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비교가 문제다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그런데다 새집 증후군 냄새인지 뭔지 암튼 집에서 낯선 냄새가 났다. 가만 생각해 보면 2년 전에 처음 독립해서 이사 가던 날도 비가 왔었는데 그때는 이런 기분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비가 이 정도로 많이 온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꽤 왔었는데.
그러고 보면 그때도 새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긴 했었는데 새집증후군 냄새는 아니고 전에 살던 사람이 방에 놔두고 간 듯한 방향제 냄새여서 그 원인을 제거하고 나니 하루이틀 지나니 냄새가 서서히 사그라들었었다.
그런데 이건 원인 없는 냄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는 내가 되게 안 좋아하는 냄새가 나서 화장실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내 집에서 제일 편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불편한 걸까. 오줌도 막 참다 참다 가고. 당장 방향제부터 샀다. 얼른 와라 방향제야.
방향제가 오기 전까지 긴급 대책으로 안 쓰는 미니 향수의 뚜껑을 열어서 놓았다. 그리고 마침 지난번에 사두고 아직 안 버렸던 하지만 기존에 살던 집에선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서랍 안에 처박아뒀던 방향제도 화장실에 뒀다. 그래도 하루이틀 지나니 아직 살아있는지 향이 나오기 시작해서 내가 싫어했던 그 향을 덮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왜 바닥은 닦아도, 닦아도 시꺼먼 게 묻어 나오는지. 대리석과 나뭇바닥으로 된 곳에서 살았었는데 여긴 싸구려 장판이라 그런가. 하지만 이게 내 예산의 한계라는 걸 알기에 누구한테 화를 낼 수도 없다. 그래서 이사 자체라는 이벤트 자체도 힘들었지만 새 집의 낯선 냄새와 주룩주룩 내리는 비로 인해 굉장히 의욕 없는 3일을 보냈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집도 겨우겨우 치웠다.
나는 원래 부엌일에 소질도 없고 관심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에 살던 집은 부엌이 충분히 크니까 요리하면서 어지르더라도 부엌을 이용할 마음이라도 들었는데 여긴 의욕 떨어지게 조리 공간도 없다. 안 그래도 싫어하는 요리를 더 안 하게 생겼다. 하지만 먹고살려면 해야 하는데.
그러다 찾아보니 이동식 조리대라는 게 있었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게 참 많아. 그렇게 그 집에 계속 살았더라면 전혀 모를 영역이겠지. 뭐라도 해 먹으려면 아무래도 꼭 필요해서 조리대를 주문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렇게 불만 뿜뿜한 상태로 아침에 겨우 일어나 새 집에서 첫 출근을 했다. 그런데 전에 살던 집에서보다 거리는 훨씬 가까운데 출근시간은 비슷하게 걸리더라. 뭐지, 이거? 앞으로 여기서 꼼짝없이 2년을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집을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