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팀 근무 11년 차, 처음으로 인턴을 맞이하게 되다
<이것은, 인턴 맞이 일지입니다> 시리즈는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턴사원
: 회사에 정식으로 채용되지 아니한 채 실습 과정을 밟는 사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전적인 정의와 달리 현실에서는...?
정식 채용 전에 수습사원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채용 전환형 인턴)
채용과 무관하게 회사 입장에선 회사 홍보나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게 할 직원을 고용하면서
지원자에게는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도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인턴이란 제도가 꽤 활발하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은 거 같다. 내가 취업하던 10년 전만 해도 인턴이라는 말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에 한해서 인턴 제도가 구축되어 있었고 일반 기업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거 같다. 물론 산학협력 형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체계적이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취업난은 심했고 인턴 경험이든 무언가 일해본 경험은 있는 게 좋다고 해서 인턴을 지원했지만 전부 불합격을 받았다. 다행히 업무 관련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력 없이, 정말 쌩 신입사원으로 100여 군데 정도 지원해서 최종 합격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껏 내가 근무한 세 곳의 회사에서는 인턴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것은 재무팀이라는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재무팀의 경우, 숫자를 만지기도 하고 돈이 오가는 작업이 필요한지라 인턴이 와도 실제 업무를 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를 준다는 건 책임도 가져가야 하는 건데 인턴한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일을 주기가 난감한 것이다. 물론 인턴 입장에서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다 경험해보고 싶겠지만 말이다.
작년부터 우리 회사에서도 어느 대학교와 연계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니라 그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 중 그들이 원하는 포지션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포지션이 일치하면 인턴십을 하게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우리 팀장님은 이런 건 좋은 기회라며 무조건 해봐야 한다면서 작년에도 신청하셨지만 조건이 안 맞았는지 우리 팀에는 인턴이 배정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겠다고 하시면서 강한 의지를 불태우며 신청을 하셨다. 그 결과! 우리 팀에도 인턴이 배정되었다.
팀장님이 인턴 운용 관련된 것은 본인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말이나 좀 걸어주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인턴 학생이 인턴십 관련해서 학교에 꼭 제출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알아서 일이나 교육을 시키도록 되어있다고 했다. 즉, 우리가 어떻게 할지 프로그램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인턴은 월~목 오전에만 출근하는데 내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왠지 말을 걸어주어야만 할거 같은 부담감. 첫 출근한 월요일에 한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신상을 좀 털었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엔 팀장님께서 월요일은 본인이 알아서 할 테니 나머지 화, 수, 목은 우리 팀원 3명이서 자유로운 형태로 꾸려보라고 하셨다. 이게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야. 부랴부랴 다음날인 화요일에는 어느 정도 아우트라인을 잡아야 했다.
사정 상 나랑 동갑인 동료는 빠지기로 해서 나랑 막내 사원 둘만 인턴 관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작년에 인턴사원을 받았던 다른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팀도 정식 업무를 주긴 어려워서 간단한 일을 시키거나 아니면 일주일에 한 개씩 과제를 줘서 조사해 와서 다음 주에 발표하는 식으로 인턴 운용을 했다고 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화, 수, 목 3일 중에 이틀은 나와 막내 사원이 각자 하루씩 맡아 본인 업무를 설명해 주거나 보여주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나머지 하루는 지난주에 부여한 과제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또 다음 주를 위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이 인턴 친구가 많고 많은 나라 중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온 데다 작년에 온 인턴 학생들도 아예 백인인 미국인이거나 한국인 교포 2세들만 왔길래 이 친구도 막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성씨도 한국성씨였다. 그런데 직접 물어보니 중국계 출신인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건 아닌 거 같았다. 미국에서도 종종 한국인으로 오해를 받는다고 본인이 말할 정도이니 한국인으로 봐도 무리 없어 보였다.
내가 인턴을 해본 경험도 없고 + 인턴을 맞이해 본 경험도 없으니 인턴과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져서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봤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인턴을 맞이한 사람보다는 인턴으로 직접 일한 사람들의 수기나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인턴을 맞이한 사람의 입장에서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부터 시작됩니다.
<이것은, 인턴 맞이 일지입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