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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Aug 20. 2023

서울탐방 제9탄 : 서울 시내 중심가 여행하기 (2)

2022년 11월의 기록 : 서울시민의 서울여행 1일 차

'서울탐방 제9탄 : 서울 시내 중심가 여행하기 (1)'편에서 이어집니다.




     윤동주 문학관을 나와 청운공원 쪽으로 향했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청운공원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시내가 참 멋있다. 이곳은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버스 타고 시내(광화문)로 나오는 길에 지나가는 길이었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올 때는 여러 버스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 이 길을 지나가는 1020번을 타야만 이 길을 지나갈 수 있었다. 야경도 멋지고 특히 날이 좋은 날에 버스를 타고 이 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퇴근길(?)이라고 해야 할까 나에게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지나다녔던 코스로 남아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까 조금 피곤하긴 해도 마음이 한결 가벼운 상태에다 멋진 풍경이 더해지니 더 아름답게 보였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십몇년전이나 지금이나 풍경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은 거 같다. 다만 오늘은 미세먼지가 껴서 시야가 좋지 않았다.


     윤동주문학관에서 청운공원 쪽으로 언덕길을 따라 올라오면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다.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는 바로 이곳이다. 북악산 등산할 때 이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표지만 봤던 곳인데 직접 오게 되었다. 이곳은 한옥으로 되어있는 특이한 도서관이다. 


한가을이 지나가버린 풍경. (@ 청운공원, 2022.11)


     언덕을 따라 올라오니 금방 청운공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이따 도서관에선 한참 시간을 보내다 나오면 이미 해가 졌을 거 같아서 낮에 해가 있을 때 공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슬슬 걷는다. 지난주에 도봉산에 가서 '여기는 단풍이 아직 안 들었나 봐' 그랬는데 지나가던 누군가가 이미 지난주에 절경을 보이고 다 떨어진 거라고 했다. 


     그래도 시내는 이제 절정인지 아직 단풍이 남아 있었다.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하니 올해 단풍도 이번주가 마지막일 것 같다. 오며 가며 스치듯 보는 거 말고 등산하러 갈 땐 '단풍 보러 가자'라고 목표를 정했다. 살면서 그 정도 챙길 마음의 여유는 있어야지 않겠나 생각한다.


     아까 윤동주문학관에서 여행 수첩에다 필사를 했던 <소년>이라는, 가을을 묘사한 시 옆에 붙일 알맞은 단풍잎을 하나 찾았다. 색연필로 그리고 싶었지만 똥손이라 실물을 붙이기로 했다.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진 멋진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2022.11) 


     그리고 이제 도서관 쪽으로 향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한옥 지붕이 보인다! 멋지다 멋져. 이 동네 살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이런 도서관에 와볼 수 있는 건가? 나는 서울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이 동네에 살진 않으니까 여전히 여행자처럼 이곳을 잠시 들를 수밖에 없을 뿐이다.


     한옥 건물에 서가가 있는 걸 기대하고 왔는데 서가는 일반 건물에 있었다. 다만 공용공간 같은 열람실과 다목적실로 이용되는 세미나실이 한옥 구조물 안에 있었다. 서가가 있는 도서관은 지하에 있는 거 같아서 지하를 좀 둘러보고 다시 오기로 했다. 바깥에는 정원과 폭포가 있어서 앞마당을 걷고 있노라면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여름이나 늦가을이었다면 아직 온기가 조금 있을 때면 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느껴졌을 텐데 이제는 제법 쌀쌀한 기분이 들었다.


     서가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본다. 지하라 그런지 조금 어둡다. 이 좁은 공간 안에 책들이 빡빡하게 들어차있다. 주로 가장자리에 책들이 배치되어 있고 한편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가운데 공간에는 몇 개의 테이블과 둥근기둥을 중심으로 둘러앉을 수 있는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공간이 크진 않지만 공간활용을 하려고 이렇게 꾸민 거 같았다.


     한옥에 서가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서 위층의 한옥의 열람실(좌식)에 가보기로 한다. 이번 여행은 1박 2일로 짧기도 하고 짐도 최소화해야 돼서 읽을 책은 챙기지 않았다. 대신 여행에 대한 감상을 그때그때 남기기 위해 아이패드만 챙겼으니까 아이패드로 여행 기록이나 끄적이기로 했다.


청운문학도서관 한옥 열람실과 그 주변 풍경. (@청운문학도서관, 2022.11)



     아까는 신발이 하나도 없었는데 신발이 이렇게 많아졌지? 아까는 텅텅 비어있던 좌식 열람실이 혹시 그새 꽉 찬 거 아냐? 하며 들어갔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어서 안쪽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이게 한옥 창문이 한지로 다 발라져 있어서 바깥 풍경이 안 보인다. 슬쩍 창문을 밀어서 여니까 바깥이 보이긴 하는데 창문을 열어놓자니 날씨가 춥다. 그래서 도로 닫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한옥에 안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누군가가 아코디언에 맞춰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re rien>을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갈 때쯤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그 많은 신발의 정체는 바로 이 건넌방 세미나실에서 하는 행사를 보러 모여든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나도 여기서 노래를 들었으니까 소리를 내지 않고 박수를 쳤다.


     좌식이라 불편했지만 방바닥이 따뜻해서 좋았다. 한참 앉아서 아이패드로 오늘의 여행기록을 남겼다.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가 열람실에 들어오고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옆자리에 사람 한 명이 들어오더니 앉았다. 나 혼자 있음 이 공간이 좀 더 편하게 느껴질 텐데 나를 포함해 둘 밖에 없었던지라 옆사람이 좀 신경 쓰였다.


