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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Aug 18. 2023

서울탐방 제9탄 : 서울 시내 중심가 여행하기 (1)

2022년 11월의 기록 : 서울시민의 서울여행 1일 차

     여행의 시작인데 시작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어제도 실수한 게 있어서 팀장님한테 한 소릴 들었는데 오늘은 정말 꽤 큰 실수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실수를 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내가 좋다고 하셨지만 이제는 그게 더 이상 장점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팀장님이 말했다. 내가 "제가 실수했어요. 놓쳤어요."라고 말하면... 그다음은 어쩌라고?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그럼 제가 거기서 뭐라고 하겠습니까. 아무튼 실수한 건 내 잘못 맞으니까. 그런데 그걸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는 게 맞는 건가? 그동안 내가 친 전표, 하나도 제대로 안 본 거잖아. 혼자서 모든 걸 다 짊어지는 건 힘들다고. 팀이 왜 있는데? 팀원이 놓치는 걸 봐주기 위함도 있잖아. 오늘 한 실수는 이미 마감이 완료된 작년 재무제표를 수정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이번 여행의 여러 가지 목적 중 하나는 내년의 계획 그러니까 퇴사를 할 건지 아니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있었다. 물론 여행을 준비하는 초기부터 이런 결심을 한 건 아니었고 어제부터 벌어진 일련의 일들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그런 흐름이 형성되었다. 보통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 가면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생각을 하거나 답을 내기도 하니까. 그런데 마치 그 결심을 이루라는 듯이(?) 회사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딱 맞춰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빨리 퇴사하지 못해서 자꾸 벌어지는 일들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그나마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마스크 안의 썩은 표정과 그러면 안 되지만 입으로 뭔가 꿍시렁대는 모습은 들키지 않았겠지. 이것은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부터 생긴 나쁜 버릇인데 고쳐야지. 조심해야겠다.


     이번 여행지는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다. 회사에는 오전반차를 냈고 1시간이라도 빨리 퇴근하기 위해서 점심을 먹지 않고 일을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시작은 점심을 먹는 것부터다. 뭔가 맛있는 걸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오늘 아침의 일로 입맛이 싹 달아나버렸다. 


     이런 내 마음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더니 따뜻한 국밥 생각이 떠올랐다. 내장이 들어간 거 말고 깔끔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이 먹고 싶었다. 회사 근처엔 괜찮은 콩나물 국밥집이 없는데 마침 여행이 시작되는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전주 삼백집을 발견했다. 어차피 경복궁역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까지 가야 하니까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으로 출발했다. 


     전주는 내가 처음으로 혼자 여행한 도시라 그런지 남들은 모를 애정이 묻어 있다. 그 뒤로도 종종 갔었고 좋아하는 곳이다. (최근 요 몇 년 동안은 간 적이 없는데 조만간 한번 가야겠다.) 삼백집의 콩나물 국밥은 깔끔하다. 평소 먹는 양이 많지 않은 나도 거의 다 먹을 정도면 기본적으로 양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이드로 튀김 메뉴를 팔던데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으니 시키진 못했다. 본격적인 튀김메뉴 말고 미니 튀김 정도로 추가해서 팔면 좋을 거 같은데 아쉬웠다. 


      배불리 먹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후식이 당긴다. 붕어빵이 먹고 싶었지만 요즘은 붕어빵을 찾기 힘들다. 혹시 이번 여행 중 예상치 못하게 붕어빵과 마주할 수 있으니 (꼭 사 먹을 테다) 이를 대비해 ATM에서 현금을 뽑았다. 눈에 띄지 않는 붕어빵 대신 그나마 비슷하게 밀가루로 만든 와플을 먹기로 했다. 와플가게에 들러 와플을 샀다. 딱 들고 먹기 좋은 사이즈였지만 이미 다 구워놓은 걸 꺼내준지라 식어 있어서 맛이 덜했다. 아마 나에게 이 와플을 건네준 직원은 사장이 아닌 알바였거나 사장이어도 가게 운영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와플을 사 먹고 버스 타고 윤동주문학관으로 이동했다. 이 길은 드라이브하기 정말 좋다. 사실 이쪽으로 올라가는 길 말고 반대로 북한산 쪽에서 시내로 내려오는 길이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여서 내가 더 좋아하는 길이다.



큰 길가 바로 옆에 있는 윤동주문학관 풍경 이모저모. (@윤동주문학관, 2022.11)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바로 길 건너편에 윤동주문학관이 보여서 입장했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 시인의 친필원고도 있었고 우리가 흔히 아는 사촌 송몽규 외에도 정병욱이라는 후배 덕분에 윤동주 시인의 책이 출판되고 원본이 보관되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특히 <쉽게 씌여진 시>가 기억에 남았다. 창씨개명을 앞두고 쓴 시. 가슴이 미어져온다. 전시관 밖의 작은 공간에는 필사를 할 수 있도록 종이랑 색연필과 시집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집을 펼쳤는데 마침 눈에 든 <소년>이라는 시의 구절들이 참 가을가을하길래 여행수첩에 옮겨 적었다. 


     시의 분량도 수첩 한 면에 들어가기 딱이고 스탬프도 있어서 찍었다. 아까 버스 타러 오는 길에 은행나무잎이 막 날려서 가방에 떨어졌었는데 에이 뭐야 하고 버려버렸네. 은행잎 말고 단풍으로, 이쁜 거 하나 주워서 여행수첩에 붙여야겠다.



'서울탐방 제9탄 : 서울 시내 중심가 여행하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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