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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Jul 21. 2024

<식물학 수업>을 읽고

식물에서 얻는 삶의 인사이트

(2023년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이직이 잘 안 풀리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어디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면 좋을까 싶어 서가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책, <식물학 수업>. 자연 생태계와 내 삶이 결코 같을 순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힌트는 얻은 것 같다.


     책 마지막에 실린 저자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라 일부 가져와봤다. 





많은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원하는 대로 일하지 못하곤 합니다. 그런 때 실망하고 좌절해서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일을 가슴 깊이 품고 눈앞의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에는 하고 싶은 일에 점차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212페이지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살아가면서 계속 찾아야 하는 것이겠죠.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더라도 다시 찾아야 할 수도 있고 더 갈고닦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눈앞의 일을 해나가면서 계속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장래의 일을 생각할 때, 우리는 종종 ‘A사에 들어가고 싶다’ 거나 ‘개발직에서 일하고 싶다’등 회사나 직종을 정해놓곤 하지만, 잡초의 생존 방식에서 교훈을 얻자면 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13-214페이지


형태에 신경 쓰지 않고 중요한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잡초의 강점입니다.


‘A사에 들어가고 싶다, 개발직에서 일하고 싶다’와 같이 외적인 부분만 보고 있으면 희망하던 것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었을 때 더욱 크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싶다’ 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같이 내적인 부분을 중시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내일의 직업을 생각한다는 그런 게 아닐까요?


흔히 ‘사람은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이므로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들 하지만, 생물의 세계는 훨씬 엄격해서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것이 자연계의 철칙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생물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을까요? 모든 생물은 스스로 최고, 즉 일등이 될 수 있는 장소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소를 식물학에서는 ‘니치’라고 합니다. 그럼 일등이 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다움’을 높이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잘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승부하는 것입니다.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기도 하고, 잘하는 일이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생물은 ‘비틀어 보기’라는 전략을 취합니다. 예를 들면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그림을 잘 못 그린다면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좋아하는 동시에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혹은 동료가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해보면 수많은 영업자 속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될 수도 있죠. 살아남기 위해서 절대 해서 안 되는 일은 남의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잘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인생을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물론 생물의 법칙에 견주어서도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214-215페이지


마지막 질문 : 이나가키 교수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일은 자신이 세상에서 작은 부분이나마 차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다.

둘째,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셋째, 특정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보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근본 가치를 먼저 생각하자. 215페이지





     저자는 처음부터 잡초학의 길을 걸어온 게 아니었다. 농림수산성에 들어가서 공무원이 되었고 연구직이 되고 싶었는데 사무직에 배속된다. 그리고 고향 시즈오카로 내려와 공무원이 되었는데 또 원하는 분야가 아닌 축산 쪽으로 배치받아 3년간 축산지도원으로 근무한다.


     그러다 드디어 연구 쪽으로 배정받았는데 이런저런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다가 2013년에 시즈오카 대학에 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잡초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했던 경험들이
 결론적으로
   다 도움이 되었다는 것...!


     축산지도원과 잡초학이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축산지도원을 하면서 농가에서 목초지의 잡초가 골칫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소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잡초에 대한 대책을 세웠고 그에 따른 결과가 좋았단다. 그리고 품종개량 연구를 할 때는 꽃이 더 빨리 피게 개량하고 해충방지 연구를 할 때는 해충의 먹이가 되는 잡초를 관리해 해충의 숫자를 극적으로 줄이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잡초학만 꾸준히 판 건 아니지만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잡초와 연결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그동안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낯선 사회생활에 지쳐 있을 때, 우연히 출퇴근길의 잡초를 보게 되었고 교외와 달리 도시의 잡초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에서 살아남고 있는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잡초의 생존전략과 사람의 인생을 비교하며 잡초를 관찰해 가며 독특한 주제를 잡아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고 생각했던 잡초도 나름의 생존전략을 통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감동이었다. 




자연의 세계에서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풀의 전략이 유리할 때가 있고 나무가 유리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풀은 초원에서 훨씬 생존하기 좋고 나무는 숲에 더 적합하다. (중략) 어느 쪽 전략이 더 뛰어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 자라는가’가 핵심이다. 장소에 따라 강한 쪽이 살아남는다. 33-34페이지
니치는 틈새가 아니다

니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용어다. 니치 마켓niche market, 니치톱niche-top 같은 용어를 미디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니치는 ‘틈새’란 뜻이다. 예컨대 대기업이 격전을 벌이는 분야에서도 치열한 싸움터에서 벗어나 있는 틈새가 있다. 그것을 니치라고 한다. 또는 다른 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품을 특화시켜 선보이는 니치 전략도 있다.

