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또 조심, 언제나 방심은 금물
(2022년 6월 시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나는 운전에 관해 몇 번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전에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었지만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상황이 애매하여 그냥 넘어간 경험이 있었고 아래와 같이 글로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공식적인 첫 번째 사고를 내고 말았다.
오늘은 지방 선거일로 공휴일이지만 회사 사정 상 업무를 해야만 했다. 재택근무를 해도 되고 회사로 출근해도 상관없어서 한참 고민을 했다. 재택근무를 하면 편하긴 해도 전날 노트북을 집까지 들고 왔다가 다음날 출근할 때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출근하면 점심 한 끼는 회사 돈으로 잘 먹을 수 있는 데다 사무실에 있는 큰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업무 할 수 있으니 효율이 좀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출근하는 게 조금 번거롭긴 해도 점심 잘 먹고 사무실에 우리 팀과 옆 팀 빼고 아무도 없으니 집중해서 할 일만 하고 오자! 란 마인드로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평상시처럼 버스를 타고 출근해도 되지만 회사 근처 노상 공영주차장이 공휴일에는 무료이기도 하고 요즘 운전을 안 한지도 좀 된 거 같아서 겸사겸사 드라이브도 하는 기분도 낼 겸 운전해서 가기로 했다.
아침에 밍기적대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서 출발했고 12시가 다되어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 그런데... 노상 공영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한 바퀴를 돌고 와도 자리가 없어서 다시 큰길로 나가서 한 블록을 돈 뒤에 다시 공영주차장 쪽으로 입장했다.
그런데도 자리가 없다. 이대로 돌면 자리가 없는 건데... 그러다 오른편에 작은 골목이 있는데 그쪽을 무심코 지나쳤다. 작은 골목이긴 해도 그쪽에도 주차선이 그어져 있었고 한자리가 빈 거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골목이 있는 줄 모르고 직진을 해버려서 지금 위치에서는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백미러를 보니 마침 뒤에서 오는 차도 없길래 차를 살짝 뒤로 빼서 자리 비었나 볼까? 하고 차를 뒤로 슬슬 후진하는데 나는 왼편에 주차되어 있는 차 생각은 못하고(후진을 살살했어야 했는데) 그냥 엑셀을 훅 밟아서 뒤로 돌진했던 거다.
퍽!!!!!!
나 이 소리 뭔지 알아... 그때 접촉사고 났을 때 부딪쳤을 때 난 그 소리잖아! 그래도 그땐 소리 난 거에 비해 양쪽 차량에 외상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 거였는데... 그래도 설마설마하면서 내려서 봤는데... 상대방 차량이 제대로 찌그러들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 차는 덜 찌그러 들었지만 상대방 차량은 정말 누가 봐도 누군가가 부딪치고 갔다는 걸 알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차주한테 전화를 해야 하는데... 여기다 차를 세워놓고 전화를 하면 이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 나올 수 있는지도 모르고 기다리느라 시간도 걸릴 텐데 애매해지니까 다시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면서 얼른 근처에 차를 대고 와서 전화를 하기로 했다.
다시 큰 골목 말고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겨우 빈자리를 찾아가지고 차를 댔다. 그리고 놀란 가슴 한번 쓸어내리고 내 차 뒤쪽도 사진을 찍어놓고 다시 아까 접촉사고가 났던 지점으로 이동했다. 상대방 차량 앞에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차량번호 0000 차주분 되시죠?
죄송한데...
제가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뒤에서 살짝 받았어요.
혹시 지금 어디 계세요?
그랬더니 그분이 마침 근처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중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큰일이라던데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내가 받은 차는 국산 소형차였다. 조금 있으니 차주분이 오셨는데 다행히 격앙되어 있지는 않았다. 의외로 침착하게 본인 쪽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자세하게 상황설명을 했다.
