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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y 25. 2024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3탄

어느 지역으로 이사 갈지 좀 추려볼까?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2탄>에서 이어집니다.



     바로 앞에 쓴 글에서 살고 싶은 동네가 광화문이네 경복궁 근처네 실컷 떠들었지만 그쪽 동네는 내가 원하는 조건의 아파트가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본가나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소형아파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1. 강남구 한복판 : 오피스텔


    이곳은 선릉역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오피스텔이긴 하지만 원룸 치고는 방도 넓은 편이었고 바로 뒤편에 선릉이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을 매번 지나다니지만 이 선릉역이 선'릉'역이라는 건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선릉은 능이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능이 있는 거다. 이곳은 한 때 친했으나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 때문에 와본 적이 있어서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처음 취직한 직장을 그만두고 쉬다가 다른 곳에 취업했는데 그곳이 선릉역 근처라서 방을 얻었다. 친구들 중에 자취하는 친구가 없었던 나는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가보고 싶다고 해서 취직 전에 방을 구해놓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다.


     수다도 떨고 음식도 먹고 선릉 산책도 하고 자취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왔었다. 그 이후로 자취방에 몇 번 더 놀러 갈 수도 있었겠지만... 친구는 새로 취직한 곳에 며칠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한 달이 채 안 돼서 자취방을 뺐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다시 취직해서 세 번째 직장을 다녔던 그 친구. 한참이 지나서야 친구가 '그동안 비밀이라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라며 놀라운 비밀 하나를 말해줬다.


    친구네 아빠는 중견기업의 사장님으로,  사실 그 두 번째 직장이 그 중견기업의 계열사 같은 곳이라 재취업이 비교적 빨리 됐던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이직한 세 번째 회사는 자기네 아빠가 사장님으로 있던 회사였다는 것. 이로서 모든 비밀의 열쇠가 풀렸다. 너, 금수저였구나?


    아무튼간에 그 친구 때문인지(덕분인지) 말로만 듣던 선릉을 처음 들어가 보게 되었다. '능' 역시 무덤이지만 공원 같은 느낌이라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내가 집 근처에 있었으면 하고 선호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원이나 강 같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인데 도심 한복판인데도 불구하고 그 조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조금 아쉬운 건, 너무 상업지구 한복판에 집이 있다는 것과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라는 점. 그래도 지하철 2호선이 걸어서 3분 안짝이니 엄청난 메리트임에는 틀림없다. 날씨 좋은 날은 회사도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2. 강남구 주거지역 : 구축 소형평수 아파트


     강남구여도 소형아파트 중 유독 전세가가 싼 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아마 재건축 문제가 걸려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아파트는 낡았을지언정 1인가구가 살기에 딱 좋은 크기였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거나 엄빠 대출을 받으면 가능한 곳이었다. 회사에서 가까우니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고 근처에 있는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어느 봄날, 본가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드라이브하는 코스 근처에 이 동네가 있었다. 요즘 한창 운전에 재미를 붙인지라 그럼 한번 가볼까? 하고 즉흥적으로 이쪽을 목적지로 정하고 차를 몰았다. 주말이라 아파트 단지 근처 도로변의 거주자 우선구역에 잠시 차를 대고 내렸다.


     어렸을 적 살았던 광명시 주공아파트가 떠오르는, 오밀조밀하고 낮은 오래된 아파트 건물이 잔뜩 늘어서 있는 단지가 펼쳐졌다. 최신식 아파트에서 살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미묘했다.

  

     전형적인 모습의 옛날 상가도 있어서 슬쩍 들어가 봤는데 1층에 부동산만 대여섯 군데가 있었다. 이 중 한 군데라도 들어가서 슬쩍 물어볼까 망설였다. 내가 네이버 부동산 검색을 통해 이 동네를 찾은 건 맞지만 네이버 부동산에는 미끼로 올려놓은 물건들이 많아서 이사를 할 생각이 있다면 직접 그 동네의 부동산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동산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진입장벽이 꽤 크다. 법적 용어도 잘 모르겠고 체구 자그마한 여자가 왔다고 무시당하고 사기당할까 싶기도 하고. 요새는 하도 전세사기니 뭐네 말들이 많아서 더 그렇다. 결국 쭈뼛거리다 부동산에는 들어가지 않고 상가를 나왔다. 그래, 어차피 아직 이사날짜가 정해지지도 않았으니까 하면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것이 복선이었던가...!)


3. 송파구 잠실(역세권) 지역 : 소형 아파트


     우리가 흔히 잠실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작년에 올림픽공원을 제대로 한 바퀴 돈 후 언젠가는 꼭 이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잠실은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도 많고 아파트도 많다. 매물 중 오피스텔을 제외해 버리니 선택지가 많이 좁혀졌는데 대신 자금이 부족했다. 영끌(?)하면 잠실역 역세권에 살아볼 수 있기는 한데 매매도 아니고 전세인데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굉장히 낡은, 잠실역에서 가까운 한 동짜리 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는 낡았어도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좋고 잠실역 주변상권 다 누릴 수 있고 거기에 올림픽공원도 누릴 수 있으니 퍼펙트인데 오히려 2번에서 본 강남구에 있는 재건축 예정(으로 싸우고 있는)인 아파트보다 더 비싼지라 고민이 된다.


     일단 이렇게 최종 후보지로 3곳을 낙점했다. 그럼 다음 단계는? 이제 진짜로 부동산에 가봐야겠지?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4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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