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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l 10. 2022

차량 명의를 내 이름으로 변경하다 (하)

자산 소유의 책임감과 기쁨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

'차량 명의를 내 이름으로 변경하다 (상)'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lifewanderer/244



      드디어 그날이 밝았다. 차량 명의를 아빠 이름에서 내 이름으로 바꾸러 가는 날. 보통 관공서에 가려면 휴가를 써야 하는데 오늘은 금요일이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휴가를 냈다. 나는 휴가라 하루 종일 쉬지만 오전에 일을 보고 오는 아빠를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구청에서 만나기로 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씻는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는다. 공부를 할까 하다가, 청소를 하기로 한다. 나는 집안 청소를 주 1회 하고 보통은 평일이 아닌 주말에 하고 있는데 오늘 미리 해두면 좋지, 뭐. 먼저 화장실 청소를 하고 방과 거실, 부엌 바닥을 닦는다. 다 치우고 아점을 배불리 먹는다.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요 며칠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바람도 불고 흐렸었는데 오늘은 날이 좋다. 특히 차 안에 있자니 벌써부터 슬슬 더워진다. 차에서 올해 첫 에어컨을 켰다.


     구청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빠는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참, 내리기 전에 주행거리를 알아가야 한다.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구청 건물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가서 일반 민원실이 아닌 별도로 분리된 자동차 등록 민원실로 향했다. 현장에 갔다가 허탕 치지 않기 위해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몇 번이나 검색을 했다.


차량 명의 이전 시 : 양도인과 양수인 모두 방문하는 경우

- 양도인 및 양수인의 신분증
- 약간의 현금(접수비와 공채매입은 무조건 현금 납부. 취득세를 현금으로 낼 경우는 대략 세금을 계산해서 현금을 미리 준비하거나 구청에 있는 ATM에서 현금을 출금해야 한다)
- 신용카드 (취득세를 카드로 납부할 경우.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도 납부는 되는 거 같았다.)
- 도장을 가져가야 되나 고민했는데 필요 없었다


     자동차 차량 민원실로 들어서니 나처럼 차량 명의를 이전하는 경우는 이전등록신청서와 양도증명서를 작성한 후 번호표를 뽑고 창구로 오라고 쓰여있었다. 신청양식을 꺼내서 이름과 신상정보 등을 적고, 가격 등 애매한 부분은 비워놓았다. 그리고 번호표를 뽑고 접수하시는 분께 작성한 서류와 구 자동차등록증을 전달했다.


홈택스 접속 -> 조회/발급 메뉴 -> 아래쪽 승용차 가액 조회 클릭
자동차 명 및 자동차등록증에 나와있는 형식번호 입력 후 조회하기 클릭 -> 연도별로 해당 승용차의 가액이 나온다


      매매일자는 오늘 날짜로 하는 거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다시 오늘 날짜를 적고 금액은 0으로 적었다. 어차피 세금이 매겨지는 가격은 홈택스 사이트 -> 승용차 가액 조회에 올라오는 금액이 기준 가격이 된다고 했다. (세금은 기준 가격의 약 7%) 매매에 체크하고, 양도인과 양수인 두 사람의 신분증을 검사한다.


     그리고 차량 번호판을 바꿀 건지 물어본다. 명의이전하면서 번호판 바꾸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 나는 어차피 가족 차량이기도 하고 차량번호가 바뀌면 보험사에 연락하고 관리사무소에 다시 또 말해야 하는 게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유럽풍 분위기의 차량 번호판이나 직사각형으로 긴 번호판인데 내 차는 2006년식 차량이라 녹색 바탕에, 차량번호가 두 줄로 표시되는 번호판을 가지고 있어 좀 촌스럽긴 하다.


     1차 서류 검증이 끝나고 옆에 있는 창구 여러 개에 순서대로 들르라고 했다. 1천 원 먼저 내라는데 이건 영수증도 안 줘서 정확히 무슨 비용인지는 까먹었다. 아마 접수비 같은 명목인 거 같다. 그리고 바로 옆 창구로 가니 취득세 고지서를 준다. 그리고 공채를 매입하도록 되어있는데 대부분은 이걸 만기까지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구입 즉시 매도를 한다. 그래서 공채 매도 관련 은행 서류도 하나 작성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신한은행 창구에서 꼭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공채 금액과 수입인지대를 납부했다. 취득세는 앞에 있는 기계로 카드납부를 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것 때문에 현금을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지만 별도의 카드 수수료가 나왔다. 그럴 줄 알았음 계좌에 돈이 있었는데 그냥 계좌이체를 할 걸 그랬나 보다.


차량 명의 이전 후 받은 영수증들 (2022.04)


     납부를 마친 뒤, 다시 번호표 뽑고 창구로 가서 납부한 내역 등을 확인한 후 문제가 없으면 차량등록증을 새로 발급해준다. 새로운 차량등록증에는 이제 내 이름이 찍혀있다. 서류 확인하고 문제없으면 끝난 거라고 했다. 번호판을 교체하지 않으니 더 간단하게 끝난 거 같다. 오래된 차라 그런지 세금 등 이것저것 해서 약 10만 원가량의 비용만 발생하고 끝났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내 차가 된 차에 아빠를 태워 본가에 내려드리고 나는 다시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날씨도 좋고 아직 시간도 오후 3시를 갓 넘긴 시간이라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엔 뭔가 아쉬웠다. 내 이름으로 된 차가 생긴 첫날인데 축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조금 에둘러서 드라이브를 하고 가기로 했다.


나의 첫 번째 차가 생긴 날, 내가 좋아하는 양재천 뚝방길 드라이브를 했다.


     이 동네로 이사 와서 발견한 것 중 하나는, 드라이브하기 좋은 양재천을 따라 있는 뚝방길이다. 신호등이 (거의) 없어서 천천히 달리기 좋은데 중간중간 계속 과속방지턱이 있어서 어차피 속도를 내려고 해도 낼 수가 없다. 그리고 양재천과 그 건너편의 가게나 동네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계속 길을 건너기 때문에 이 길에서는 속력을 내면 안 된다.


     오른편으로는 양재천과 나무들이, 왼편으로는 작은 카페나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일주일 사이에 벚꽃은 많이 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연둣빛 새순이 온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예쁘다. 하늘빛 또한 진한 여름의 하늘빛이 아니라 하늘하늘한 그야말로 파스텔톤의 하늘색이다. 연둣빛과 잘 어울리는 하늘색이다. 그렇게 실컷 학여울역까지 쭉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면서 드라이브를 마치고 서울 시내를 건너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괜히 차량 명의가 바뀐 첫날이라 의미부여를 해서 그런진 몰라도 오는 길에 사고가 날법한 순간도 있었다. 나는 전혀 보지 못했는데 왼편 차선에 있던 K5 차량이 갑자기 훅 들어오려고 했다던지(그런데 그 차는 그 뒤로도 계속 차선을 이리저리 휙휙 바꾸더라.. 그러다 언젠가 사고 날 듯)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류 상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그동안 나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책임을 지기 싫어서 미뤄왔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결심이 서서 마음을 먹고 명의 변경을 추진했다. 자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책임감과 기쁨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역시 부담도 된다.        


     다음번에 차를 바꾸게 된다면, 내가 사고 싶은 차를 직접 계약할 수 있도록 차에 대해 공부도 하고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당장 다음 달에 있을 차량 정기점검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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