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퇴사를 선언한 막내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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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시 출퇴근 엄청 강조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다른 팀원들은 모르지만) 팀장님한테 주 35시간 제로 근무하고 싶다는 패기 넘치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기도 하단 말이다.
하지만 회식이라고 이렇게 멀리 나가는 것도 처음이었고 외국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합리성(1년에 한 번)이라면 충분히 회식에 참석할 용의가 있다. 어쨌든 막내는 팀장님과 그 대화 이후로 껄끄러우니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것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피하거나 정면대결하거나.
그리고 중요한 건 솔직해야 한다는 거다. 무례하라는 뜻이 아니다. 심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면 된다. 그렇게 거짓말하는 거 우리가 모를까?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첫 회사를 다닐 때 회사에서 큰 규모의 행사가 있었다. 나는 그 행사가 가기 싫기도 했지만 실제로 몇 달 전에 미리 예매해 둔 공연이 있어서 그 핑계를 대고 안 가긴 했다.
오늘도 출근해서는 똥 씹은 얼굴로 앉아있고 우리가 거는 말에는 엄청 작고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또래 사원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할 때는 시끄럽게 떠들고 웃고 소리를 낸다. 그래, 그렇게 해서라도 기분이 풀리면 다행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따로 불러서 얘기나 좀 하자고 할까 생각했었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몰라서 또 표정이 굳어 있어 보여서 말을 안 했었다. 그런데 나보고 먼저 아침에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길래 일단 따라갔다.
나하고도 이야기하고 동료 하고도 이야기한 모양인데 동료가 아무래도 옆자리에 있어서 편했던 건지는 몰라도 나랑 이야기한 것과는 내용이 달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결국 내 얘기만 한 거 같다. 내 경험은 이랬고 이랬고 이랬으니 앞으로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다고. 그런 태도는 그렇게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동료한테는 그만둔다고 했단다. 이런 사태의 최악의 결과는 흔하듯 퇴사일 거라고 생각은 했었기에 별로 화도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앞으로 세 가지 정도의 상황이 눈앞에 놓일 것이다.
1) 여기는 아닐 줄 알고 들어갔는데 역시 이곳과 비슷한 회사
2)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회사
마지막으로
3) 지금보다 더 나쁜 회사.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른 건 모르겠고, 당장 나 힘들 거 생각하니까 짜증 난다. 나도 퇴사보단 이직을 생각하는 중인데 이렇게 먼저 선수를 칠 줄이야.
다음번 공고엔 그냥 '회계팀 업무 전반'이라고 적어야겠다. 괜히 쓸데없는 말 적어서 희망고문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녀에 대해 실망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당연히 일이 늘어나고 더 어려운 일을 맡게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녀의 멘털을 대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지?
나는 '우리는 팀이자 개인이다'를 설명했다. 그리고 네가 일을 못하면 다른 팀원들이 나눠서 해야 되고 너도 1년 차를 지났으니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야 되지 않느냐 물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한 나한테는 속마음을 이야기 안 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태는 팀장님한테 말을 고딴식으로 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다. 안 그런가? 마음속에 뭔가 쌓아둔 게 있었는데 그게 그때를 계기로 폭발했고 이제 되돌리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한 번 정도는 붙잡는 시늉을 할 테지만 그녀는 결국 바뀌지 않을 것이고 수순은 예정된 대로 흘러가겠지. 같이 으쌰으쌰 해보고 싶지만 본인이 너무 지쳐있다. 그럴 때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나는 그런 그녀가 다른 데에 가서도 행복할까? 그런 생각도 든다. 어느 회사나 이런 건 다 있는 건데.
됐고,
마무리나 잘하고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