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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l 15. 2022

내 이름의 뜻을 생각해보다

자기 이름의 뜻을 알고 있나요?

     내 이름은 한 글자의 성과 두 글자의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씨는 조금 특이한 편이고 이름은 순한글 이름이 아닌 한자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에 하고 있는 전화영어와 전화일본어 수업에서 하루 차이로 자기 이름에 대한 유래나 뜻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이 나왔기에,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내 이름의 뜻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되었다.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성씨에 대한 얘길 먼저 해볼까 한다. 나는 성씨가 특이한 편이다. 요즘은 그나마 나와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방송에도 나오기 때문에 상황이 나아진 편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  성씨 가진 사람 실제로 처음 만나봐요' 말을 종종 듣는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무언가 다른 점이 있으면 그게 뭐가 되었든 놀리기를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는 단지 성씨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다. 나의 모든 별명은 내 성씨가 글자가 들어간 단어들로 대체되었다. 그런 놀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나는 기분이 상했고 그것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은 기분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하루는 엄마한테 이런 속상한 기분을 말했던 것 같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그 성씨를 가졌다는 것 때문에 놀림을 받아야 하느냐고. 엄마는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김 씨여서 내가 김 씨라면 놀림을 받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나는 엄마의 성을 따라 김 씨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성씨는 아빠의 성을 따라야 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속상해하고 있는 나에게 엄마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성이 평범한 사람들은
금방 기억 속에서 잊히겠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니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네 성은 특이하기 때문에
남들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엄마가 해 준 이 말이 꽤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뒤로는 내 성씨가 특이하다는 사실에 대해 놀림을 받아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럼 이제 나름의 내 이름 풀이를 해볼까 한다.



이름 두 글자를 각각 A와 B라고 하자.
내 이름은 한자 이름이라 각각 뜻이 있다.

A의 뜻 : 도와주다, 권하다 (짝이란 뜻으로도 검색되었다)
B의 뜻 : 빛나다



     예전에도 내 이름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A의 뜻을 ‘짝’이라고만 알고 있어서 한자의 의미를 해석해보니 ‘짝이 빛나다’길래 이게 뭔 말인가 했었다. 내가 빛나는 게 아니라 남을 빛나게 해 준다니... 왜 우리 부모님은 자신들의 자녀인 나에게 왜 이런이딴 이름을 지어줬을까 생각했다.


     이번에 다시 이름의 뜻을 찾다 보니 이 A라는 한자에는 '짝'이라는 뜻 말고도 '도와주다, 권하다'라는 뜻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해석해보니 '도와주고 빛나다'라는 뜻으로 내 이름을 새롭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도와주고 빛나게 하는 것인지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되어 그 대상은 불분명하지만 결국 A를 짝으로 해석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한자의 의미를 해석해보고 나니 처음엔 기분이 상했는데 곱씹어 볼수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 이름이 마치 나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내 이름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서는 걸 싫어해서 1인자보다는 2인자를 선호하는, 쉽게 비유하자면 반장보다는 부반장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일의 전면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직접적으로 빛난다기 보단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이게 '도와주고 빛나다'라는 뜻과도 통하는 면이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이름이라는 틀에 갇혀서 이런(?) 삶을 살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음양 사주팔자를 조합해 온 우주에서 나를 분석해봤을 때 나는 원래부터 천성에 이런 면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주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요새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는 건 사람은 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타고나는 부분도 있고 그걸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진 이름과 같이 '도와주고 빛나는' 사람이면서도 주어진 이름 밖으로, 내 힘으로 스스로 나아가고픈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름의 뜻이 이렇고 이러이러한 사람이니까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 라는 생각에 갇혀 지내지는 말아야겠다.






     만약 내가 내 이름을 지을 수 있다면 어떤 이름이 좋을까? 현재 내 이름은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발음하기에 어려운 편이기 때문에 발음이 쉬우면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영어 이름만큼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원래 쓰던 영어 이름이 있었지만 어렸을 때 책에서 보고 지은 이름이라 올드한 느낌이 있었다. 작년에 전화영어 수업을 시작하면서 수업에서 사용할 영어 이름을 정해야 했는데 그 김에 바꾸기로 했다. 고심 끝에 발음이 쉽고 음절이 길지 않은 이름을 골랐는데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영 입에 붙지 않는 느낌이다. 마음에 드는 영어 이름을 제2의 이름으로 삼고자 해서 아직도 내 영어 이름 찾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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