미안했다. 이런 거 편하게 말할 동료 하나 없는 것도 별로고 그냥 모든 게 다 싫었다. 아마 집이었으면 대성통곡했으려나? 아니, 오히려 혼자 있으면 울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긴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까,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반대로 눈물이 주르륵 나온 걸지도. 러닝타임이 꽤 긴 노래인데 노래가 끝날 때까지 혼자 끅끅거리며 한참을 울었다. 울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다. 아까 오전에 울지 못했던 것이 이제야 터진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지만, 이렇게 힘이 빠질 때면 이 일의 단점들만 찾아서 조목조목 되씹게 된다. 매월 마감할 때마다 야근하고, 남들은 연말연시라고 한 해 조용히 마무리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데 나는 그때도 야근하고 (그냥 야근하는 게 아니라 마감기한에 쫓기면서 여러 자료를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분명 몇 번을 보고 봤는데도 보고서에 틀린 숫자가 들어가 있을 때 철렁 내려앉는 마음과... 이런 걸 도대체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 이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져가야 하는 것들인데.
그래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