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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Sep 08. 2023

결혼식장에서 들려온 배경음악,  <Moon River>

BGM  <Moon River>,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제가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g, round the bend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at same rainbow's end,

waiting, round the bend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Moon River>,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제가







(2012년 시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지지난주말에 MK언니 결혼식에 갔었다. 나는 2 전쯤 있었던 상무님과 면담 자리에서 퇴사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기에   뒤쯤 퇴사할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다 내가 언제 결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MK언니가  일은 더더욱 없을 테니 솔직한 심정이지만 정말로 가기 귀찮았다. 하지만 평상시에 무슨 부탁을 해도 시원시원하게  도와주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 가기로 했다.


      조용히 참석해서 밥만 먹고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도 찍고 어쩌다 보니 식장에 앉아서 예식까지 모두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을 보다가 느낀  배경 음악이 너무 슬프다는 거였다내가 결혼할 때는 선율이 고와서 듣는 사람 슬프게 만드는 음악은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음악 때문에 앉아있는 나까지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혼식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중에 <Moon River> 있었다. 나는  노래만 들으면 자동적으로 만화 <허니와 클로버>에서  노래를 조용히 흥얼거리는 리카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마야마가 떠오른다. 노래 한 곡만으로 차가운 리카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 또  사이의 긴장감 느낄  있어서 인상적인 곡이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이후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장면이 떠오른다.

 

      <Moon River>를 흥얼거리는 리카를 보고 사랑에 빠진 마야마를 떠올리며 나도 리카처럼 일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릴 때 주위를 좀 더 의식하게 되었다. 원래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니까 길거리를 걷다가도 쓱 둘러보고 사람 없다 싶으면 흥얼거리고 집에서 공부하다가도 흥얼거리고 야근하다가도 사람 없다 싶으면 노랠 흥얼거린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가 마야마처럼 나의 순간을 발견해주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기대 같은 걸 하게 되었다.


      몇 해 전 일요일 오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제까지는 영화제 메이트인 친구 J와 함께 했지만 마지막 날인 오늘은 혼자였다. 아침부터 3편의 영화를 정신없이 봤다. 결국 두 번째 영화는 거의 졸면서 보느라 내용을 날려먹었고, 세 번째 영화는 인도영화였기에 그래도 재밌게 웃으면서 봤다. ‘올해도 영화제가 끝났고 7월도 벌써 끝이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가니 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보여서 줄을 섰다. 오후 다섯 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름인지라 오후 다섯 시여도 해가 짱짱했다. 하늘은 맑았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일 출근 걱정은 좀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머리 위로 늘어진 나무를 바라보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그토록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빛은 세상에 없을 것만 같았다. 곧 버스가 와서 탑승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기 위해 신도림 방향으로 가는 1호선에 탑승했다. 지하철에 타서 휴대폰 메모장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고 나서는 완전 초 집중해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은 신도림역에 내리면서도 계속되었다. 지금 판이 아주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끝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지하철에서 내리긴 했으되 고개를 처박고 휴대폰 액정을 쳐다보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나와 함께 내린 사람들은 빨리 걸어서 다 갔기 때문에 내 시야에 들어오는 시멘트 바닥엔 사람들의 발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휴대폰 액정 밖의 바닥을 보니 이 주위에 있는 사람은 나하고 말 건 사람, 둘 뿐인 거 같다. “아이씨, 누가 또 길 물어보는 거야, 이 중요한 순간에!”하며 살짝 짜증이 났다. 참고로 난 만만하게 생긴 얼굴인 건지 아니면 길을 잘 가르쳐주게 생긴 인상인지 모르겠으나 어딜 가도 이상하게 사람들이 길을 많이 물어온다.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여행을 간 타지에서도 나에게 길을 묻는다.


     일단 게임을 정지시켜 놓고 “네?”하면서 고개를 들어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을 쳐다봤다. 나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약간 야리야리한 체구를 가진 남자애였다. 



 저기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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