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팀장 면담 이후 바로 인사발령이...?

다음 주부터 팀장으로 출근합니다

by 세니seny

팀장 보직 관련해 어제 대표이사님과 막 면담을 마친 차였다. 방에서 나오면서 내일이라도 빨리 발령을 내라는 둥 빨리 진행하란 소릴 얼핏 듣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근로계약서 수정도 아직 안 됐는데 바로 발령내기 있기? 없기?




어제 오후 휴가 내고 다른 회사 면접 보고 왔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하니까 메일함에 오늘 오후에 인사발령이 날 거라는 안내 메일이 와 있었다. 정식 보직변경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라고 했다. 이제 면접 본거는 빼도 박도 못하게 못 가게 생겼네? 괜히 팀장 한다 그랬나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고 생각 없이 멍-하게 있었는데…


우리 회사는 앞쪽에 팀원들 책상이 서로 마주 보게 배치가 되어있고 팀장들 자리는 그 뒤쪽으로 빼서 한 자리씩 따로 있다. 팀장님이 퇴사하셨으니까 우리 팀 팀장 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다들 인사발령 공지를 보고 축하한다면서 한 마디씩 말을 보탠다. 그런데 자리 옮겨야 되는 거 아냐?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부터니까 이제 옮겨도 되지 않겠어?라는 말도 보태주면서.


자리 옮기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오전근무만 하는 날이긴 한데 업무처리해야 될 게 있어서 점심 먹고도 사무실에 있었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3,4년 전부터 계속 이직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짐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자잘한 짐들이 많았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


짐과 전화기와 모니터와 기타 등등 서랍에 있는 짐들 전부 옮기고 컴퓨터나 전화도 다시 연결했다. 그리고 내가 앉았던 자리에 다른 직원이 올지 모르니 깨끗이 치웠다. 원래는 더 빨리 퇴근하려고 했는데 자리 옮기느라 늦어져 버렸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팀장님 자리로 출근하게 되겠지.


전통적인 사무실 구조에선 팀장들이나 높은 분들 자리는 창가에 있거나 별도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여기는 방까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팀장 자리는 창가를 따라 배치되어 있다. 신입사원 초창기 때는 사무실에서 창가에 앉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었다. 이제는 사회에 찌들어서 그런 생각은 잊어버린 지 오래. 어쨌든 나도 이 회사, 저 회사 또 이 자리, 저 자리를 돌고 돌아 그 비스끄무리한 자리에 내가 앉게 된다니 신기하고 얼떨떨할 따름이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이제는 전 팀장님이 된 팀장님께 메시지를 남겼다. 어차피 다음 주에 업무 인수인계 때문에 만난다. 그래도 그때는 나 혼자 만나는 게 아니라 다른 직원들하고 같이 만나는 거니 따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다. 걱정이 많다 했더니 일단은 축하받는 시간이니 주말 동안은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쉬라고 하셨다.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더니 자기 일처럼 다들 너무 기뻐해줬다. 고마워. 내가 더 잘할게. 다들 내 성격 아니까 걱정 많이 할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라고, 잘 됐다고 축하해 줬다.


개인적으로는 어제 면접 본 곳이 너무 아깝긴 한데 어차피 새 회사에 들어가도 새로운 사람과 업무에 적응해야 되는 건 매한가지. 그리고 다른 의미로다가 지금 여기서도 다 아는 사람들이지만 위치가 바뀐 만큼 관계설정도 다시 해야 하고 업무도 정리해야 하고 할 게 많다.


퇴근하고 카페에 있는데 헤드헌터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지? 다음 주에 연락 온다더니.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 헤드헌터는 안 좋은 소식이라는 말로 본격적인 용건을 시작했다.


내가 모자라거나 특별히 나빴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 말고도 오늘까지 몇 명이 면접을 더 봤다고 한다. 그중에 이 업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있어서 내부적으로 그 사람을 최종면접에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그래서 나는 아쉽지만 탈락. 내가 너무 걱정을 앞서서 했네. 다음 주에 2차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나 조마조마했는데 이런 식으로 한 방에 정리가 됐다.


어제 오전에 대표이사님과 팀장 보임을 앞두고 면담을 하고 오후엔 이직 면접을 봤다. 그리고 바로 하루만인 오늘 팀장으로 인사발령도 나고 오후 늦게 이직 면접에 떨어졌다는 결과까지 통보받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줄은 하나뿐이다. 지금 회사에서 잘해보는 것. 나의 어정쩡한 마음을 달래려고 신이 이런 선택지를 주신걸지도 모르겠다.


주말 내내 그리고 다음 주까지 면접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엄청 초조하게 기다렸을 텐데 차라리 결과가 빨리 나와주니 속이 시원하다.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나는 나와의 의리를 지켰고 면접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나를 어필했다. 그거면 된 거다. 그래서 나는…


다음 주부터
팀장으로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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