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고 후 60여 일만,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다시 만난 교통사고
요즘 운전을 자주 안 하다 보니까 감이 떨어진 거 같았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에 하던 바이올린 레슨을 토요일로 바꿨으니까 그 김에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 좀 해보자 싶어서 계획에 없던 차를 끌고 나왔다. 나는 보통 일요일에 본가에 갈 때만 운전을 하고 그때는 일요일 오전이라 도로가 상당히 한가로운 편이라 여태 별 일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내가 운전을 잘해서 그동안 사고 없이 다닌 걸로 착각했던 걸까?
저어기 앞에 보이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1차선으로 차선 변경도 잘했다. 이제 쭉 직진해서 우회전만 하면 되니까 룰루랄라 하면서 가고 있는데 앞쪽에 있던, 도로 오른편에 있던 오토바이는 생각도 안 했던 거지. 아니, 당연히 부딪힐 거란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
뿌악.
주행 중에 난 소리였다. 뭔가 뿌지직하고 깨지는 소리. 내 차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접히면서 처참히 깨져있었다. 유리는 바스러져서 조각조각 나있고.
뭐지? 부딪칠 만한 게 없는데? 뒤에서 누가 내 차를 받은 것도 아니고 다른 차가 끼어들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백미러로 보니까 저어기 뒤편에 오토바이가 두 대정도 보였는데 부딪칠 건 아무래도 그거밖에 없었다.
사이드 미러가 깨진걸 안 시점에서 오토바이랑은 한참 떨어진 곳이었지만 일단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서 저 뒤에 정차되어 있는 오토바이까지 걸어가 보기에는 다리가 후덜거려서 내리질 못하겠더라. 그래서 엄마한테 먼저 전화했는데 안 받고 아빠한테 해도 안 받는다. 이게 유리가 안 깨졌음 모를까 유리가 깨졌으니 차 운행도 못하겠고 서있던 오토바이랑 부딪친 거라 사고 신고를 해야겠다 싶었다.
얼른 보험사에 전화해야겠다 싶어서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접수하고 있는데 상담원이 상대방 오토바이는요? 하는데 어? 백미러로 뒤쪽을 보니까 없다. 아까 분명 두 대가 있었는데 두 대 다 없어졌다. 배달이나 퀵서비스를 하는 오토바이라 볼 일이 끝나서 갔나 보다. 그래서 사고 접수는 못하고 일단 견인차만 불렀다. 내가 가입한 보험엔 긴급견인 서비스는 다섯 번 할 수 있는데 사고지점으로부터 50km 내 이동은 무료라 했다.
차를 집으로 가져다 놔도 어차피 수리를 하러 다시 끌고 나와야 하니 내가 원래 자주 가던 수리센터로 가달라고 해야지 생각했다. 곧 견인차 아저씨에게도 전화가 왔는데 10분쯤 걸린다 했다.
내가 차를 세운 곳이 마침 우회전 구간이었다. 비상등 표시를 제대로 보지 않았는지 뒤에 오는 차들이 내가 안 간다고 뒤에서 계속 빵빵거렸다. 아니... 비상등 켜고 서 있잖아요. 알아서 잘 피해 가시던지 직진 신호 바뀌면 차들 좀 움직이니까 그때 내 차 피해서 좀 앞쪽으로 돌아서 우회전하면 되잖아요. 하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멀쩡한 차가(오른쪽 사이드미러 깨진 건 다른 차들 위치 상 보이지도 않을 테니) 여기 왜 서있나 하겠네.
엄마한테서는 카드결제 문자가 오는 걸 보니 장 보러 가느라 전화를 못 받은 거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다가 전화가 걸려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원래 가던 공업소에 전화를 했다. 토요일에 영업하는 건 알고 있는데 지금 가도 차를 맡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전화로 상활설명을 했더니 부품이 있으면 오늘 수리 가능하고 아니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늘 중에 수리가 다 안 돼도 일단 맡기는 건 된다 하니 목적지는 거기로 정하고 견인차를 기다렸다. 견인차를 기다리는 10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차들이 뒤에서 빵빵댈까 봐 계속 쫄아 있었다.
견인차 아저씨는 어느새 내 차 앞에 나타나 있었다. 나는 내려서 견인차로 옮겨 타고 아저씨가 견인차랑 내 차를 연결하고(약간 들어서 싣는 느낌?) 달리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한참 동료들과 무전을 하고 얘기하다가 내릴 때쯤 왜 사고가 났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이러저러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딪칠만한 게 오토바이밖에 없으니까 사이드미러는 오토바이와 부딪쳐서 깨진 거 같다고 했다.
아까는 도로변에 차를 임시로 대놓아서 위험하길래 내려서 보진 않았는데 공업소 도착해서 보니까 사이드미러 바깥편에 약간 거무튀튀한 게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오토바이에서 묻은 것 같다. 기술자분이 부품 공급처에 전화해 보더니 부품이 있다고 확인되어서 3시에 마감인데 그때까진 될 테니까 마감 전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자차보험으로 처리하려면 최소 20만 원은 넘어야 하는데 약 17만 원 정도 나와서 그냥 내돈내산 했다. 아까 보험사에 견인 접수를 해놓고 차 안에서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더 이상 브런치에 운전 관련 소재거리 만들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 사고가 나는 거지? 웃펐다.
원래 차를 끌고 나온 목적은 바이올린 레슨을 가려고 했던 거라 엄마가 수리센터로 나를 데리러 와서 바이올린 레슨에 데려다주었고 본가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니 차 수리가 다 끝났으니 픽업해 가라는 전화가 와서 수리센터로 갔다.
이제 본가에서 가져온 짐도 싣고 출발하려는데 어라? 왜 시동이 안 걸리지? 내가 드라이브를 잘못 놓고 시동을 켰나? 아닌데? 내가 아까 사고를 내더니 뭐에 씐 건가? 그래서 아직 안 간 엄마를 다시 불렀다. 아무래도 시동이 안 걸리는 게 이상하다고. 그런데 베테랑 운전자인 엄마가 해봐도 안 걸린다. 이건 문제가 있다.
기술자를 다시 불러보니 이 분이 해도 시동이 안 걸린다. 엄마가 몇 번 해봤을 때 락이 걸린 거 같다고 하더니 기술자도 똑같은 말을 한다. 난 처음 들어봤다... 락이 뭐야... 그게 뭔데... 'lock'이라는 거 보니 뭔가 잠겼다는 거 같긴 한데. 별일이 다 있네.
기술자분들이 여러 명 와서 이거 저거하고 막 열쇠를 꽂았다 뺐다 하고 드라이버를 가져오고 한참 씨름을 하다가 시동이 걸렸다. 원인이 뭐냐고 했더니 오래된 차량이라 키 꽂는 키박스 자체가 인식이 잘 안 되는 일이 있다고 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결론적으로는 키 꽂는 곳 전체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핸들까지 다 들어내야 돼서 수리비가 꽤 나올 거라고 했다. 그나마 수리센터에 있을 때 락이 걸려서 망정이지 도로 한복판이나 낯선 장소에서 시동이 안 걸렸음 어쩔 뻔. 안 그래도 아까 부딪치고 나서 운전 트라우마 생기겠는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제발 브런치 소재거리 좀 그만 제공해 줘... 이렇게까지 많은 걸 겪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리고 조심조심 운전해서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야 좀 경황이 돌아온 듯하다. 그런데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하지 않은 게 계속 찜찜함으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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