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팀 팀장과 그간의 일을 이야기하다
어이~ 소식 들었어?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해야겠는데?
ㅎㅎ
내가 팀장 제의를 받아 내부 승진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옆팀 팀장이 말을 걸어온다. 뭘 듣긴 들었구나. 그래서 바로 다음날 밥 먹자고 했다. 외국계는 수시채용에 필요한 인원만 뽑기 때문에 입사동기란 개념은 없지만 옆팀 팀장은 같은 해에 입사한, 말하자면 입사연도 동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입사했을 당시엔 업무는 달랐지만 같은 팀에 속해 있었다. 회사가 커지고 업무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팀이 분화되어 지금은 다른 팀이 되었지만. 그 사람은 팀장은 아니었어도 그 팀에서 제일 윗사람이라 팀장대행 역할을 쭉 해오다가 2년 전부터 정식 팀장이 돼서 팀원도 두 명이나 거느리고 팀 운영도 잘 해내가고 있는 직원이다.
밥 먹으러 나가면서 팀장 보직이나 그런 것과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이야기(휴가나 이사)를 하다가 밥을 먹으면서 빙빙 돌려왔던 주제에 대해 말을 꺼낸다.
팀장 제의는 어떻게 받아들이게 됐냐고. 아직 내가 해보겠다고 말한 건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래도 이 직원과는 친분이 있으니 말을 했다. 이 직원도 평상시 내 모습을 알기에 '과연 얘가 한다고 했을까? 안 한다고 할거 같은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그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내가 하겠다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내 상황도 설명했다.
동갑인 동료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그럼 딱 그것만 얘기하면 되는데 친하다고 생각돼서 그런지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여태까지 많이 참았다. 내가 그렇게 뛰어난 직원도 아니지만 본부장님이 계속 걔가 여기 다닌 지 오래됐으니 선배 대접해 주라고 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함부로 나서기가 뭐 했다. 다행히도 내가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조심해야 되니까 짜증이 난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기혼자이고 남편이 급여가 괜찮은 경쟁사로 이직했으니 그만두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녀계획 같은걸 서로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이 친구는 업무 상 같은 팀원은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자녀계획이 있고 빠르면 내년쯤 출산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니 알잖는가. 얘는 지금 팀장을 맡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란 걸. 이걸 성별이 다른 남자인 팀장한테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미혼인 데다 대외적으로는 이제-실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미 2년 전부터 혼자 살고 있지만 회사에는 굳이 알리지 않았다-독립을 했으니 돈도 더 벌어야 한다. 할 말, 안 할 말 가리다 보니 말하기가 힘들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질문 많이 받을 텐데 말을 조심해야겠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랑 이야기를 마친 다음날. 본부장님이 동료 직원을 불러서 걔랑도 따로 면담을 할 거고 그 자리에서 팀의 현재 상황을 전할 것이라 했다. 얘는 이 자리에서 처음 듣겠지. 내가 팀장을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할 수도 있고 반발할 수도 있는데 반발하면 본부장님이 설득해 보겠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