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보임 면담(with 대표이사님) 준비하기
내부적으로는(?) 나의 팀장 발령이 확정된 모양. 그래도 승진자도 승진면접 인터뷰를 보긴 하잖아. 그러니까 대표이사님과의 면담도 그런 식의 명분으로 마련된 것 같다.
대표이사님을 만나기 전에 우리 팀을 총괄하는 본부장님과 짧게 면담을 했다. 본부장님 스타일이 원래 그런데 나한테 이것저것 생각해 오라고 하고는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시는 타입. 뭔가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서겠지.
나도 후배직원한테는 아끼는 마음에 이것도 저것도 다 말해주고 싶어서 비슷한 태도를 취하는 편이다. 하지만 말이 너무 길어지면 핵심이 없고 집중이 안 된다. 마음은 참 감사하지만 나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
나는 면접에 취약한 인간이고 준비가 많이 필요한 인간인지라 면담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준비를 했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를 토대로 재무팀장으로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수주나 매출목표, 영업이익률 등 숫자적인 부분을 무지성으로(?) 외웠다. 맨날 들여다보는 것들이지만 막상 물어봤을 때 당황하면 생각이 안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년도와 비교나 지난 3년간의 변화와 수치 같은 것들도 잘 외우고 있어야 어떤 주장을 할 때 좋은 근거로서 내 말에 힘이 실린다.
그리고 회사의 핵심가치도 다시 봤다. 솔직히 허상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은 말들이고 이런 걸 물어볼 수도 있으니 체크체크. 그 외에는 아래와 같은 정성적인 질문들이겠지.
어떤 팀장이 되고 싶냐?
어떻게 팀을 이끌어갈 거냐?
어떤 비전이 있냐?
나같이 이런 애매모호한(?) 말랑한(?) 준비가 덜 된(?) 마음으로 얼결에 팀장자리를 수락하게 된 나로서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좋은 말도 많고 좋은 단어와 표현, 번지르르한 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럴 자신은 없다.
다만 현재 팀원들과 조화를 이루어 1+1이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내고 싶다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그런데 오전에 이 면담이 있고 오후엔 반차를 내고 이직 면접을 보러 간다. 여태 1월부터를 이력서 냈는데 한 번도 면접 기회가 안 생기다가 하필이면 이때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이 생겨서 이 와중에 면접을 보러 간다는…^^ 나만 아는 하루에 면접 두 번 보는 느낌. 스릴 넘치네, 이거?
대신 면접 끝나고 북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면접 복기도 하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지.
어떻게든,
될 거라고.
내가 요즘 자주 중얼거리는 이 말은 상황에 굴복하겠다는,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조바심을 내든 면접을 잘 보든 못 보든 실수를 하던 팀장이 되든 안 되든 시간이 흐르면 어떠한 결과가 자연스레 나올 거라는 뜻이다.
내 성향을 알기에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걱정병인 나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에서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