흥미롭게도 니치는 본래 생물학 용어다. 그것을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져다 쓰는 것이다. 생물학에서 니치는 ‘생태적 지위’라고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생물이 가장 높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영역을 의미한다. 35페이지
생물의 경쟁은 니치를 거머쥐기 위한 싸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딘가에서는 일등이 되어야 한다. 이길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니치를 잃은 자는 지구상에서 전멸한다. 생물의 니치는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이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핵심 역량이 필요한 것처럼 생물은 죽지 않기 위해서 니치가 필요하다. 37페이지
일등이 되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하다. 정면 승부보다 남과 다른 능력을 찾아 발휘하는 것이 좋다. 옆 반의 친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면 제시한 경쟁에서 이길 궁리를 하기보다 그 친구를 이길 다른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른 생물과 니치가 겹치지 않도록 피해 가야 한다. 조금 치사해 보여도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자연계에서 생존하는 방법이다.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41페이지
꼭 경쟁에 강한 것만 강점이 아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잘 참아내는 능력도 훌륭한 강점이다. 스트레스 내성형의 대표적인 식물로 선인장을 꼽을 수 있다. 선인장은 물이 없는 사막에 서식한다. 물이 없다는 것은 식물에게 치명적인 악조건이다. 그런 곳에서는 경쟁할 여유가 없다. 다른 식물과의 경쟁보다 물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이 없다’는 악조건만 극복할 수 있다면 경쟁하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다. 48페이지
잡초는 약한 식물이다. 정면승부로는 살아남을 승산이 없다. 그래서 경쟁력이 필요 없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일어나는 장소를 택한 것이다. 잡초가 약하기 때문에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선택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경쟁력을 높이느라 무리하게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 55페이지
강하기만 하면 세게 힘주었을 때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버린다. 부드럽기만 하면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강함 속에 부드러운 유연함을 지니고 부드러움 속에 제대로 된 강건함을 지니는 것, 그것이 질경이가 밟히는 교란에 강한 비결이다. 이는 ‘유연함’이라는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다. 사람과 동물에게 끊임없이 밟히는 환경에서 갖추어야 할 것은 외부에서 오는 힘을 적당히 받아넘기는 유연함이다. 72페이지
이쯤 되면 질경이에게 밟히는 것은 견뎌야 할 일도 극복해야 할 일도 아니다. 밟혀야 분포 영역을 넓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밟히지 않으면 난감해진다. 어쩌면 질경이는 밟히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밟히지 않으면 오히려 곤란해질 만큼 밟히는 교란을 잘 이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역경을 기회로 바꾸어 성공한 것이다. 73-74페이지
핵심은 낮은 키를 고수하다가 뻗어야 할 때 단숨에 뻗는 것이다. 다시 풀이 베이기 전까지의 아주 짧은 기간에 꽃을 피워 씨앗을 퍼뜨리는 전략이다. 82페이지
앞서 밟히는 식물의 대표로 질경이, 베이는 식물의 대표로 볏과 식물을 들어 설명했는데 두 식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점을 낮추고 뿌리를 남기는 전략을 취한다는 점이다. 83페이지
‘기회의 신은 앞머리밖에 없다’는 격언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는 앞머리는 무성하지만 뒷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앞머리를 빨리 잡지 못하면 기회를 놓친다는 의미를 전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고도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뿌리째 뽑혀도 살아남는 식물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회를 기다렸다. 86페이지
하지만 식물의 씨앗이 휴면 상태라는 것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다가 적합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되면 단숨에 싹을 내민다. 87페이지
식물이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바로 자기 자신뿐이다. 식물의 크기와 형태, 성장 방식은 어떻게든 바꿀 수 있다. 스스로를 변화시켜 살아남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생물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소성이라고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동물에 비해 가소성이 크다. 예를 들어 크기를 비교해 보자. 인간의 경우 어른을 기준으로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키 차이가 몇 배로 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식물은 같은 종류끼리도 높이가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일이 적지 않다. 96페이지
인간이 정한 규칙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규칙을 버려라! 도감의 내용대로 자라나지 않는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100-101페이지
잡초는 다시 일어서지 않는다

오히려 잡초는 ‘밟혀도 일어서지 않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힘들어도 잡초처럼 이 악물고 열심히 해왔는데 뜬금없는 이 말에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실망할 일일까?
식물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일어서지 않는 잡초의 전략’이야말로 위대한 측면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잡초가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가 없다. 식물에게 중요한 것은 꽃을 피워 씨앗을 남기는 일이다.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데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 꽃을 피우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101페이지
목적을 잃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잡초는 그 목적을 잃지 않는다. 중심축은 흔들림이 없다.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더욱 중심을 견고하게 잡는다. 최종 목표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목표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길은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 그래서 잡초는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다.

