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독이 든 성배'인 팀장 자리
내가 만약...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해보고 싶은 업무가 있었을지언정 말은 해도 현재 팀장님한테는 말 안 할 거 같다. 거기다 말해서 뭐 해. 편들어 달라는 건가? 아니면 조용히 이직 준비해서 나가든가. 그럴 자신은 없고 자존심은 상하고 어떻게든 명분은 살려야겠고 그러니 발악을 하는 거다.
팀장님은 팀장이라는 자리가 '약이 든 성배'라고 내 표현을 정정시켜 주셨지만 나에겐 역시나 '독이 든 성배'다. 어떻게 해도 전임자인 팀장님과 비교가 될 테니까. 역량(체급) 차이가 너무나 확실하므로 대표님이 팀장님의 퇴사를 승인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 마음 모르는 거 아니다. 지금 팀장님과 나랑은 실력 차이는 물론이고 성향도, 문제해결 방식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므로.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디 차려야 하는데... 다 모르겠고 헤드헌터를 통해 서류를 넣은 곳에서 제발 면접이라도 보러 오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내 앞길이 구만리라 계속 동료를 욕하는 것도 지겹다.
아참, 팀장님이 하셨던 얘기 중 하나. 만약 반대로 저 친구가 팀장이 되고 네가(=나) 그 밑으로 들어가면 어떡할래? 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이 훨씬 더 좋은 상황 아니겠냐고 생각하라고. 그건 맞다. 그러면 난 당장 퇴사한다.
어쨌거나 아직 정식으로 팀장이 된다는 것이 확정 난 게 아니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내 주장이 맞는 것도 있지만 너무 내 의견만 주장하면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선을, 줄타기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결정전에는 반드시 본부장님을 align 시켜서 이것이 윗사람의 의중이라고 생각될 수 있도록 행동해서 내가 리스크를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변수는 끝없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팀장이라는 환경이 내가 좋아하고 달가워하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팀장님이야 워낙 변화를 좋아하고 그 파도에 잘 올라타는 사람이니 분명 새 회사에 가서도 잘할 것이라는 게 눈에 보인다. 지금을 그대로 가져가려면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는 그 말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변화는 필요불가결하므로 거기에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이 모든 일의 결과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