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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y 06. 2022

사원이었던 내가 어느새 차장이라니 (상)

과장이 되어 처음으로 승진 축하를 받고 승진턱을 내다

     나는 11년 차 직장인이다. 그동안 2번의 이직을 해서 현재 3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회사는 바뀌었지만 계속 재무/회계 업무를 맡아서 일해왔다. 사실 일한 연수에 비해 업무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러니까 팀장급도 아니고 세무조사나 감사 시 직접 조사관이나 회계사들과 대응할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회사 특성상 업무가 제한된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업무에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변명해본다) 


    첫 회사에서는 3년 정도 일하고 사원급일 때 퇴사를 했다. 거기서 1년만 더 다니면 대리급 승진 대상자였고 대리 승진은 무난하게 모두 진급하는 구조였지만 그때는 대리 승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회사 다니는 거 자체가 너무 싫었고 다 그만두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만두었다.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할 때는 사원으로 3년간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주임 직급으로 입사했다. 사실 요즘 주임이라는 직급은 잘 쓰이지 않는데(은행 빼고?) 그 회사는 쌍팔년도 분위기를 가진 보수적인 조직답게 아직도 주임이란 직급이 존재했다. 그러다 보니 보통 회사들은 사원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넘어가는데 이곳은 사원과 대리 사이에 주임이 끼어있는 형태라 사원으로 입사하는 경우 대리가 되는 데만도 8년은 족히 걸리는 회사였다. 


     두 번째 회사에서 2년을 근무하고 현재 근무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현재 회사는 주임이란 직급이 없기 때문에 대리 2년 차 정도로 입사했다. 현재 회사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지났을 때였나, 지난해가 마무리되고 새해가 되어 인사평가도 마무리되고 인사 개편 공지가 떴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사내 공지 메일에서 내가 과장으로 승진했음을 발견했다. 그 정도로 승진에 무심한 나였다. 


     어리벙벙했다. 언젠가 과장 승진대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했는데 나한테 별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듣고 나서 잊어버리고 있던 모양이다. 과장 직급까지는 큰 잘못이 없으면 자연스레 승진되는 구조여서 그렇기도 했다.



OO 대리님, 과장 진급 축하해요!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진급 축하해요'란 말을 들어봤다. 그런데 왜 여태까지 과장이 되는 동안 진급 축하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지? 가만히 돌이켜보니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두 번의 회사를 거쳐서 현재 회사까지 오는 동안 나의 직급 변화는 전부 이직할 때 동시에 이루어져서 한 번도 조직 내에 근무하고 있을 때 승진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직에서 일하는 중에 승진을 했기 때문에 지나가는 가벼운 말이라고 해도 축하의 말을 처음 들어봤던 것이다.


     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진급하면서 내가 가장 이상하게 느꼈던 건 내가 과장이 될 때까지 회사에 다닐 줄 몰랐다는 사실이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던 햇병아리 시절의 사수들이 과장님들이었기에, 맨날 "과장님, 과장님" 하며 끊임없이 그들에게 물어보고 많이 의지했었는데 내가 그 '과장'이라는 것이 되었다니. 난 준비가 안 된 거 같은데. 그때 과장님들은 얼마나 귀찮았을까. 그래도 나는 사수를 잘 만난 편이라 다들 친절하게 알려준 편이었다.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승진 축하도 처음 받아봤고, 승진턱도 처음 내봤다. 그때 마침 같은 본부에 나처럼 과장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3명 정도 있어서 본부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그 비용을 셋이 나눠서 냈다. 혼자 승진턱을 내려면 좀 부담스러운데 여러 명이 같이 승진하니 나눠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세월이 흘러 현 회사에서 근무 6년 차에 접어들었고 과장에서 차장급 진급 대상자가 되었다. 대리에서 과장 진급할 때의 느낌과 과장에서 차장 진급할 때의 느낌이 또 다르다. 과장급은 실무자의 느낌이 강한데 이제 차장급이 되면 관리자 마인드가 더 중시된다. 그리고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 때와 달리 진급 대상자인 것은 맞지만 승진심사 인터뷰를 보고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사원이었던 내가 어느새 차장이라니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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