사람에게 밟혀도 좋고 가지를 길게 뻗지 못해도 좋다.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크기와 형태, 생존 방법마저 바꾸는 것이다. 105-106페이지
교란은 경쟁력이 있는 강자에게는 불필요한 조건이지만 약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어떻게든 변화만 극복할 수 있다면 안정된 환경에서는 이길 가능성이 없던 강자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생물이 능력이 아닌 교란에 대응하는 적응력으로 승부해 성공한다. 덕분에 생존 경쟁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웠을 약한 생물이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잡초 역시 그 기회를 성공적으로 잡은 식물이다. 114페이지
교란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강자라면 교란을 꺼리겠지만 약자일수록 교란은 기회가 된다. 일등 말고는 모두 약자가 되는 자연 세계에서 변화는 생존의 실마리다. 116페이지
개척자 전략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속도와 가능한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개척자 식물의 전략은 전형적인 교란 적응형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초점이 있다. 무엇보다 교란 적응형은 다음 세대를 향한 투자가 필수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성장해 다음에 자랄 씨앗을 뿌려두는 것이 바로 개척자 전략이다. 129페이지
흔히 삶의 극적인 변화를 ‘인생의 마디’에 비유하곤 한다. 한 단계가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에게도 마디는 재생을 위한 기점이다. 마디를 만들면서 성장하는 방식은 오로지 줄기를 뻗기만 하는 성장과 비교할 때 쉬엄쉬엄 가는 모양새다. 성장은 느릴지 모르지만 마디를 생성해 두면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교란을 극복하고 개체 수까지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33페이지
교란 속에서 살아가는 식물의 기본 전략은 크기가 작은 씨앗을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다양한 것에 투자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작은 씨앗을 많이 생산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씨앗의 대다수는 살아남지 못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씨앗이 싹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진다. 어느 것이 살아남을지 확실하지 않으므로 1만 알의 씨앗을 흩뿌린다. 1만 알 중에 하나라도 새싹을 틔운다면 성공이다. 실패하더라도 투자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작은 씨앗을 많이 퍼뜨려두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낮으므로 개수를 늘려 도전 기회를 늘린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결국 성공해 낸다. 작은 도전을 계속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극복하는 전략이다. 140-141페이지
싸울 장소는 좁히되 무기는 줄이지 않는다

애당초 어느 쪽이 유리하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답은 식물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잡초가 자라는 곳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이다. 어느 쪽이 맞을지 알 수 없으므로 양쪽 다 준비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 도꼬마리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품는 전략을 선택해서 생존 기회를 잡은 것이다. 143-144페이지
성장에 있어서도 선택의 순간은 늘 존재한다. 줄기를 옆으로 뻗어 확장하는 진지 확대형 전략이 좋을까, 위로 뻗어 영역을 강화하는 진지 강화형 전략이 좋을까? 씨앗을 증식시켜야 좋을까, 뿌리와 줄기 등 영양기관을 증식시켜야 좋을까?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때마다 많은 잡초는 양쪽 선택지를 모두 남겨두는 양다리 전략을 취했다. 잡초는 싸울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지만 갖고 있는 무기는 버리지 않는다. 환경이 다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고 어떤 무기가 유리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능한 여러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150페이지
상식 밖의 것이 변화를 일으킨다

새포아풀은 환경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표현형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표현형 가소성에도 한계가 있다. (중략) 낮은 위치에 이삭을 다는 능력은 웬만한 곳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새포아풀 집단은 그런 변종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154-155페이지
정답은 없다

모든 것에 다양성을 갖출 필요는 없다. 명확한 답이 있을 때는 식물도 다양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민들레의 잎은 형태가 다양하다. 잎의 형태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다양한 모양이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답은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답을 모를 때 식물은 다양성을 발휘한다.

식물뿐 아니라 모든 생물이 그렇다. (중략) 반면 인간의 얼굴에는 개성이 있다. 성격에도 개성이 있고 능력에도 개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 개성에는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잡초는 스스로 복제하여 증식하는 전략보다 다양성 있는 이능력 집단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쏟아왔다.

