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님과의 팀장 보임 면담 후기
다가온 면담날.
대표이사님과의 면담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벌써부터 재무팀장스럽게 이야기해야 되나 싶어 매출액 정보, 작년과 비교해서 큰 그림에 대한 흐름 등을 연습했다. 그런데 정작 대표이사님 방에 들어가니 사장님께서도 내가 많이 걱정되는지(;) 자기도 본부장 될 때보다 팀장 될 때가 더 떨렸다고 하셨다. 그래도 본인은 여러 명 중에 경쟁해서 팀장이 된 건데 나는 얼결에 맡은 거라 더 걱정 많을 거라고 하시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여러 말씀 많이 하셨지만 기억에 남는 건...
첫째, 업무의 우선순위를 잘 생각해라. 다 떠안지 말고 우선순위 중요한 것만 잘해라.
전에 팀장님은 이걸 잘하고 본부장님은 이걸 못해서 누가 봐도 일을 많이 끌어안고 있었는데 나한테도 이걸 걱정하셨다. 걱정 마세요, 저도 제가 젤 중요하답니다. 제가 주 35시간 근무 제안했던 미친 X인 건 모르시는군요 (^^) 알면 놀라 자빠지실 듯.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건 팀원이 실수하면 무조건 팀장 책임이라고 말씀하셨다.
네네 그렇죠. 왜냐면 팀장이 결재했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의미니까요.(^^) 이건 후배 사원 컨트롤 하면서 느낀 적이 있었다. 팀장도 팀장이지만 하다못해 내 밑에 후배만 둬도 그런 느낌 받는데 팀장은 더 직접적으로 그걸 느끼겠지. 나도 마찬가지로 팀장인 내가 잘못하면 그것은 내 위에 있는 본부장님 잘못이 된다는 것을.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직하는 이유가 돈도 돈이지만 본인이나 본인 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즉 팀의 미션이나 비전이 없을 때라고 하시면서... 팀을 어떻게 이끌 거냐고 물어보셨다. (이건 본부장님이 질문하신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업무를 하다 보면 일상적인 일에 치이는 게 사실이고 그런 일이 많다. 하지만 그런 일을 잘해나가면서 경영진에게 적시에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게 목표고 팀원들하고 그 목표를 공유해서 같이 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권관리 등 힘든 일은 본부장님과 대표님도 책임질 테니 혼자 너무 끙끙대지 말라고 하셨다. 중간중간에 괜히 본부장님이 어떤 식으로 팀을 운영할 거냐 혹은 매니지먼트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등을 얘기하라고 하셨다.
나는 면담이라고 해서 준 면접정도로 생각하고 왔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냥 내가 걱정돼서 이런저런 조언하는 자리 정도로 생각하신 것 같았다. 우선순위 말고도 두어 개 더 얘기하신 게 있는데 뭐였더라.
같이 일하면서 힘들 거 같은 사람 있냐고 물어보셨다.
입사 초반엔 어려운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지금은 이 회사에 7년 정도 있다 보니 웬만한 직원들하고는 괜찮다고 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생기면 말씀드리겠다고. 그리고 저번에 내가 했던 타 부서 대상 교육을 언급하면서 직접 얘기하고 싸우는 것도 좋지만 교육처럼 강의를 하니까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걸 많이 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평소에 그리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내가 앞에 나서서 강의를 할 줄은 몰랐다면서 좋게 보셨다. (아마 그걸 노리고 본부장님이 가서 보라고 하신 거 같긴 하지만 ㅋ_ㅋ)
그리고 자식들은 뭐라 해도 손자는 예뻐하듯이 바로 본인 아래에 있는 본부장들은 혼내도 그 밑에 있는 팀장들한테까지는 뭐라고 안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나 이직 어떡해. 속으로 오후에 면접 보러 갈 생각하고 있는 내가 너무 미안해졌다. (이런 생각하는지 모르실 거 아녀. 아셔도 안 돼지만.)
그리고 내가 팀장으로 승진하게 됨으로써 팀원에 공석이 생겨서 신입사원을 뽑게 되었다. 그래서 신입사원 채용에 대해 물어보시면서 내가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으로 뽑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것에 대해 옳다/그르다를 판단하지 않으셨다. 앞으로 결정할 일이 많을 텐데 그렇게 하기로 한 게 벌써 하나의 결정이라고 하셨다. 내가 이러한 이유로 이런 조건의 친구를 뽑고 싶다 했더니 그것 또한 (내가) 겪어보라고 하셨다.
회사의 핵심가치, 미션, 비전 이딴 거 외우고 갔는데 그런 말은 하나도 안 하고 얌전히 얘기 잘 듣다가 왔다. 나처럼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는 사람이 마침 한 명 더 있어서 이야기 끝나고 그분과 함께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그런 건 미리 말해주셔야져...) 원래대로라면 '네 가겠습니다!' 해야 되고 그게 맞는데...
오늘 오후 휴가에다가 그것도 면접을 위한 휴가라 긴장돼서 일도 손에 안 잡히는 지경. 그런데다 식사 자리에서 하하 호호하면서 사장님 얼굴을 보는 거 자체가 민망했다. 게다가 밥을 먹어도 속으로는 오후에 있을 면접 생각 하고 있겠지. 그리고 면접은 절대 지각하면 안 되는데 밥 먹다가 이야기가 길어지면 끊고 나가기도 애매해지고 누구에겐지 모를 짜증만 나게 된다. 그래서 오후에는 휴가라 죄송하다고 하고 식사자리에서는 발을 뺐다.
원래는 다음 달 1일 자 발령이라더니 갑자기 다음 주에라도 갑자기 발령내시겠다고 하는 본부장님. 왜 급발진하시는 거죠? 그리고 문 열고 나가는데 동석한 인사팀 직원에게 급여 잘 챙겨주라고 한 마디 하셨다. 그런데 이런 거 처우 협의 다 마친 다음에 발령을 내는 거 아닌가?
그러고 오후에 이직 면접을 보러 갔다.
팀장은 정말 하기 싫지만 이 이직 면접을 말아먹어도 도망갈 구멍은 있다(?)고 생각하며 편하게 면접을 봤다. 다행히 꼬장꼬장하게 지식을 캐묻는 방식은 아니라 그럭저럭 대답은 잘했다. 오히려 '어, 나 될 거 같은데?' 하는 이상한 자신감까지 장착했고 마지막에 희망연봉을 물어보길래 지금 연봉에 10%를 더 붙여서 부르고 나왔다. 이거 왜 이래, 나 팀장도 제안받은 사람이야. 흠흠. 그나저나, 나의 앞날은 이제 어찌 되는 것인가.
현재 회사에 머물면서 팀장을 맡아도 가시밭길이다. 새 회사에 가도 산업분야가 다르니 새로 다시 공부해야 되고 + 모르는 사람들하고 친해져야 되고 + 업무도 낯선 분야라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이직을 해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전자 가시밭길 vs 후자 가시밭길
어디를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