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극장에서 영화를 봐서 냉방병이 왔나 했는데...
2023년 6월의 일기입니다.
유월의 마지막날.
말일이라 바빴다. 하필이면 이번에 일도 좀 많아서 마무리하고 났더니 여덟 시가 넘었다. 나는 내일 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위해 부평에 숙소를 잡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출발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 열 시 반. 일단 먼저 씻고 간식으로 사 온 빼빼로를 씹어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들었다. 누가 지금 나한테 현재 가장 힘든 일이나 고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팀장 제의를 받은 일을 말할 것이다. 이거 하나 때문에 파생되는 고민이 수백 가지다. 무엇보다 업무는 그냥 할만할 거 같은데 인력 운영이 문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나보다 이 회사에 먼저 들어왔지만 나랑 동갑이고 경력도 비슷한 동료가 이제는 나의 팀원이 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그 동료는 겉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 인정(?)한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 이어지는 행동은 나를 팀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백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해 마음이 너무 불편한 상태다.
아직 현재 팀장님이 퇴사하지도 않았고 업무분장이 어떻게 될지 등 하나도 정해진 건 없다. 하지만 벌써부터 너무 자기 어필을 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 사람은 나를 자기랑 실력도 고만고만하고 똑같은 팀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같이 일을 직접적으로 해본 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본인만 모를 뿐. 아무튼 그거 고민하다가 늦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살짝 부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보통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목이 붓는다. 스트렙실만 먹어도 금방 낫기에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 약국에 들러 스트렙실을 샀다.
그리고 첫 번째 영화 보러 고고. 로비만 해도 더웠는데 영화관 들어가니 시원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엔 시원했는데 상영 중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상영관 내부는 계속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지 나중에는 좀 춥게 느껴졌다. 설상가상으로 영화도 재미가 없어서 집중이 안 되었다. 카디건을 입고 있긴 했지만 이제 팔꿈치까지만 오는 카디건이라 팔의 반만 가려진 상태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극장을 이동해 영화제메이트인 친구를 만나 같이 영화 한 편을 봤는데, 여기도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게 틀어져 있다. 가끔 보면 우리나라 건물들은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놓는 경향이 있다. 밖에 있다가 안에 들어가서 조금만 있으면 시원해지니까 에어컨 설정온도를 처음부터 좀 높게 설정해 놓거나 아님 높였다 낮췄다를 반복해서 돌아가도록 설정해도 좋을 것 같은데.
전기세 절약 및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그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만히 앉아있는데 같은 온도를 유지해 놓으면 추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면 온도를 중간에 살짝 올렸다 내리던가 하면서 조절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와서 친구랑 카페에서 지난번 만난 이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목은 여전히 부어 있는 느낌이 있었지만 스트렙실 한 알 먹는다고 갑자기 낫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느라 아침과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잘 먹어야 하는데 밥이 잘 안 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세트메뉴를 시켰는데 내가 잘 못 먹어서 음식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친구랑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계속 춥다고 느꼈다. 밥 먹고 나오니 시간이 애매해서 카페를 가기도 뭐 하고 공원 같은 델 가자니 아직 야외는 더울 시간. 그런데 난 차라리 더워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에어컨 켜져 있는 실내가 춥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그래서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집에 가기로 했다. 친구랑 헤어져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지하철도 너무 춥다. 약냉방칸인데도 너무 추워. 지하철을 한참 타야 하는데 이미 앉아갈 자리를 잡은지라 다른 칸으로 옮기기도 뭐 했다. 가방을 꼭 끌어안고 졸았다. 완전 잠에 든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그런 멍한 상태. 오늘이 반납일자로 걸려 있는 책도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책을 읽을 만한 컨디션도, 유튜브를 볼 기력도 없었다.
겨우겨우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목도 목이지만 너무 피곤했다. 해야 될 일들이 많았지만 오늘은 다 없던 일로 하고 얼른 씻고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씻고 나왔는데 이 상태가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극장에서도 몸이 찌릿찌릿한 느낌 그러니까 근육통 같은 느낌이 있어서 냉방병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기약 두 알을 먹고 푹 자면 다음날은 괜찮아지겠지, 하고 약을 먹었다. 그런데 낮에 하필이면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잠은 안 왔지만 한참을 누워있다 잠에 들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