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팀장 제의를 받고 한 달 뒤의 이야기 (1)

오전엔 대표이사님과 면담이, 그 날 오후엔 이직 면접을 보러 간다

by 세니seny

팀장 제의를 받고도 한 달이 가까워온 시점. 이 말인즉슨 현재 팀장님이 퇴사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내일이 팀장님 마지막 출근일이다.


나는 올해 1월부터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내다 말다 반복하고 있었다. 그동안 헤드헌터 자체 서류심사는 많이 통과했는데 그다음 단계인 고객사에서는 죄다 탈락해 암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안다. 내가 욕심이 있어서 나와 급이 안 맞는 자리에 지원했다는 것을. 하지만 어떡해. 그게 하고 싶은데.




4월부터는 서류지원을 잠시 중단했다가 이사도 마무리되고 해서 요새 다시 슬슬 서류를 넣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팀장님이 본인 퇴사 카드를 딱 들이밀어버린 것이다. 그전까지는 일단 여기에서의 생활을 좀 길게 보기로 하고 정 안되면 회계업무를 하면서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는 쪽으로 눈을 낮춰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마침 지원한 자리가 의도치 않게 회계팀 업무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업무도 겸하고 있는 자리였다. 기대하면 또 실망할 테고 헤드헌터들 설레발에 지치는 것도 힘들어서 무미 건조하게 '그럼 지원할게요' 했는데 이게 고객사를 통과한 거다.


그런데 꼭 이렇게 기대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자리가 되더라? 팀장님 마지막 출근 전날인 오늘, 속전속결로 면접 날짜까지 잡혀버렸다. 면접일자는 생각보다 늦은 지금으로부터 2주 뒤다. 그런데 그날 오전에 팀장 보임을 위한 대표이사님과의 공식적인 면담 자리가 있는 날인데 그날 오후로 이직 면접이 잡힌 것이다. 이거 굉장히 재밌는 하루가 되겠는걸?


현재 회사와의 의리를 생각하면 애초에 지원 자체를 말아야 되고 면접 자체를 가질 말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건 회사와의 의리와 상관없는 나와의 의리 문제다. 올해 1월부터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고 헤드헌터들한테 연락은 자주 받았으나 단 한 군데서도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이 없었다. 그래도 여기 계속 다니기 싫다고 욕만 할 순 없어서 나름 행동을 해보자 하고 지금까지 꾸역꾸역 온 것이다. 그러니까 면접에 붙든 떨어지든 나는 ‘면접을 보러 가는 행위’를 해야 한다. 이걸 해야 나와의 의리를 지키는 거다. 그래서 간다.


팀장님만 자리에 그대로 계셨더라면 나는 편안하게 면접을 보러 갈 것이고 당연히 무조건 꼭 합격해서 이직해야지!!!라는 목표로 가득 찼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상해져 버렸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팀장직/역할에서 맡는 역할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매력적인 역할이 아니다. 돈 주고도 못 살(?) 역할이라지만 썩 내키지 않는다. 책임지고 싶지 않다. 진짜 여차하면 팀장 보임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저쪽(다른 회사)으로 튈 수도 있는 상황. 이렇게 설레발쳐놓고 물론 1차 면접에서 발릴수도 있지만.


나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직 면접은 잘 볼 거다.

후회 없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9. 팀장 제의 일주일 뒤의 이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