     이제 11월이라 해가 일찍 떨어지다 보니 밤이 금방 찾아온다. 게다가 숙소에서 언제 입실할 건지 확인 전화도 왔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일어나기로 했다. 충분히 있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가서 아쉽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곧 해가 떨어질 시간이다. 아예 차라리 좀 더 늦게 나올 걸 그랬나. 


     어차피 오늘은 날이 안 좋아서 시내도 잘 안 보였고 일몰도 잘 안 보일 테지만 밤에는 도시의 불빛이 그 자리를 메꿀 거니까 상관없다. 야경은 보장된 거였다. 그럼 좌식 열람실에서도 충분히 앉아있다와도 되는 거였는데. 여행 이야기를 쓰다가 나도 모르게 도서관에 관한 글에 삘을 받아 술술 잘 쓰고 있었는데 굳이 그걸 접고 자리를 일어났으니까.


     하지만 이미 떠나와버렸는 걸. 어쩔 수 없다. 조만간 평일 오후에 방문해서 늘어지게 있다가 여유 있게 가야지 다짐했다. 버스가 왔는데 버스에도 사람이 많다. 등산하고 내려오는 사람들 혹은 나의 후배일지도 모를 대학교 학생들이 한가득이다. 버스를 환승해서 숙소가 있는 대학로 근처에 도착했다. 


     대학로는 정말 오랜만이다. 원래 저녁 먹으려고 정해둔 곳이 있어서 가고 있었는데 가다가 일식집을 발견했다. 내가 먹고 싶은 가라아게 정식 같은 건 없었지만 음식이 쟁반 하나에 먹기 좋게 나오는 거 같아서 들어갔다. 그런데 여기가 의외의 맛집인지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금방 웨이팅이 걸렸다.


스키야키 정식 한 판. (@ 대학로 정식당, 2022.11)


     사람들 보니까 고기를 많이 먹던데 나는 가볍게 먹고 싶어서 스키야키 정식을 시켰다. 중간에 주문이 안 들어갔는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기다렸다. 펄펄 끓는 작은 냄비에 나온 스키야키. 코엑스에서 먹은 비싼 스키야키에 비하면 뭔가 부족했지만 평소 날계란을 잘 안 먹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날계란에 찍어먹은 고기가 맛있었다. 그래서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다.


     아까 이쪽 밥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붕어빵 가게를 발견했다. 어쩐지, 이 근처에 한 군데쯤은 있을 줄 알았다니까. 저녁 먹고 돌아가는 길에 사기로 했다. 미니 붕어빵을 사들고 숙소로 간다.


     내년쯤 이사 계획이 있는 나는 만약 이 동네에 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대학교 앞이라 그런지 상권이 발달되어 있고 거리에는 젊음이 가득하다. 술집과 식당거리를 지나 점점 안쪽으로 들어간다.


특이한 구조를 가진 숙소. (@ 슬로우 스테이DA, 2022.11)


     오늘의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묵을 '슬로우 스테이DA'는 지하에 갤러리가 있고 중정을 중심으로 방이 둘러싸고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숙소다. 70년대 즈음 서울에 지어졌던 오래된 아파트들과 비슷한 구조였다. 건물의 가운데 부분이 네모나고 그곳을 둘러싸는 형태로 방이 배열되어 있는 형태이다. 


     지하 1층은 갤러리였고 지상 1층은 체크인 카운터와 카페, 전시공간을 겸한 곳에 넓다 못해 아주 크고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일반 손님도 이용할 수 있고 숙박객도 물론 이용가능하다. 하지만 평일이기도 하고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나밖에 없었다.


     짐도 무겁고 해서 체크인해서 방에 짐 좀 갖다 놓고 둘러보기로 했다. 가방만 두고 간단히 짐을 챙겨 내려온다. 카페도 문을 닫았고 사람이라고는 카운터에 있는 직원 밖에 없어서 이 공간은 오로지 나의 것이란 느낌으로 충만했다.


조각에 대해 잘 모르지만 흥미로웠다. (@ 슬로우 스테이DA 갤러리, 2022.11)


     지하 1층 갤러리부터 가본다. 조각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려운 작품들이 아니라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어서 좋았다. 조각에는 관심이 없고 전혀 모르던 분야인데 이를 통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각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1층에 있던 긴 테이블. 내가 독차지했다. (@슬로우 스테이DA 로비, 2022.11)


     그리고 1층으로 올라와 넓은 테이블을 혼자 독차지한다. 1층에 깔린 음악이 잔잔하니 좋다. 이 넓은 공간에 내가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만 타닥타닥 울린다. 여기서 글을 쓰면 뭔가 엄청 잘 써질 거 같은 느낌. 글을 잘 써보고 싶은데 잘 안된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일단 느낀 것이라도 써보자, 본 것이라도 써보자 해서 여태까지 브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일보한 글쓰기를 하려면 스토리를 짜야겠지. 스토리를 짠다면 그냥 이렇게 본 것, 느낀 것만 줄줄 써댈게 아니라 캐릭터를 구축하고 사건의 앞뒤관계를 배열하는 등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겠지. 뭐 하나 쉬운 건 없다. 아무래도 직원이 내가 자리를 뜨길 바라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자리를 정리하고 올라가자마자 로비의 불이 꺼진다. 내일은 어떤 여행이 펼쳐질까를 기대하며 여행 1일 차를 마무리한다. 



<서울탐방 제9탄 : 서울 시내 중심가 여행하기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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