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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Dec 09. 2023

와인에 관심을 가지다

생활의 취향 찾기

독립생활자의 생활의 취향 찾기 프로젝트 : 와인


* 나는 술을 마실 수 있다 (O)

*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O)


     나에게 술을 '좋아한다 vs 싫어한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좋아한다, 쪽이다. 술을 매일 마시는 건 아니지만 1주일에 1,2회 정도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마신다. 예전엔 술 약속도 조금 있었지만 요새는 만나는 친구들이나 모임이 없다 보니 거의 혼술이다. 하지만 많이 마시지도 않고 딱 맥주 작은 거 아님 큰 거 한 캔이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매일 술을 마시는 아빠를 두었지만 엄마는 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도 엄마는 아빠 같은 남편을 두었기 때문에 술에 대한 반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병원은 안 가봤지만 내가 봐도 아빠는 알코올 중독 초기 정도는 될 것 같다. 아빠는 맨 정신엔 사람이 시무룩하고 쳐져 있는데 술만 먹었다 하면 세상 좋은 사람이 된다. 화 낼 일도 안 내고 기분이 좋고 모든 일에 허허허 웃어넘긴다. 그게 술이 주는 힘이긴 하지만 술이 없어도 그런 사람이면 더 좋지 않을까.


      나 또한 술꾼인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것인지 약간의 취기가 주는 붕뜸을 좋아한다. 현실에서 0.5mm 정도는 떠 있는 느낌. 평상시에는 항상 긴장하고 있고 진지한 타입이어서 그런지 매사 심각하고 생각이 많은 편인데 술이 조금만 들어가면 몸이, 생각이 참 가벼워진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조금만 가볍게 살면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한다. 술도 중독성이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인데 마약을 하면 현실과의 괴리가 얼마나 클까? 그러니 마약을 해본 적은 없지만 왜 끊기가 어려울지 알 것도 같다.


      독립 전에는 일주일의 피곤과 나의 노고를 치하하며 방에서 몰래 맥주 한 캔을 마시곤 했다. 재밌는 예능을 보면서 시원한 맥주 한 캔 꿀꺽꿀꺽 마시는 게, 그게 행복이었다. 하지만 눈치가 보였다. 부모님께 들키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것엔 스릴도 있었지만 마음 편히 놓고 마시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랬던 내가 독립을 하고 나니 마음대로 술을 먹을 수가 있네? 그렇다고 해서 매일 술파티를 벌이진 않는다. 여전히 똑같이 주말에만 가끔 마시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게 마신다.


      나는 여태 주로 맥주만 좋아했는데 다른 술도 궁금하긴 했다. 위스키나 이런 건 가끔 마셔봤는데 독해서 내 스타일이 아닌 거 같고 최근에 궁금해진 건 와인이었다.


     2019년 가을 오스트리아에 여행을 갔을 때, 어느 지역에 와인이 유명하다길래 지역 식당에 가서 잔으로 주문해서 여러 잔 마셔본 적이 있었다. 내가 와인에 대해 잘 알면 즐겁게 마셨을 텐데 와인알못이라 아쉬웠었다. 물론 뭣도 모르는 그 상태에서도 잘 마시긴 했다. 3,4잔을 연거푸어 마시면서 내 취향은 이런 쪽에 좀 더 가깝군, 아까 그 와인이 좀 더 맛있게 느껴지네 하는 정도는 깨달았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급작스레 취해버렸고 최소한 메뉴판을 찍어놓거나 당시의 감정이나 느낌을 기록을 핸드폰에 적어놓지도 않은 바람에 내 취향이 어디에 가까웠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와인 취향 찾기를 하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서, 어느 정도 알고 조금씩 즐기는 정도로 마시고 싶어졌다. 마침 지난달에 집에 놀러 온 친구랑 와인을 마실까 싶어 급하게 와인 따개부터 샀는데 (그래 놓고 정작 그 친구랑은 못 마셨지만) 이제 와인의 세계에 살짝 발을 담가볼까 한다. 


     와인을 마실 때의 문제라 하면 맥주와는 달리 한 병씩 사야 해서 혼술 하는데 양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걱정되지만... 뭐 매일 한 잔씩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한 잔씩 먹는 와인은 약이 된다는 말도 있으니까, 하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초보 술꾼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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