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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r 25. 2022

누군가에겐 한없이 소중한 사람, 누군가에겐 그저 타인

BGM  <あなた(그대)>、宇多田ヒカル (우타다 히카루)


あなたのいない世界じゃ

どんな願いも叶わないから

燃え盛る業火の谷間が待ってようと

守りたいのはあなた


그대가 없는 세상이라면

어떤 바람도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

활활 타는 지옥의 맹렬한 불의 골짜기가 기다리고 있다 해도

지키고 싶은 것은 그대


あなた以外なんにもいらない

大概の問題は取るに足らない

多くは望まない 神様お願い

代り映えしない明日をください


그대 이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대부분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많은 걸 바라지 않아 신이시여 부탁해요

바꾸지 않아도 되는 내일을 주세요


一日の終わりに撫で下ろす

この胸を頼りにしてる人がいる

くよくよなんてしてる場合じゃない


하루의 끝무렵에 쓰다듬어 내리는

이 가슴을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끙끙대고 있을 상황이 아니야


Oh ただの数字が特別になるよ

Oh 아무것도 아닌 숫자가 특별해지는 걸요


あなたと歩む世界は

息を飲むほど美しいんだ

人寄せぬ荒野の真ん中

私の手を握り返したあなた


그대와 걷는 세계는

숨을 삼킬 정도로 아름다웠어

사람이 없는 황야의 한가운데

내 손을 마주 잡았던 그대


あなた以外なんにもいらない

大概の問題は取るに足らない

多くは望まない 神様お願い

代り映えしない明日をください


그대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 없어

대부분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많은 걸 바라지 않아 신이시여  부탁해요

바꾸지 않아도 되는 내일을 주세요


戦争の始まりを知らせる放送も

アクティヴィストの足音も届かない

この部屋にいたい もう少し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방송도

액티비스트activist의 발소리도 닿지 않는

이 방에 있고 싶어 조금만 더


Oh 肌の匂いが変わってしまうよ

Oh 피부의 냄새가 변해버렸어


あなたの生きる時代が

迷いと煩悩に満ちていても

晴れ渡る夜空の光が震えるほど

眩しいのはあなた

-

그대가 살아가는 시대가

망설임과 번뇌가 가득하다고 해도

활짝 갠 밤하늘의 빛이 떨릴 정도로

눈부신 것은 그대


あなた以外思い残さない

大概の問題は取るに足らない

多くは望まない 神様お願い

代り映えしない明日をください


그대 이외에 미련은 남지 않아

대부분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많은 걸 바라지 않아 신이시여 부탁해요

바꾸지 않아도 되는 내일을 주세요


何度聞かれようと

変わらない答えを

聞かせてあげたい


몇 번을 물어봐도

변치 않는 답을

들려주고 싶어


なんと言われようと

あなたの行く末を

案じてやまない


무슨 말을 들어도

그대의 앞날을

걱정해 마지않아


終わりのない苦しみを甘受し

Darling 旅を続けよう

あなた以外帰る場所は

天上天下 どこにもない


끝이 없는 괴로움을 감수하면서

Darling 여행을 계속해요

그대 이외에 돌아갈 장소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어디에도 없어요


 <あなた(그대)>、宇多田ヒカル (우타다 히카루)








     언어를 공부하게 되면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실 정치, 경제는 어려운 편이라 드라마나 영화나 노래와 같은 문화 쪽이 비교적 관심을 가지기 쉽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지리적으로는 참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정 반대편에 있는 옆 나라인 일본의 말인 일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집에 아빠가 사다 놓은 일본어 교재 몇 권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들춰보다가 흥미를 갖게 된 것이었다.


     그전까지 내가 아는 외국어라곤 영어밖에 없었다. 알파벳을 쓰고 어순이 우리말과 전혀 다른 영어와 달리 일본어는 한자나 히라가나를 쓰긴 해도 우리말과 어순이 똑같았기 때문에 영어보다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더빙해서 방영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좋아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 그리고 마침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된 일본어 교실이 있어 거기서 처음으로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렇지만 일본 노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요즘이야 유튜브로 일본 음악은 물론이고 제3세계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아직 일본 문화가 전면적으로 개방되지 않았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 음악을 쉽게 듣기는 어려웠다. 유명한 가수들 이름 정도나 알았지 그 노래를 직접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어쩌다 가끔 들어본 일본 노래는 비음이 심해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기에 내 스타일도 아니었다.


