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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팀장 제의 후 일주일 사이 일어난 일들 (1)

고민과 고민과 고민... 그리고 내린 결론은?

by 세니seny


여러 고민을 한 끝에...
팀장 제의를 수락했다.


난 수락만 했을 뿐이고 공식적으론 아직 진행된 게 없다. 그런데 팀장님이 혹시 몰라 인사팀장과 본부장님 그리고 우리랑 친하면서 업무적으로도 관계가 있는 옆팀 팀장에게도 이런 사실을 말한 모양이다. 오후에 팀장님 위에 있는 본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이 날은 하필이면 오전에 다른 두 부서 앞에서 발표 아닌 발표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관련 부서 사람들 대상으로 무언가를 안내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대하지도(?) 않은 대표이사님께서 회의실에 들어오셨다. 본부장님이 아마도 대표님께 말씀드렸겠지? 이것은 팀장 승인을 좀 더 쉽게 받기 위한 포석인 걸까?


다행히 대표님은 발표 중간에 전화를 받고 나가셔서 나머지 부분은 편한 마음으로 진행했다. 애초에 진지한 발표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내용 이해만 시키려는 목적이긴 했지만.


본부장님과의 면담 약속이 정해졌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본부장님 방으로 갔다. 본부장님은 20분 안에 끝날 거라 했지만 항상 말이 많으시기 때문에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내가 본능적으로 본부장님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은 오히려 나랑 성향이 비슷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둘 다 싸우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좋게 얘기해서 넘어가려고 하고 내가 좀 더하고 말지, 란 마인드가 비슷한 편이다. 물론 나보단 본부장님이 한 수 위이긴 하다. 그래서 그걸 지켜보는 나도 답답하다.


내가 이런 스타일이니까 오히려 현 팀장님처럼 나랑 반대되는 사람이랑 일해야 보완이 된다. 그런데 똑같은 사람 둘이 있으면 둘이 북 치고 장구치고 하다 보니 일이 더 어렵게 풀린다. 심지어 내가 직급이 낮으니 말을 해도 잘 안 통한다.


오늘도 대화는 한 시간을 넘겼고 나는 별생각 없이 정확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들어갔다. 그나마 준비한 건 왜 이 제의를 수락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것에 대한 배경설명이었다. 그런데 본부장님은 그것도 물론 물어보셨지만 동갑인 동료와의 관계와 그 동료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다.


팀장도 되기 전에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난 걔를 포기했다. 지난번에 있었던 그 사건을 계기로 더더욱 포기하게 되었다.


전 팀장님으로서는 업무에 관련된 부분이 있으니 어떤 부분을 좀 보완하라고 했었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까지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 한계는 여기까지에요. 더 이상 하라고 하지 마세요. 스트레스받아요.'라고 대답했다는 거 보고 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다 구구절절 말할 수 없었다면 차라리 말을 말 것을. 본부장님도 얘랑 일해봤으니 이런 성향을 알겠지 싶어서 그 말을 꺼냈더니 구체적으로 어떤 대사 때문이었는지를 물어본다. 낚였네? 전에도 이런 얘기했을 때 어떤 말 때문에 그랬냐?고 정확히 워딩을 물어봐서 곤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냥 말을 하지 말 것을. 대충 얼버무리고 막내사원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보셔서 대답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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