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 내밀어 볼 걸 하는 아쉬움과 후회
작년에 팀장이 되자마자 거의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같은 건물에 있는 계열사 재경계열 모임이 잡혔다. 같은 계열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다. 서로 인사도 안 하고 별도 법인이라 제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같은 이름을 달고 있고 같은 건물에서 일하니 이런 분위기를 좀 쇄신해보자 싶어 모이자는 움직임은 있었다. 몇 년 전에 한 번 모여서 앞으로 자주 모이자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한참이 지나 작년에 모이자고 연락이 온 거였다.
그것도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살려둔 퇴사한 전 팀장님 메일 계정으로 메일이 와서 알게 된 거였다. 그 메일을 전 팀장님이 아닌 내가 봤고 팀장이 되자마자 정신없는 와중에 계기인지 객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임까지 참석하게 된 거다.
다른 계열사 재무 담당자는 나이가 있으시거나 나와는 연차 차이가 많이 났는데 계열사 중 한 군데가 나랑 상황이 비슷했다. 거기도 재무팀장이 나랑 성별도 똑같이 여자에다 이제 팀장 된 지 겨우 1년 정도 됐으며 나이대도 비슷했다.
그때의 나는 코로나 기간 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걸 안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사회성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친한 척하며 떠들고 싶었지만 여러 계열사가 모이다 보니 사람도 많아서 그분과 같이 둘이 앉아서 이야기 나눌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러다 그분이 곧 결혼한다고 해서 축의금 전달도 했다. (회사돈으로 하는 거지만ㅎ) 그분이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평소 교류도 없는데 답례품 치고 비싼 선물도 사다 줬다. 그래서 조만간 꼭 약속 잡고 밥 먹고 거기는 어떠냐, 안 힘드냐, 나보다 먼저 팀장이라는 이 길을 갔으니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꼭 약속 잡아야지!!!! 했는데...
내가 바쁜 걸 끝내고 나니 회사에 퇴사선언을 해버렸고 이제 곧 퇴사할 텐데 만나자고 하기도 왠지 뭐 한 거다. 내가 여길 계속 다닐 것도 아닌데. 그래도 퇴사하기 며칠 전에 그만둔다는 소식정도는 전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마치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퇴사를 열흘정도 앞둔 시점에 갑자기 연락이 온 거다. 그래서 든 생각. 어디선가 나 퇴사한다는 거 들은 모양이구나…? 그래서 궁금해서 연락했구나? 오호라~ 그럼 응당 응해줘야지, 하며 오케이콜!! 을 외치며 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만났다. 오랜만이다 어쩌다 하면서 인사하는데 가만 얘길 들어보니 오늘 만남의 목적이 보였다. 그쪽에서 새 ERP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쓰고 있는 ERP는 어떤지 등 관련 정보를 알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였다.
그래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뒤에 공식화되겠지만 아직은 오프더레코드인 사실을 하나 이야기해 주길래 나도 이쯤에선 이야기해야 되겠다 싶어서…
사실은 저...
다음 주에 퇴사해요.
그랬더니 "에에에?? 진짜요??" 이런 반응을 보인다. 전-혀 몰랐던 거다. 그러니까 나의 퇴사 소식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만나자고 한 건데 내가 마침 퇴사 일주일 전이었던 것이지. 서프라이즈-