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 뒤, 예감은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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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뒤 어느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들은 이야기.
1년 전에 퇴사하겠다고 했던 막내가 이번에 또 퇴사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회사에 최종합격했다고 한다. 분명 나랑 지지난주에 말할 때만 해도 그런 언급 1도 없었는데 배신감이 든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이 어려워 보이는 개념을 내 멋대로 이해한 바는 다음과 같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나에 의해 생긴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내 우주에 이는 다른 요소(누군가)가 그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 우주를 빠져나가려고 하자 세계의 균열이 생기면서 그만큼의 업보를 내가 짊어져야 이 세계의 평형 상태가 유지된다는 그딴 이야기.
요즘 회사에서의 나는 꽤 평화로운 상태로, 딱 80% 정도만 채워서 일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게 가능한 것은 내가 하던 일 일부를 막내사원에게 넘겨주었는데 그게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턴한테도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나도 팀장님의 업무를 인계받을 걸 고려해서 일정 부분을 비워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런 나를 위해, 평화를 깨뜨려주고 긴장감을 조성시키기 위해 지금 이러는 거지, 막내야?
지지난주에 나랑 막내랑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울었다. 힘든 게 있으면 팀장님이나 너의 윗선임(=내 동료)한테 이야기해 보라고 조언해 주면서 야근 안 하는 게 베스트지만...
프로젝트성 업무를 할 때는
야근을 안 할 수가 없다.
이게 다 너의 경험이고
재산이 된단다.
지금 당장은 좀 힘들겠지만 힘내라고 조언을 해주면서 더불어 예전에 내 상사가 나한테 했던 얘기도 했다. 나도 그때는 이해가 안 가는 말이긴 했는데(일부러 야근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말) 그 말도 할까 말까 하다가 했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나랑 비슷한 거 같아서 그런 말이 나왔겠지.
나도 한때 퇴근시간에 엄청 집착해서 업무시간에 말도 안 하고 업무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난 적어도 일을 미루지는 않았다.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끝내놓고 갔다. 그런데 그렇게 압축해서 일하려니까 힘들긴 했다. 그런데 나처럼 똑같이 그러고 있길래 그러면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렇게 얘기를 한 거였다.
그러고 나서 지난주에 팀장님하고 얘기하자고 회의실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 나는 퇴근시간이라 집에 왔다. 오늘 팀장님이 나보고 얘기 좀 하자더니 막내가 퇴사 얘길 했다고 했다. 내가 먼저 나가려고 했는데? 이제 배울 거 다 배웠다 이건가?
작년 이맘때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어디로 이직할지 안 정한 상태였는데 감정적으로 그만둔다고 한 거였다. 그런데 이제는 몰래 이력서도 쓰고 면접도 다 봐놓고 어딘가 합격했다고 7월 말까지만 근무하겠다고 했단다. 사실 이직처가 없다고 하면 붙잡힐 수도 있으니까 뻥일 수도 있다. 물론 팀장님은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목요일까지 시간을 주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이미 그런 말이 나온 이상 퇴사는 기정사실이라고 본다. 몰려오는 일더미가 생각난다. 원래 내가 하던 일 회수는 기본이고 이럴 때는 일 도와주라면서 임직원 경비 보는 일도 내가 해야 되겠지? 막내 들어오면서 3년 전부터 경비업무 딱 끊어서 너무 좋았는데. 야, 나도 경비 업무를 10년 했어. 어디 3년 차가 도망가려고 해?
어쨌거나 성공, 커리어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그-저 편하게 일하고 싶은 거면 거기에 맞는 자리로 가면 된다. 그게 서로에게 좋겠지. 욕심 있는 사람이 비전 없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괴롭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니까.
다시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해도 8월이나 넘어서 올 테고 사람이 빈 기간과 적응기간까지는 내가 그 일을 해야 할 텐데.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다시 일을 넘기는데도 시간이 걸릴 테고 그것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연말이 된다. 그럼 나는 언제 나갈 수 있을까?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경비정산 왜 해? 이미 내 손 떠난 일인데. 그리고 옛날처럼 종이로 하는 것도 아니니 내 동료가 다 가져가야지. 자기 업보잖아. 내 일 바쁠 때는 위에서 도와달라고 해도 쳐다보는 척도 안 했는데 내가 왜 굳이? 난 내 일만 가져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아주 쪼금 편해졌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반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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