차량을 주차선 구역 안에 잘 주차해 놓았는데 다른 차가 운전자 쪽 범퍼를 살짝 받았다, 뒷부분 어디가 찌그러졌고 도색을 하네 마네...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당황한 나머지 어버버 하면서 '저는 차를 잘 대놨는데 다른 차가 와서 왼쪽 뒤쪽 범퍼를 박아서 찌그러졌어요'라고 겨우겨우 설명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분은 보험사에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자세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와중에도 나는 그런 태도를 보고 만약 내가 앞으로 이런 사고를 당하는 입장이라면 저렇게 침착하게 신고해야겠다고 한 수 배웠다. 보험사와 전화를 끊고는 본인이 평소에 다니는 공업사에도 전화해서 상황 설명을 했다.
사고 부위가 크지는 않아서 자기가 볼 때는 한 반나절이나 길어도 하루 정도면 수리가 끝날 거 같다고 했다. 아무튼 이 분도 볼일 끝나고 바로 이동하면 되는 건데 나 때문에 현장에 한 30여분 붙잡혀 있었다. 나는 미안함과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완전히 쫄아 있었는데 다행히 이 분이 크게 짜증을 내지 않고 최대한 감정 없이 젠틀하게 대해주셨다.
나도 사고 접수를 하고 보험사 직원이 10분~20분 사이에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 내 쪽 보험사에서 먼저 와서 사진을 찍고 상황 설명을 들었고 내 차도 확인해야 돼서 근처에 주차해 놓은 차 쪽으로 갔다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 안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즉 대인사고가 아니라서 조금 괜찮은 상황이라고 했다. 아마 보험료 할증까지는 안 될 거라고 했다. 내 차를 세워놓은 곳에 가서도 차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다시 현장으로 오니 상대방 쪽 보험사 직원이 와 있었다.
서로 접수번호를 주고받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나도 사고 접수서류에 이름을 쓰고 사인을 했다. 이건 누가 봐도 내 과실이 100%라 싸우고 말고 할 것도 없어서 다들 깔끔하게 확인하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지난번에 보험사에 신고하지 않은 접촉사고가 났던 것도 사실 이 공영주차장에서 그랬었다. 나랑 여기랑 악연인가...? 공영주차장이 아무래도 길가에 차를 대는 것이다 보니 일렬주차를 해야 하고 그 와중에 도로로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주차 난도가 높은 곳이었다.
아무튼
운전은 조심, 또 조심이다.
차량 운행에 지장은 없어서 주말이 되어서야 항상 가는 정비소에 갔다. 정비소 직원이 보고 사고 부위를 손으로 슥슥 만져보더니 상대방 차에서 묻어 나온 페인트만 닦아냈다. 그리고 범퍼를 갈려면 2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지난번에 내가 첫 번째 접촉사고를 냈던 하지만 엄마와 보험사에게는 말하지 않은 그 옆구리 부분을 엄마가 발견해 버렸다. 그래서 이거까지 다 고치려면 얼마나 드냐고 물었는데 여기가 직영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가격대가 꽤 나왔다. 사실 옆부분은 크게 티가 안 나기도 하고 차량 운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서 수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엄마가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꼭 정기점검을 하라고 해서 온 김에 정기점검을 받았다. 큰 문제는 없어서 에어컨 필터와 엔진오일만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후에 보험사에서 연락이 몇 번 왔었는데 상대편 차량도 수리를 맡겼으며 30만 원대 정도 가격이 나왔음을 알려주었다.
이것이 보험사에 접수된, 나의 공식적인 첫 번째 사고가 되었다. 사고를 내고 엄청 위축됐지만 사람들은 그나마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고 위로해 주었다. 앞으로는 자만하지 말고 앞, 옆, 뒤를 생각하며 운전해야지. 그리고 나 때문에 가만히 세워둔 멀쩡한 차량이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고도 크게 화를 내지 않은 상대방 차주 분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도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필요 이상의 화를 내지 않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