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거라 예상했지만 첫날부터 쉽지 않다
팀장이 된 첫날, 월요일이자 월말이 가까워 오는 시점. 그래서 당연히 바쁠 거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출근하자마자 자료 온 거 정리한 다음 급하게 보고해야 할 것이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진작 자료를 받았다면 여유롭게 자료 정리도 하고 한번 더 확인도 했겠지. 하지만 아침에 급하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그래도 확인은 필수이거늘 ㅠㅠ) ‘맞겠지 뭐’라고 생각하고 자료를 넘겼다. 다음. 그 와중에 여기저기서 걸려 오는 전화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그런데 입사 초기부터 유독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하지만 지금은 그냥저냥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한테 전화가 왔는데 월요일 아침부터 시비조다. 아니, 재무팀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찾아서 이거 매출하실 거예요, 하고 물어보고 다니는 부서니? 영업팀 찔러서 자료 내라든지 뭐라고 해야지.
하지만 아무리 내가 백번 이백번 ‘이치에 맞는 말’을 한다 해도 그 사람한테 먹힐 리가 없다. 결정적으로 오늘 나는 새로운 직급으로 발령받아 일하는 첫날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런 식으로 대답을 했으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사람한테 말려든 거지.
아침 내내 하루 기분을 잡칠만한 통화를 했다. 옛날 같으면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하루 종일 분노에 차 있었겠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겨서 넘어간다. 그래봤자 나만 기분 나쁘고 힘들 거고 결국 어떻게든 해결은 될 테니까.
그리고 나니 오후가 되었는데 온라인으로 전사 하반기 킥오프를 한다고 했다. 그나마 온라인으로 하는 거니까 낫다. 코로나 이후의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옛날 같으면 킥오프라 하면 무조건 오프라인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서 하는 것만을 생각했는데 온라인으로 하니까 접속해 놓고 다른 업무를 봐도 된다.
이어폰을 꽂고 귀로는 내용을 들으면서 업무 처리를 했다.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는데 아직 팀원들에게 인수인계도 못한 상황. 당분간은 내가 하던 실무 그대로 하면서 팀장 업무까지 겸해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다가오는 마감을 위해서 팀장으로서의 매니징 업무 외에 하나둘 내 업무도 시작해야 한다.
일하다 핸드폰을 봤더니 엄마랑 아빠랑 있는 단톡방에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아빠는 약 30년간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지금은 소일거리로 하루에 3시간 정도씩 일을 하러 다니신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쓰러져서 119에 실려갔다면서 혹시 몰라 메시지 남겨놓는다는 카톡이 와 있었다. 가슴이 철렁하다. 아이고야, 지금 벌써 오후 2신데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평소에도 무슨 일이 있던 없던 원체 말을 잘 안 하는 우리 아빠. 이것도 일이 벌어지고 나서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혹시 모르니 말해놓는다면서 카톡방에 메시지만 띡 올라와 있네. 엄마도 읽은 거 같은데 아무런 답도 없고.
킥오프가 끝나고 급하게 전화해 보니 엄마도 아직 아빠와 통화는 못했다면서(일부러 안 한 건지도?) ‘아이고 그러니까 술 좀 그만 먹으라니까’히며 푸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직도 팀장 첫 날인 오늘 하루는 끝나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