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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Oct 30. 2022

만 서른X살의 생일을 맞이하며

특이했던 생일날 되돌아보기

2017년 4월 24일에 작성했던 짧은 문장.


여자는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 게 두렵다. 더 이상 생일을 맞이하지 않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면 생일을 조금 늦게 맞이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때뿐.

요절한 문인들 같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건 아닐까?
어떤 때는 나도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겠거니 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평생 안 될 것만 같은,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일 년 365일. 반복되는 하루들이 모여 일 년이 된다. 그중엔 기념일도 있고 생일도 있다. 어떤 날에 너무 의미 부여를 하면 또 부담이 되다가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인생이 재미없으니까 뭐라도 해볼까? 하게 된다.


     요즘엔 생일에 무덤덤해졌지만 조금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해야 하는 것처럼, 생일도 그런 느낌이었다. 생일을 혼자 보내면 불안한 느낌,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예나 지금이나 인싸 재질은 아니어서 생일파티를 하는 친구들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항상 서로의 생일 전후를 앞두고 만나는 친구 한 명을 빼고는 특별히 생일파티도 하지 않았다. 초, 중학교 때야 반 친구들 모아놓고 피자나 치킨을 시켜먹는 정도의 파티를 하긴 했었지만. (그것도 나중에는 맥도널드나 KFC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생일을 맞이하는 시점엔 불안감이 밀려온다. 내 생일은 7월에 있으니 나의 연력은 7월부터 시작한다. 2년 전에 브런치를 신청했을 때도, 생일을 앞둔 이맘때쯤 부랴부랴 한 거였다. 왜냐면 6월이면 나의 일 년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일 년이 끝나기 전에 뭔가 하나라도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 그동안 못해왔거나 미뤄둔 걸 이제는 좀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엄청 초조해지곤 하는 시기다. 


     올해 생일을 앞두고 그동안 기억에 남았던 몇몇 생일날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2008년 7월

부제 : 모르는 사람들과 생일 함께 보내기



     해 생일엔 아무 약속이 잡히지 않아서 혼자 보내게 생긴 날이었다. 일부러 약속을 잡을까? 싶다가도 평소에 연락도 안 하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연락을 해서 굳이 만나 하루를 보내긴 싫었다. 평일이면 평일이니까 약속잡기 어렵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는데 하필 생일이 딱 토요일이었다


     그런데 그날 마침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관련한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은 매달 열렸는데, 모여서 드라마 회차 2개 정도를 보고 뒤풀이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전부터 참여해볼까 고민은 했었지만 시간이 안되거나 막상 오프라인 모임을 나간다는 부담이 있어서 가보진 않았다.


      그런데 마침 딱 내 생일날 모임을 한다는 게 아닌가! 그래, 한번 가보자. 그럼 적어도 생일날에 혼자이진 않을 거 아니겠어. 오프라인에선 처음 보는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긴 해도 같은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랑 있는 거니까. 그래서 생일날 혼자 있기 싫어서, 라는 다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날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다른 달 모임과 달리 모임장, 나 그리고 또 처음 오는 다른 회원 한 명까지 해서 3명의 아주 조촐한 인원이 전부였다. 그래도 좋아하는 드라마라는 공통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았다. 낮에 모여 드라마 2회 차를 함께 보고 술집으로 이동했다. 모임장 언니가 술을 좋아하지만 하지만 그게 지나치지 않은 사람이어서 술자리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생일날 혼자 있기 싫어서 참석한 모임이었는데(물론 그들한테는 내가 생일이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의외의 소득으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뒤로도 꾸준히  모임에 참석하게 되며 그 드라마의 리뷰북을 만드는데도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 종영 후 텀이 길어지면서 매월 진행되던  모임도 횟수가 줄어서 1년에 딱 한 번 송년회만 했는데 거기에도 꾸준히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15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만나는 인연이 되었다.



2019년 7월

부제 : 생일날 혼자서 공연 보기



      나는 평소에 혼자서 공연을 잘 보러 다닌다. 하지만 내 생일이 있는 7월은 연말같이 공연이 많이 몰려있는 달은 아니다 보니 정작 생일 때는 공연 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2019년에 내가 좋아하는 노리플라이의 멤버 권순관이 내 생일이 끼어있는 기간에 작은 공연장에서 솔로 콘서트를 했다. 


     공연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연 보러 가는 날을 내가 고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생일날이 아닌 날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사정도 있었고 하다 보니 결국 생일날만 시간이 남았다. ‘생일 당일’에 ‘혼자’ 공연을 본다는 것. 평소엔 혼자서도 잘만 다녔는데 왠지 생일에까지 혼자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하니 좀 청승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생일날도 혼자일까? 그래 봤자 공연장에 있는 그 누구도 내가 생일인지 모르겠지만 기분 상 적어도 그날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날은 시간이 안돼서 생일 당일에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공연장에 갈 때까지도 기분은 좀 쓸쓸했지만 그래도 생일이니까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좋게 생각하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극장에서처럼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 세션들, 스태프들 이름이 화면에 지나가고 있었다. 공연은 끝났으니까 관객들도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댔다. 뭐지? 하고 화면을 보니까…


    공연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세션과 공연을 준비한 스태프들까지 이름이 모두 지나간 다음에 오늘 예매한 관객들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오고 있었던 이었다. 자기 이름을 발견한 사람들이 내는 '어, 어, 어 야, 저기 봐 봐, 내 이름 나와!' 하는 대화로 인해 앞사람들이 웅성거렸던 것이었다. 이럴 땐 성이 김 씨가 아니어서 다행인 나는(가나다순으로 하면 거의 끝이다) 얼른 동영상을 켜서  이름이 나오는 걸 녹화했다. 이게 나의 올해 생일 선물이구나, 생일날에 공연을 봐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생일은 어떻게 보냈을까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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