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이다! 두근두근... 이 아니라 심장이 벌렁벌렁?
긴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첫날.
마침 작년 목표 평가 및 올해 목표를 세우는 기간이다. 나는 올해의 목표를 세우지 않을 것이므로-정확히는 세울 필요가 없으므로-이제는 퇴사한다고 말해야 한다.
어차피 나의 자기 평가 때문에 면담을 해야 돼서 상사와 시간을 잡아두었다. 상사는 자기 평가 겸 올해 목표설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겠지. 작년 성과에 대한 자기 평가는 해야 하지만 올해 목표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그때 퇴사 선언을 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올해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누가 봐도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그런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만고만하다고 본다. 그런데 신입사원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 두 명을 평가하면서 깨달은 건 본인이 잘못하거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를 안 하고 있거나 이미 알고 있지만 숨기려고 한다. 그걸 팀장이 모르겠니? 모르겠냐고.
차라리 그 사실을 본인이 먼저 말해주면 ‘그래, 너도 알고는 있구나’라고 오히려 마음이 쓰이고 같이 개선책을 찾아나갈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이 잘못한 거나 못했던 거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잘했다'라고 보이는 것들만 얘기하더라.
심지어 내가 점수를 적게 줬더니 반발하면서 달려드는데 지쳐버렸다. 이런 평가 면담에다 내가 이 상황에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벗어던지고 퇴사하겠다는 사실을 말해야 하는 건 꽤나 스트레스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겠지만 지금 그렇게 좋은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신경을 안 썼지만...
연말 제일 바쁜 때 시험관 시술한다고 난리 친 팀원이 다행히 한 번만에 바로 임신이 되었고 하필이면 일이 제일 바쁜 연말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극초기를 지나야 했다. 그래서 눈치 보느라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고 나니 벌써 임신 초기를 지나고 있고 곧 출산이 다가오는 거다. 보통 한 달 전에는 출산휴가에 들어가니까 그전까지 후임자를 뽑아서 인수인계도 해야 한다.
그와 관련해 인력채용, 인수인계 절차 진행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원래대로라면 팀장으로서 당연히 신경 써야 하는 일이지만 나는 나 그만둘 생각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니 빨리 그만둔다고 말해야겠지, 이제는. 나도 장장 6개월을 버티고 있었다우.
퇴사 통보를 날리는 이 순간이 되면 기분이 마냥 시원할 줄만 알았는데 꽤 스트레스다.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불러와질 파장, 상사의 실망한 표정, 팀원들의 질타... 까진 아니지만 뒤에서 욕하겠지. 나도 팀원들이든 누군가에게 인수인계도 해야 할 테고. 그리고 회사에 친한 사람도 없으니 내가 그만두든 말든 아쉬워할 사람도 없다는 사실도 쓸쓸하게 느껴졌달까. 그건 사람들하고 친해지지 않은 내 잘못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동안은 회사에 다닐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도 나를 두고 최소한의 관계유지는 해왔을 텐데 이제 그만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나의 이용가치는 더 떨어지겠지. 이런 상황이 싫으니 하루라도 출근 날짜를 줄여야 하는데 지금으로 봐서는 한 달 반 정도 의리상(?)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며 생각했다. 나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응원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응원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