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社歷) vs 경력(經歷). 무엇이 더 우선인가?
나는 요즘 1년 가까이 일본인 원어민 선생님과 전화일본어 수업을 하고 있다.
일본어 선생님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최근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의 요즘 최대 관심사가 팀장 보직이다 보니 오늘은 그와 관련된 이직, 전직, 팀장 보직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마침 요새 비즈니스 일본어 표현에 관해서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고. 일본은 경력보다는 사력 즉 그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을 우선순위로 해서 승진이 결정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본부장님은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나랑 동료랑 경력이 똑같아도 이 친구가 사력이 길다는 이유로 존중해 주라는 뉘앙스의 말을 많이 하셨었다.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걔 앞에서 너무 나서지 말아라, 걔가 내 선배니 기분 상하게 할 일을 하지 말라는 느낌이었다.
본부장님도 그동안은 얘랑 나랑 둘이 동갑이고 경력기간은 비슷해도 걔가 나보다 이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이 친구를 더 존중해 주고 앞서서 대우해 주려고 했다고 하셨다. 예예, 말하지 않으셔도 이미 잘 알고 있습죠.
그래서 내가 영어를 그리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단지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앞에 잘 나서지도 않았고 심지어 본사(해외) 견학 기회도 나한테 먼저 물어보셨는데 내가 이 친구 눈치를 보느라 안 간다고 했다. (직접적으론 그렇게 말 안다고 돌려서 다른 이유를 댔지만)
내가 뭐 죄진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눈치를 봐야 되냐고요.
그리고 아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 친구가 영업부 직원과 사내연애를 해서 결혼했는데 남편은 결혼하고 나서 이런저런 이유로 경쟁사로 이직을 했다. 얘는 재무팀에 있으니 재무정보나 내부 사정에 빠삭하잖슴? 그런데 이런 경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팀장으로 앉힐 수 없지 않을까? 아무리 경쟁사라고 해도 부부끼리 회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잖아. 게다가 그냥 일반 사무직이면 상관없지만 한쪽은 영업이고 다른 한쪽은 재무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본부장님은 그동안 우리 둘을 이런 식으로 대해오셨다. 동등하게, 서로 부딪치지 않게.
하지만 작년 특히 올해부터는 팀장님이 나를 좀 더 특별대우하고 육성하겠다는 식으로 본부장님께 자주 말했다고 했다. 팀장님이 나한테도 그런 말을 하긴 해서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풀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