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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l 20. 2023

이것은, 인턴 맞이 일지입니다 : 3편

인턴과 실제로 과제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

<이것은, 인턴 맞이 일지입니다> 시리즈는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2편에서 이어집니다.





     OT를 통해 앞으로 5주 동안 인턴이 해야 할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인턴에게는 각 주차마다 과제를 알려줄 예정인데 개요는 이미 1주 차 시작 전에 다 짰다.


<인턴 과제>

OT. 각자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인턴 기간 동안 진행방향

1주 차. Accouting Overview

2주 차. Structure of B/S, I/S and financial terms

3주 차. Closing process

4주 차. Compliance & Sunshine Act

5주 차. SOX  


     그리고 인턴이 과제를 준비하는 것과 별개로 인턴에게 내가 하는 업무 설명도 해줘야 한다. 이것도 어떤 순서대로, 어떤 업무부터 설명할지 계획을 잡았다. 


<나의 업무 소개>

1주 차. 회사 전체의 매출 흐름 소개 

2주 차. IFRS와 GAAP의 차이 (간단하게만 설명), 매출인식 조건 5단계 설명 

3주 차. 매출채권 관리, 자금 관리 (간단)

4주 차. 보고, Forecast, 예산 작업 



     인턴은 월~목요일, 오전에만 출근한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은 팀장님이, 그리고 화요일과 수요일은 막내 사원과 내가 각각 하루씩 맡기로 했다. 그리고 목요일은 지난주 목요일에 준 과제를 인턴이 일주일 동안 준비해서 발표하고 또 다음 주 과제를 부여하는 시간으로 하기로 틀을 짰다. 


     어느 정도 틀을 짜고 그대로 시행하니 할 만하다. 인턴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날짜 상으론 이틀이고 하루에 고작 30분에서 많아야 1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내가 하는 업무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건데도 영어로 말을 하려니 말이  안 나와서 미리 준비하는 시간도 따로 필요했다그래 봤자 하루 전날 할 말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영어 표현을 찾아두는 정도지만. 이건 즉흥성이 떨어지는 내 성격 때문에 그럴 수도 다.


     확실히 준비를 하고 말한 날과 준비를 안 하고 말한 날은 달랐다. 깜빡 잊고 준비를 안 한 날이 하루 있어서 즉석에서 말을 했는데 어버버버하다 끝났다.  뒤로는  미리 준비를 하고 하려고 했. 발표를 위한 준비 시간도 대략 30분 정도 소요된다. 


     인턴은 발표자료 준비 외에는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거라도 열심히 준비해 오는 거 같다. 최대한 내가 제시한 내용에 맞춰 준비를 해왔고 간단하지만 PPT도 만들어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이미 한국어로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인턴이 영어로 발표하는 거니까 대강은 알아듣는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있어서 신선했다.


     내가 다음 주 과제를 설명하거나 내 업무를 설명할 때는 화이트보드에 여러 가지를 그리고 써가며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인인 막내 사원까지 같이 회의실에 있는데 영어를 쓰고 있자니 내가 잘하는가 싶긴 하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열심히 했다. 나는 이상하게 외국어를 사용할 때만큼은 다른 때보다 뻔뻔해지는 거 같다. 어차피 난 외국인이니까, 틀리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내가 외국계 회사로 입사하게 된 건 이렇게 같이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사용해서 일을 해야 하니까 그걸 위해 영어공부도 하게 되고 영어 표현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니까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너무 작은 규모의 회사만 다니다 보니 여태까지 외국인이 1도 없었다.


     그리고 본사랑 말을 해도 그 사람들도 영어 원어민이 아닌지라 서로 대충 알아들을 정도의 말만 한다. 아무튼 내가 근 10여 년간 회사 다니면서 영어를 제일 많이 쓰는 게 요즘이다. 하필 인턴이 내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또 말을 걸어줘야 할거 같아서 하루에 한 번은 스몰토크도 한다.


     인턴은 오전 근무만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퇴근하기 때문에 그동안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다. 개인주의의 기운이 꽤나 강해진 요즘이지만 난 그래도 ‘밥 정’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하루 시간을 잡아 다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국인 3명에 미국인 1명. 인턴이 한국어를 못하니 대화는 영어로 해야 했다. 한국인들끼리 영어를 쓰려니 매우 어색하다. 그래도 자꾸 우리끼리만 한국로 대화하면 소외되는 느낌이 들 테니 최대한 노력해 본다. 코로나 때문에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동안 눈만 보고 대화를 했는데 밥을 먹어야 하니까 마스크를 벗는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친구는 인턴이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한 학기 더 다니고 졸업인데 졸업하고 나면 일자리를 구한다고 했다. 게다가 고등학교도 월반을 해서 빨리 졸업하고 collage에 입학한 거라 이제 만 스무 살이란다. 게다가 미국은 법적으로 만 21살부터 술을 마실 수 있어서 미국에선 술도 못 먹는다고 했다. 젊음이 부러웠다. 다시 넘어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 젊음이.


     CFO께서 인턴 끝날 때 줄 선물을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물건을 사서 주는 것도 좋겠지만 미국으로 출국할 때 짐이 될 수도 있고 해서 사진이나 영상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몰래 사진을 찍긴 했는데 많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그나마 남는 게 사진일 텐데. 그래서 마지막 주에 팀원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짧게 동영상으로 찍은 다음 이어 붙이려고 했는데 마감이라 정신이 없다 보니 뭘 찍을 새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몇 장 찍어둔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이것은, 인턴 맞이 일지입니다 :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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