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과 면접자 사이에서, 같은 팀 동료가 되기까지
'생애 첫 면접관이 되어보다 (1)'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lifewanderer/39
그리고 며칠 뒤 마지막 네 번째 면접자의 1차 면접이 있었다.
이 분은 신입사원으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10년 정도 했고 서로 동갑인 나와 내 동료와 단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온 세대가 비슷해서 이야기가 잘 통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선배인 나와 동료에게 맞먹으려 들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나이에 비해 사회생활 경력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왜냐하면 졸업하고 몇 년간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다른 외국계 기업 회계팀에서 단기간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었는데 원래 그 자리는 팀장 자리였고 자신이 어떠한 업무를 했으며 그 업무를 굉장히 잘 소화해 냈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계약직으로 뽑은 자리여서 정규직 전환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미국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면접 자리에서 전문 자격증을 준비한다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면접관마다 판단을 다르게 할 것 같다. 물론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뜻이지만, 정작 시험공부에 매진하느라 일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도 있고 미국 회계사 시험의 경우 시험에 붙으면 회계법인이나 미국계 기업 등 다른 곳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은 얼마든지 이직할 수 있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는 우리와 길게 일할 사람을 필요로 했다. 사람을 뽑을 때부터 이직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을 뽑고 싶진 않았다. 해당 면접자는 솔직하게 현재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취업 준비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하며 자기 계발을 하고 있고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이 되었다. 애매한 상태에서 면접은 종료되었다.
네 번째 면접자가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면접자보다는 괜찮았고 일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으므로 일단 2차 최종면접에 부르기로 했다.
2차인 최종 면접은 대표이사와 CFO가 보는 면접이었다. 1차 면접에서 실무적인 부분이나 업무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의 특성상 업무능력보다는 우리 팀과 어울리는 사람인지, 인성은 괜찮은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했고 2차 면접에서는 그런 쪽을 중점적으로 볼 예정이었다. 나는 최종 면접이 있던 날엔 휴가여서 면접에 대한 후기는 나중에 전해 들었다. 두 면접자 모두 기가 팽팽했고 접전이 펼쳐졌다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 면접자가 최종 합격자로 선정되었다.
사람을 한 번 혹은 두 번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이력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첫 번째 지원자는 개인적으로는 일면식도 없지만 나의 대학교 후배라서 좀 더 안타까웠다. 나이가 좀 있고 경력은 없지만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전에 아르바이트했던 곳에서 다시 부를 정도의 사람이라면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분명 맡은 일도 잘 해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무사 1차에 합격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좀 더 지식적인 면을 파고 들어서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 때 그 점을 어필한다면 그런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지원자는 나이도 어리고 일에 대한 욕심도 많으니 우리 팀이 아니더라도 발랄한 자신의 분위기와 맞는 다른 곳에 분명히 합격해서 잘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면접을 본지 거의 1년이 다 된 데다 그런 자신감이라면 이미 어디든 이직을 했을 것 같다) 네 번째 지원자는 아직도 시험을 준비하며 이력서를 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취준 생활을 접고 아예 시험 합격을 목표로 하던지 아니면 일단 취업 준비에 매진해서 실무를 경험해보고, 일이 어느 정도 적응되면 회사에 양해를 구하면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취업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회계팀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라면 업무에 대한 것은 기본적인 것만 확인하고 그보다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인지를 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나도 신입사원 면접을 볼(당할) 때 그렇다고 느꼈다. 어차피 실무 경험은 다 똑같이 없기 때문에 기초적인 회계 지식과 왜 회계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지 물었고 그 외에는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증명해내는 것이 면접이었다(흔히 말하는 인성 면접이라고 할까).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을 해서 이력서에 한 줄 더 써넣을 수도 있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세무사나 미국 회계사 등의 전문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시간 투자가 꽤 필요한데 신입사원이 회사 일에 적응하면서 그것까지 모두 잘 해낼 수 있을까?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던지, 두 가지를 병행하다 일에 현타가 오면 바로 퇴사를 하고 시험 준비에만 매진하거나 정말 굳게 마음을 먹고 일을 하면서 시험을 준비해 합격을 거머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높고, 신입사원 때부터 차근차근 업무를 가르쳐서 어느 정도 일을 할만하게 되었는데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회사 입장에선 또 새로운 사람을 뽑아 교육을 시켜야 하니(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 경우에 더더욱 그렇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대놓고 전문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하면 꺼리게 되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첫 번째 면접관으로서 경험을 마치고 나니 내가 신입사원 시절에 보러 다녔던 면접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첫 면접으로 갔던 곳은 나름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계열사 중 한 곳으로, 정직원이 아닌 인턴 면접이었다. 공식적인 면접이 처음이기도 했고 부족한 나를 불러주었다는 생각에 너무 황송해서 그랬는지 이번 첫 번째 면접자처럼 너무 긴장을 했고 나를 면접에 불러준 것이 미안할 정도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후로는 면접을 마치고 나서 혼자 후기를 작성해보며 스스로 피드백을 했고 취업캠프에도 참여해보았다. 면접도 보다 보니 조금은 자연스러워져서 어떤 다대다 면접을 볼 때는 나에게만 질문이 많이 들어와 다른 면접자의 질투를 받은 적도 있었고 면접이 끝난 뒤 면접자들 몇 명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맞아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취준생의 애환을 위로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때 만났던 언니와 또 나와 동갑이었던 신방과 출신 친구는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것은 면접자들과 커피를 마셨던 그 커피숍이 있는 건물에 있는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서의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면접을 보다 보면 분명 본인의 모습과 맞는 회사나 팀이 있다. 그때까지 갈고닦으며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15년 전에도 취업난이 있다고 했고, 내가 처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10년 전에도 취업이 어렵다고 했는데 요즘도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래도 목표를 갖고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과 맞는 곳은 분명히 있다. 그러니 신입사원 취준생 분들이여, 좌절하지 말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국 마지막에 한 방이 되면 되는 거니까.
최종면접 합격자가 된 세 번째 면접자는 합격 소식과 함께 작년 연말을 보냈고, 새해에 첫 출근을 했다. 그 사이에 최종 면접을 봤던 대표이사님은 작년 말로 퇴임을 하셔서 전 대표이사가 되었고 우리와 신입사원은 새해에 취임한 새 대표이사님과 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에 다른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회사나 업무가 돌아가는 사정을 빨리 이해했고, 면접 때는 마냥 조용해 보이는 성격이라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차분하면서도 밝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막내로 자라서 그런지 애교도 많았고 무슨 일이든 시켜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로 일에 임했다. 본인이 조금 느리지만 일은 꼼꼼하게 잘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회사에도 금방 잘 적응했다.
나와 내 동료는 딱 같은 팀 동료 정도의 비즈니스적인 관계로만 지내왔는데 그녀는 내 동료와 가볍게 수다도 잘 떨고 인간적인 관계도 잘 형성했다. 다행이었다. 같이 일할 사람으로 좋은 사람을 뽑았고 그녀 또한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장님은 엄하시지만 팀원들에 대한 피드백을 잘해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편이다. 그렇게 우리는 면접관과 면접자 사이에서 동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