      우타다 히카루는 워낙 유명한 가수라 이름은 알고 있었고 우연히 어디선가 듣게 된 싱글곡들이 전부 좋아서 한곡 두곡 듣고 있었다. 그러다 그 당시 4집 앨범이 발매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덜컥 앨범을 사서 전곡을 들었고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친구 중에 나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학교 전공도 일본어를 선택했고 첫 직장도 일본계 회사에 취직해 일본어를 쓰는 일을 했다. 그 친구가 대학생 때 인솔자 자격으로 어떤 행사에 참여해서 일본을 다녀온 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일본에서 선물을 사 왔다고 하면서 우타다 히카루의 1집 중고 시디를 내밀었다. 


     친구는 중고가게에서 사 온 거라 미안하다고 했지만 중고라기엔 너무나 깨끗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중고가게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라는 것도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친구가 사다준 1집 시디를 들으며 나는 우타다 히카루의 모든 노래를 찾아 듣고 그녀의 소식을 쫓아다니는 팬이 되었다.



     나에게 이 노랜 소중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듣게 되는 노래인데
특히 서로를 생각하는 연인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퇴근을 앞두고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그런데 복도에서 영업부 남자 직원이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말하는 내용을 슬쩍 들으니 아무래도 여자 친구와 통화하는 거 같았다. 일은 끝났냐는 둥, 그럴 거면 데리러 갈걸 그랬다는 둥 세상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직원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직원과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몇 달 전, 그 직원한테 전화가 왔다. 그런데 나한테 전화를 해서는 도통 모를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었다. 나는 회계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니까 보통 영업부 직원이 전화를 하면 계약서 양식을 달라던지 아니면 세금계산서 발행 시 문제가 없는지 등 계약이나 숫자에 관련된 것을 확인한다. 그런데 그 직원이 전화를 했을 땐 분명 한국말을 하는데도 질문의 내용이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외계어를 듣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한참을 멍하니 듣고 있다가 '근데 혹시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예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아차, 하더니 아니라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지?


     전화를 잘못 건 이유는 (추측이긴 하지만) 내가 찾아냈다. 그 직원이 하던 말이 우리말인데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건 그 사람이 물어본 게 우리 부서의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들렸던 몇 개의 단어로 추측해보아 RA팀(인허가팀) 업무 같았고 그 팀에 있는 직원한테 전화를 걸려다가 나한테 전화를 잘못한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나한테 전화를 해서 갑자기 생뚱맞게 다른 팀 업무를 물어봤을까?


    그러다 RA팀에 나와 외모가 비슷한 직원이 있음에 생각이 미쳤다. 그녀와 나는 키도, 체형도 비슷하고 머리 스타일도 비슷한 데다 둘 다 안경을 썼다. 그나마 하나 다른 점이라면 옷 입는 스타일이 좀 다르다는 정도? 그러니까 그 영업부 직원은, 그 직원과 나를 착각해서 나한테 전화를 해서는 실컷 그 직원의 업무를 물어본 거였다. 


     그 직원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사람을 헷갈렸다고 감싸주기엔 입사한 지 시간이 꽤 흐른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건, 평소에 나와 나와 외모가 비슷한 그 직원을 구별할 만큼 관심이 없어서 그랬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사과도 하지 않고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다니 괘씸하고 불쾌했다.


     말 안 하고 그냥 전화를 끊으면 모를 줄 알았나 보다. 아마 다른 사람과 착각해서 전화했다고 하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냥 전화를 끊었겠지. 하지만 나는 꽤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 건 잘 캐치한다고, 이 자식아. 나와 동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친해지지 않았던 그 직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해진다는 건 '서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니까 내 잘못도 크겠지만 괜히 심통이 났다. 


     그리고 그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했다. 퇴사할 때 특별히 친하지 않은 이상 그동안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 정도로 가볍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마지막 인사조차 나중에 결혼하면 연락하라는, 정말 정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말이었다. (본인이 곧 결혼할 예정이었나? 하하) 






     자신의 연인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무심한 나머지 사람을 헷갈려 전화를 잘못해놓고도 사과는커녕 그냥 전화를 끊었다는 그런 이야기. 내 얼굴이 평범하다고 해도, 신입사원도 아니고 같이 일해온 사람을 구분 못하는 건 뭘까? 그 정도로 타인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그 당사자에게 들키게 해서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다정한 사람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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