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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y 13. 2022

사원이었던 내가 어느새 차장이라니 (하)

난생처음 본 승진심사 인터뷰. 과연 결과는...?

'사원이었던 내가 어느새 차장이라니 (상)'편(https://brunch.co.kr/@lifewanderer/41)에서 이어집니다.




     승진심사 인터뷰는 월요일 오전이었다. 그래서 주말 내내 리더십은 무엇이며 소통은 무엇인지 등 예상되는 질문을 생각해보고 답변으로 말할 만한 내용을 찾아봤다. 거기에 우리 회사의 비전, 미션 등 중요 가치에 대해 외웠다. 나는 즉흥성이 떨어지는 인간이라 준비가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 더 긴장하며 준비를 했다.






     승진심사 인터뷰를 본다고 생각하니 입사 면접을 보는 것만큼이나 떨렸다. 입사 면접은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라는 마음도 있고 어차피 한번 보고   사람들일 수도 있기에 패기를 장착하고 면접장에 들어가서 면접에 임하면 된다.


     그런데 이건 이미 같은 회사에서  년간 얼굴을 맞대  사람들을 면접자로 만나야 하기에 입사 면접과는 달랐다. 다행히 면접관  나와 관계가 나쁘거나 사이가 껄끄러운 분은 없었다.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서로 갖고 있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는 면접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떨렸다.



   월요일 아침.
     결전의 시간이 밝았다.


     승진 대상자들이 여러 명이 있어서  개의 조로 나뉘었고 그중 나는  번째 조에 배정되었다. 우리 조는 3명으로 , 나와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 그리고 다른  동료  명이었다.


     인사팀에서 면접이 이루어질 회의실의 입장 순서를 정해주었는데 내가  처음 타자였다. 보통 면접관들이 질문을 하면 면접자 기준 왼쪽부터  번째 사람이 가장 먼저 대답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질문이 떨어지든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답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평소라면 회의가 있을 때 마음 편하게 설렁설렁 들어가는 회의실에 잔뜩 긴장을 한 상태로 입장해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일반적인 면접처럼 구구절절 내 이름과 자기소개까지 할 필요는 없다. 면접관께서 오늘 이 승진심사 인터뷰의 의의에 대해 설명한 뒤 앉아계신 임원분들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시작하신다.


    첫 번째로 질문하신 분이 '만약 동료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를 물어보셨다. 그런데 하필 바로 옆에 나랑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그녀는 이번에 나와 같이 승진 대상자여서 면접을 함께 했다-가 떡하니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이 질문이 나오고 있는 순간부터 답변을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같은 팀에서 일하는 직원 둘이 같이 앉아있는데 이런 질문을 하면 곤란할 것 같아서 그런지 갑자기 질문이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다시 새로 받은 질문은 업무를 진행하다 생긴 실패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는 것이었다. 하필 내가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라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왜 성공 사례만 줄줄 외웠던 것일까... 바보다) 만약 내가 영업사원이라면 계약을 따지 못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를 콕 집어 이야기하기가 쉬울 것 같은데 내가 일하는 회계/재무팀에서는 실패 사례라고 할만한 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껴졌다.


     회계팀에서 할만한 실패엔 뭐가 있을까? 세무조사에서  대응하지 못해서 세금을 왕창 때려 맞았다던가 기말감사에서 탈탈 털려서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던가 하는 극단적인 예시들만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결국 평상시에 회계처리를 잘못해 놓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회계는 원칙에 따라서 처리하고 예외사항인 경우는 확인해서 나중에 가능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처리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실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국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들은 평상시에  처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확률이 높다.


     여기서 얼마 전 팀장님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번에 기말감사를 진행하면서 내가 전표 하나를 잘못 입력한 부분이 발견되었고 바로 팀장님에게 보고하고 수정을 했다. 물론 내가 말을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당장의 화를 피하겠다고 말을 안 했다가 다음번에 더 나쁜 결과가 올 수도 있다. 또 일을 하다 보면 일이 잘 풀릴 때도 있고 실패하거나 실수할 수도 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그건 일단 일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기억이 났다.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도, 실패도 없겠지만 성공 또한 없다. 당장은 내가 실수한 것을 말하는 게 껄끄러워도, 발견했을 때 빨리 잘못된 걸 말하고 수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그때 내가 팀장님한테 이러이러한 게 발견되었다고 하며 죄송하다고 했더니 오히려 팀장님이 그런 걸 숨기지 않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었기 때문에 이게 틀린 행동이 아니구나를 깨달았고 이걸 예로 들어 답변을 마쳤다.


     그다음 질문은 다른 분이 하셨다. 일을 하면서 프로세스를 개선해 본 적이 있는지 혹은 앞으로 개선할 게 있는지를 물어보셨다. 과거에 개선했던 건 기억나는 게 없어서 올해 작성한 목표 중에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게 있어서 그 이야기를 풀어서 했다. 그랬더니 이게 내가 스스로 생각해내서 만든 개선책이냐고 묻는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혼자 생각해낸 개선책은 아니었다. 물론, 업무 상 챙겨야 하는 여러 가지 들 중 하나이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본사나 대표이사, 임원들의 생각이 그쪽에 전혀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회사의 기조가 무조건 '매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이 많이 무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매출은 물론이고 그 외 플러스알파를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출액, 영업이익, 부채비율 등 여러 숫자 지표와 재무비율을 보게 된다. 그러니 이제는 매출만 중요시할게 아니라 영업이익도 나야 하고, 채권회수도 잘 되어서 현금흐름도 좋아야 하고, 각종 재무비율도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우리 회사의 재무비율이 좋아야 신용보고서를 통해 건전한 회사라는 게 증명되면 입찰률이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매출이 올라갈 것이다. 이런 사이클의 반복이다.


     이렇듯 재무지표들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흐름을 탄다. 그렇기에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것은 문제처럼 보이는   가지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모든 항목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하나의 흐름을 타게 하려면 언젠가  번은 기존에 하던 방식을 버리고 과거와는 다른 프로세스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고, 그것이 올해의 목표  하나입니다,라고 끝맺음을 했고 다행히 대표이사님도  부분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 나랑 동료에게 공통된 질문이 주어졌다. 우리가 맡고 있는 업무가 아무래도 회계다 보니 원칙을 중시하는 부분이 강한데 예외사항이 있을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서 얘길 해달라고 하셨다.


     여태까지는 자리 순서  모든 질문에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내가 먼저 대답했는데 질문자분이 이건 동료 보고 먼저 대답하라고 해줘서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동료가 자신이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대답을 생각했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구체적인 사례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구체적인 한 가지 사례보다는 자주 발생하는 어떤 경우를 이야기하면서 회계 원칙은 이러한데 직원들은 그렇게까지 자세한 건 잘 모르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될 거라 생각해서 무조건 해주세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원래 승진심사 인터뷰 당일날 인사발령이 난다고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결재가 늦어지는 듯했다. 며칠이 지나고, 인터뷰를 봤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 즈음 퇴근시간이 다 되어 인사발령 공지가 났다.




승진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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