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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n 10. 2023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계절, 유월에 듣는 노래

BGM <June Song>, 나루(naru)


바람마저도 그날은 따스했었지

길던 하루도 우리는 아쉬워했지

겨울을 모르는 듯

천연덕스런 여름 오후와

함께 걷고 있던 우리들


새어나오던 마음과 망연한 웃음

가벼운 차림만큼 가벼운 발걸음

계절은 흘러 이제 우린 많이 다르지만

여전히 남은 건 그 6월에 포착된 그 순간


언제나 그대와 같은 길을 걷네

내맘에 빛바랜 시간 영원이 되어

다시 또 6월엔


그대와 언제나 잡은 손을 보네

이젠 잡기엔 너무 멀어보여도

한 번 더 6월엔


모두 웃진 않아도

작은 설렘을 품고

분주하던 신록의 도시


모두 웃진 않아도

작은 꿈을 품고

빛나던 신록의 도시


더위는 깊어져가도

해는 솟아가도

어디라도 괜찮았지 그 6월엔

영원을 품은 하늘 아래를 걷네


계절은 흘러 이제 우린 많이 다르지만

여전히 남은 건 그 6월에 포착된 그 순간


언제나 그대와 같은 길을 걷네

내맘에 빛바랜 시간 영원이 되어

다시 또 6월엔


그대와 언제나 잡은 손을 보네

이젠 잡기엔 너무 멀어보여도

한 번 더 6월엔






     오늘은 6월 1일이었다.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가도 출퇴근길에 버스 카드를 찍다 보면 매월 1일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찍으면 요금이 두 줄 표시된다. 위쪽에는 지금 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부과되는 요금이 나오고 아래쪽에는 그동안 이용한 금액이 누적으로 표시된다. 이 누적금액은 매월 1일부터 그달 말일까지 사용한 금액으로, 이걸 보면 한 달간 성실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한 누적금액이 차곡차곡 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매월 1일이 되면 즉 월이 바뀌면 버스카드 단말기의 누적금액은 새롭게 0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신용카드 결제일을 1일로 설정하든 15일로 설정하든 그래서 결제일별로 달라지는 신용카드 이용기간과 관계없이 버스 단말기의 누적금액에는 정직하게 1일부터 말일까지 사용한 금액이 찍힌다.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버스카드를 찍으며 단말기 아래쪽에 표시된 교통카드 사용 누적금액이 0원인 것을 보고 '어느새 월이 바뀌어 새로운 달의 1일이구나'를 깨달았다. 그것도 2월 1일이나 5월 1일이 아닌 내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유월, 그 유월이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매년 이날에 대한 기록은 항상 어딘가에 남겨져있다. 블로그에는 몇 년 전 오늘에 쓴 글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매년 같은 시기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된다. 그 시기에 있었던 특정한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 적기도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 시기 즉 계절이나 날씨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혀있을 때가 많다.


     블로그에 접속해 보니 2년 전 6월 1일의 기록이 뜬다. 그때도 이사를 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서울을 한강을 기준으로 나눈다면 방위 상 위쪽이 북쪽이니까 강북, 아래쪽은 강의 남쪽이니까 강남이라고 한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항상 한강의 남쪽 지역에 살았었다. 정확히는 서울의 서남부 쪽에 살았고 직장도 한강의 남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출퇴근길은 서울의 강서와 강동을 가로지르는 형태였다.


     10살 때부터 서울에 살았으니 서울에 산지 이십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2년 전인 2021년 5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한강의 북쪽에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출퇴근 때마다 한강을 넘어 다니게 되었고 그래서 그해 6월 1일엔 강남과 강북을 가로지르는 새로 바뀐 출근길이 참 낯설단 이야기를 써놓았었다.


     그로부터 2년 후가 된 오늘 2023년 6월 1일에도 그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낯선 출근길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지난 2년간 살던 동네에선 이제 출근길에 타야 하는 버스와 타지 말아야 할 버스도 어플의 도움 없이 자연스레 구분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대중교통 어플을 켜고 버스 정류장을 지나가는 여러 대의 버스 중에 이 버스는 회사 앞으로 가는지 안 가는지를 확인하며 버스를 타게 된 것이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은행에 갈 일이 있었다. 근무시간엔 노래를 들을 수 없으니 밖에 나갔을 때 6월 1일을 기념하며 <June Song>을 들어야지 생각했다.


    <June Song>은 현재 밴드 솔루션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나루(naru)의 솔로앨범 2집에 실려있는 곡이다. 나는 솔루션스를 좋아하기 전부터 나루의 팬이었다. 나루는 솔로 2집을 내고 난 뒤, 박솔과 솔루션스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솔루션스도 좋긴 좋은데 나는 나루가 솔로활동을 하면서 예전처럼 앨범을 내줬으면 하는 소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


    1월은 [일월]이라 발음하고 2월은 [이월]이라 발음하지만 6월은 [육월]이라 발음하지 않는다. 6월의 올바른 발음은 [유월]이다. 6월은 왜 [육월]이 아닌 [유월]로 발음하는지에 대해 이미 누군가 국립국어원에 올린 질문이 있어 그대로 답변을 가지고 왔다.


안녕하십니까?

한 해 열두 달 가운데 여섯째 달을 이르는 '유월(6월)'은 [유월]로 발음합니다. 한글 맞춤법 제52항에 따르면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데 '六月'은 속음으로 소리나므로 '유월'로 쓰고 [유월]로 발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47239)



     나는 이 '유월'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입을 동그랗게 앞으로 모아 가볍게 발음할 때 얼굴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유월'이라고 소리 내어 입 밖으로 그 단어를 내뱉었을 때 뒤따라오는 유월의 공기, 날씨, 하늘 등 유월을 감싸고 있는 총체적인 것들이 연상되어 이 '유월'이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은행에 들렀다 나오는 길. 잊지 않고 나루의 <June Song>을 재생한다. 노래가 사르르 하고 귓가에 울러 펴지면서 삭막한 도시의 거리를 덮는다. 아직은 찬 공기가 남아 있는 봄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서기 직전인 6월. 이제는 공기도 한층 따스함을 머금었고 뜨거운 여름이 되기 전의 나뭇잎들은 아직은 옅은 초록이다. 


    나는 이 노래의 멜로디나 편곡도 좋아하지만 '천연덕스런 여름 오후'나 '망연한 웃음' 또 '신록의 도시'와 '어디라도 괜찮았지 그 6월엔'이라는 가사에서 내가 몰랐던 유월 그리고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유월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져서 좋다.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감상과 그 감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주는 예술가들을 존경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노래를 듣고 책을 읽고 그림을 보러 다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월이 되기 전엔 올해 유월을 기다리면서 또 그 해의 유월이 지난 뒤엔 지나간 유월과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다음 해의 유월을 기대하며 <June Song>을 듣는다. 


     이번 유월에도 <June Song>을 실컷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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