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이사를 마쳤는데 왜 우울하지?
2023년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이사를 (완료)했다.
그런데 자꾸 전에 살던 곳과 비교하게 되면서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상태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조건이 좋은데 살다 이사를 온 거라 어딜 가도 (그 비슷한 급이 아닌 이상) 실망할 거란 생각은 당연히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존에 살던 집에 이사 갈 때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이곳에 사는 건 계약기간인 딱 2년 만이야’라고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움직이지가 않는다.
내 돈으로 집을 얻는다는 것 그리고 회사와 본가와의 위치 고려도 필요했으며 결정적으로 이사할 날짜가 한 달 잘해야 한 달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집을 구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이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난관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비어있는 집을 계약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빈집이 왜 괜히 빈집이겠는가? 이유가 있지 않겠어?
이사를 하는 날부터 비가 억수로 퍼부었지만 이사할 당시엔 정신이 없어서 넘어갔다. 그런데 오후에 이삿짐센터 사람들과 부모님이 썰물이 밀려나가듯 집에서 빠져나가고 나니 이 낯선 곳에 나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래도 이 느낌은 낯설지 않았던 게, 정확히 2년 전에 처음으로 독립하면서 똑같은 상황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때 느껴봐서 익숙한 감정이었다면 흠 그렇군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 이후로도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인이 무얼까 생각해 봤다. 그건 바로...
이사가 끝난 뒤
이틀 내내 내렸던 '비'와
집을 채운 '낯선 냄새'였다.
비는 자연 현상이니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였다. 나는 비 맞는 건 싫어하지만 집에서 듣는 빗소리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게 이사 온 첫날 낯선 곳이라 어색하고 불편함 버프에다 1층이다 보니 위층에서부터 내려온 빗소리가 빗물통으로 떨어지면서 유독 크게 들렸다. 거의 폭포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를 1미터 앞에서 실시간 라이브로 듣고 있는 느낌. 게다가 1층이라 창문을 마음대로 열어놓을 수가 없었다. 원인은 이거다.
혼자 있는데 빗소리를 너무 오래 지속적으로 들은 데다 햇빛도 안 들지. 그렇다고 문을 열어놓고 바깥 풍경을 볼 수도 없으니 사람이 너무 우울해진 거다. 집 안에 24시간 내내 불을 켜도 이게 자연광이 아니다 보니 밖에서 햇빛 받는 느낌은 전혀 아닌 것이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