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명의를 내 이름으로 변경하다 (상)

무언가를 책임지고 홀로 서는 것을 실행해보다

by 세니seny

초보운전자 시리즈가 예상외로 조회수가 좋길래, 운전과 관련된 글을 또 남겨볼까 한다.


처음부터 본인의 명의로 된 차를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족 구성원 중에 차가 있으면 그 차를 같이 운전하는 형식으로도 운전을 많이 시작할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기에 가족 운전자 한정 보험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내 몫의 보험료만 조금 부담하고 자동차를 운전해왔었다.



<초보운전자 시리즈>

1탄 : 초보운전 표시는 언제까지 달아야 할까?

2탄 : 초보운전자 딱지를 뗀 날, 나에게 벌어진 일





내가 운전면허를 딴 것은 2006년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로, 올해로서 4년 차 운전자가 되었다. 여태까지는 아빠 명의의 차에 가족 운전자 한정 보험으로 자동차 보험을 들었었다. 그런데 곧 보험 갱신 시점이 다가오기도 했고 실질적으로 이 차는 내가 전담해서 타고 있어서 아예 차량 소유주를 내 명의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내가 타고 있는 차는 2006년식의 오래된 국산 차이지만 아빠보다는 차량 관리를 더 열심히 한, 실질적인 차주였던 엄마가 잘 관리해온 덕에 외관도 깔끔하고 내부 상태도 좋았다. 마침 보험 갱신 때문에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길래 그 김에 차주 명의를 나로 변경하고 싶다고 했다.


아빠 명의로는 보험 가입 시점부터 지금까지 무사고여서 보험사 내에 가장 좋은 등급을 적용받고 있어서 보험료가 낮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 명의로 바꾸게 되면 내가 차주로서는 보험을 처음 드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보험료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바꾸겠다고 했고 이 기회에 부모님은 이 차에서 아예 손을 떼기로 해서, 가족 한정 보험이 아닌 운전자 1인 한정 보험으로 변경했다. 그랬더니 보험료 금액이 약 90만 원가량 나왔다. 그래도 각오했던 일이었고 올해 급여도 올랐으니까 이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명의변경을 하려고 생각은 했었고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나란 인간은 행동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명의를 바꾸게 되면 보험료를 온전히 내가 부담해야 하고, 차량을 인수할 때 드는 세금 등도 내야 하는데 그런 게 무서워서 피해왔었다. 일시적으로 돈이 한 번만 나가는 거면 또 모르겠는데, 매년 자동차세를 납부하고 자동차 보험도 납부해야 하며 차량 점검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이 모든 게 내 명의로 남아있는 한. 그 지속성의 무게가 싫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아빠 이름으로 된 차량에 가족 운전자 한정으로만 보험을 들고 있다가... 만약 내가 보험을 가입해야만 하는, 정말 어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쳐온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부모님도 한 해, 두 해 갈수록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때는 하고 싶지 않아도 당연히 차량 명의를 내 이름으로 바꾸고, 보험도 내 이름으로 가입해야 하겠지.


차량 명의를 바꾸지 않은 동안은 부모님한테 실컷 응석을 부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상황이 바뀌어 갑자기 닥친 이별에다 현실적인 세금 문제까지 겹쳐온다면 정말 배로 슬플 거 같았다. 그래서 여력이 될 때 홀로서기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30대 중반의 성인으로,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겨우 작년에서야 독립해서 혼자 살기 시작했고 이제야 내 이름으로 된 자산을 가지게 되면서 서서히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가고 있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산을 소유하는 기쁨이 생긴다면 거기에 따른 책임 또한 같이 부과된다. 비단 차량 관리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비용에 대한 지불까지도-세금, 보험료 등-도 말이다. 나는 그동안 그것이 두렵고 부담되어서 피해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번엔 내 명의로 바꿔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나를 지나가는 수많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다독이면서.


삶의 모든 것들이 그렇다. 사실 나는 이런 식으로 그동안 많은 것들을 피해 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임지는 게 두려워서, 무거워서. 막상 하면 또 잘하는데(?) 천성이 걱정과 겁이 많고 간이 콩알만 한 데다 실행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2022년 4월 7일 0시를 기점으로, 자동차 보험이 갱신되면서 부모님은 이 차량의 보험에서 빠지고 나만 단독 운전자로 가입되었다. 그리고 나는 자동차 보험에 신규 가입한 지 2주 안에 구청에 가서 차량 명의를 내 이름으로 변경해야 했다.


'차량 명의를 내 이름으로 변경하다 (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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