정답이 없는 시대,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잡초의 진화가 말해주는 게 아닐까? 156-157페이지
식물이 변화에 살아남는 조건 중

약점을 인지하고 강점에 집중한다.
잡초는 경쟁력 강한 식물도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운 ‘변화하는 환경’에 승부수를 걸었다. 변화가 많은 곳에서는 그만큼 기회도 많이 있다. 잡초는 특수한 환경을 기회 삼아 자신의 강점을 최대화해서 생존에 전력을 다한다. 161-162페이지
2. 단순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식물의 세계에서 풀은 불필요한 기능은 줄이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블루오션을 실천한 모델이다. 거대하고 복잡했던 나무에서 단순하지만 적응력이 뛰어난 풀로의 진화는 이제까지 식물이 생존할 수 없었던 장소, 블루오션에 들어서기 위한 혁명이었다. 163페이지
3. 되도록 싸움을 피하고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인다.
니치는 일등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대개 강자에게 유리한 싸움이지만 약자도 니치를 쟁취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환경의 변화다. 기존의 환경이 바뀌어서 새로운 환경이 생겨나면 그곳은 어느 누구도 차지하지 못한 빈 공간이다. 신속하게 적응하여 싹을 틔우는 식물이 유리하다. 성장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나무보다 변화에 맞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식물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잡초는 누구보다 빨리 변화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바꿔나갔다. 식물이 서식하기 어려운 장소에 강점을 극대화해서 진화해 살아남았다. 잡초에게 ‘변화’란 역경이 아니고 참고 견뎌야 하는 것도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변화는 기회다. 164페이지
4. 싸울 장소는 좁히되 선택지는 줄이지 않는다.
식물은 자신에게 유리한 장소를 선택해 살아남는다. 가능한 범위를 좁혀서 자신의 강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어떤 강점이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나머지 강점을 버리진 않는다. 변화가 심한 환경이므로 언제 다른 강점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승부할 곳의 범위는 좁히지만 선택지를 줄여서는 안 된다. 165-166페이지
비즈니스 용어 중에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여러 영역에서 광범하게 일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있다. 이 개념은 생물의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정한 환경에 유리한 식물과 광범한 환경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식물이다. 자연계에서는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어느 쪽이 유리할까?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쪽은 스페셜리스트다. 물론 다양한 환경에 널리 분포하는 제너럴리스트도 존재하지만,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는 영역인 니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곳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 유리하다는 말은 다른 환경에서는 불리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한쪽을 선택하면 한쪽을 희생해야 하는 상충관계에 있다. 상충 관계가 심하면 심할수록 스페셜리스트가 되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충 관계가 약하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으므로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하다.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활약하는 국제적인 인재를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라고 부르는데 식물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코스모폴리탄이 있다. 이런 코스모폴리탄 식물의 조건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폭넓은 적응성이다.

대개 잡초는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된다. 환경 변화에 따라 적합한 능력을 강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중략)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능력이 오히려 다른 환경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식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제너럴리스트는 예견된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환경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조건을 충족시키는 장소를 찾아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전문화되지 않은 상태로 가능한 한 다양한 영역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코스모폴리탄 잡초의 특징이다.
(중략)
따라서 제너럴리스트야말로 변화를 극복하는 힘이다. 환경에 맞춰 스페셜리스트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며 새로운 진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182-184페이지
로제트 식물은 결코 때를 기다리는 유형이 아니다. 보통 추운 겨울에는 씨앗 형태로 땅속에 휴면하는 편이 따뜻하고 위험도 적다. 그럼에도 로제트 식물은 추운 겨울날에 일부러 잎을 펼쳐 광합성을 지속한다. 광합성으로 생성한 영양분은 땅속뿌리에 축적해 둔다. 이윽고 봄이 오고 다른 식물이 씨앗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할 때 로제트를 형성하고 있는 식물은 축적된 영양분을 사용해 단숨에 꽃대를 올려 빨리 꽃을 피울 수 있다.

(중략) 이렇게 생각하면 로제트 식물에게 겨울은 결코 피하고 싶은 계절이나 참고 견뎌야 할 시간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소중한 기회다. 다른 식물이 활동을 멈추고 잠자는 겨울이 있기에 로제트 식물이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186-188페이지
하지만 자연에서는 늘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다. 때론 힘으로 승부하기보다 힘을 받아넘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역경과 변화를 기회로 삼아 자신만의 강점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203페이지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잡초의 힘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으스대던 사람도 역경을 마주하면 서둘러 벗어나려고만 한다. 예측하지 못한 변화라면 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중심을 잃기 쉽다. 그럴 땐 식물을 보자. 작은 식물이 생존하는 전략을 잘 살펴보자.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시대에서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가만히 풀밭에 앉아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이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다. 20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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